2022.3.4.(金曜日) “가장 중요한 시간”

사진

<책을 읽어주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청동 조각상

독일 바이에른 크나이프스트라세, 바드 베리쇼펜Kneippstraße in Bad Worishofen


2022.3.4.(金曜日) “가장 중요한 시간”

1318년 어느 날, 스트라스부르그에 위치한 유명한 성당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성당은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으로 지은 성당(Liebfrauenmünster zu Straßburg)이다. 그 날 한 저명한 수도승이 초대되어 강론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에크하르트 본 호크하임Eckhart von Hochheim이다. 그는 후에 마이스토 에카르트Meister Eckhart(1260-1327)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수도승이자 학자였다. 300여명이나 되는 신도들이 모였다. 그들은 나무로 만든 신도석에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라틴어 기도문을 중얼거리거나, 손에 쥔 묵주를 엄지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 성당은 침묵이 지배하는 장소다. 그들은 저 멀리 떨어진 강대 상으로 부터 신부의 강론을 경청할 작정으로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였다.

이 성당은 100여년 전에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불리는 형식으로 건축되었다. 후에 고딕양식으로 알려진 프랑스 양식으로 중축된 당대 최고의 건물이었다. 신도들은 성당내부의 화려한 벽 장식과 성상들을 보면서 강론을 기다렸다. 한 수사가 복음서를 봉독하였다. 그런 후 한 중년 신부가 제단의 왼편에 마련된 강대상에 올랐다. 그는 누구봐도 수도승이었다. 그는 주변 머리카락만 남기고 속 알 머리카락은 삭발하였다. 그는 파리대학교 학자이기도 하여, 이 중요한 의례를 위해 화려하게 수를 놓은 연두색 가운을 입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그 날 강론을 위해 초청된 수도승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명성을 익히 들어 보통때보단 많은 신돌이 모였다. 그는 도미니꼬회 수자 혹은 블랙프라이어스Blackfriar 소속의 수도승이었다. 이들은 흰 수단 위에 검은 망토를 걸쳐 흑의수도자黑衣修道者라고도 불렸다. 그는 소위 학승으로 지난 40년동안 성서를 원전으로 공부하고 암송하였으며, 당시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학교인 파리대학에서 성서와 철학을 가르친 저명한 학자였다. 그는 여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난제들을 평신도들에게도 간결하게 설명하는 최고의 수사학자이며 설교가였다. 그가 오늘 설교하려는 본문은, 신이 이집트인들에게 내린 징벌의 내용으로 외경인 <솔로몬의 지혜서> 18장 14절-15절이었다.

(14) Cum enim quietum silentium contineret omnia,

et nox in suo cursu medium iter haberet,

(15) omnipotens sermo tuus de cælo a regalibus sedibus,

durus debellator in mediam exterminii terram prosilivit,

(14) “조용한 침묵이 모든 것을 휘감고

밤이 자신이 가야 할 여정의 한 가운데를 취했을 때,

(15) 하늘에서 온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당신의 왕좌에서 뛰어 내려왔다.

그것은 모든 것을 멸절하려는 땅가운에 임한 강력한 용사같았다.”

에카하르트는 라틴어로 기록된 성서 본문을 쉬운 독일어로 번역하였다. 그리고 이 본문을 예수의 탄생과 연결시켜 알레고리고 설명하였다. 그가 위 본문에서 집중한 단어는 ‘전능한 말씀’이란 의미를 지닌 ‘옴니포텐스 세르모’다. 그는 이제 이 ‘전능한 말씀’이 하늘 보좌에서 뛰쳐나와 어디로 갔는지 설교할 참이다. 그는 신기하게도 예수의 탄생을 설명하면서, 마리아, 요셉, 티베리우스 황제의 호구조사, 마굿간, 목자들, 천사들 혹은 동방박사과 같이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전능한 말씀’을 이렇게 설명한다.

“침묵의 한 가운데인 내 안에서 비밀스런 말씀이 들렸습니다.

어디가 침묵이고 어디가 말씀이 들리는 장소입니까?

제가 지금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곳은 영혼이 작동하는 가장 순수한 곳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기반이 되는 가장 숭고한 부분입니다.

영혼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인 영혼의 본질입니다.”

에카하르트는 예수의 탄생은 ‘영원한 탄생’으로 설명한한다. 하느님이 이 땅에 오신 사건은 예수라는 인물에 만 국한되지 않는다. 혹은 빵고 포도주를 동반한 성만찬에서만 신이 임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원한 탄생’이란 신을 수용하려고 충분히 준비하고 간절히 염원하는 신도의 영혼으로 중간에 인간, 경전, 혹은 의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입장하는 명백한 현존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빵과 포도주를 예수의 살과 피로 변화시킬 중개자 사제가 필요하지 않다. 혹은 성서나 교리를 알기쉽게 가르칠 수사나 수녀가 필요하지 않다. 영적인 준비된 신도는 누구나, 자신의 영혼에서 신의 탄생을 경험할 수 있다.

그의 강론을 들은 신도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예수가 승천한 후, 신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예수의 직계 사도들이나, 그런 훈련을 받는 사제들이라고 배웠다. 에크하르트의 주장은 전혀 달랐다. 신의 진정한 경험은 환상, 특별한 능력, 기적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 경험은 성별된 성소나 의례를 통한 예배도 아니었다. ‘영원한 탄생’이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적절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이며 영혼이다. 그 영혼은 자기 아집과 욕심을 흘려보내는 용기다. 심지어 신에 대한 교리와 신의 형상이나 묵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허심이다.

그는 다시 이렇게 강론한다:

“여러분이 여러분 안에서 합일을 이끌어 내고

여러분들이 준수하던 행위들과 형상들을 잊어버리고,

이 피조물들과 형상들로부터 멀리 가면 갈수록,

여러분들은 ‘영원한 탄생’으로 더 가까이 가고,

더 쉽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침묵의 한 가운데서’ 신은 당신의 영혼 안에서 등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강론은 그리스도교 역사를 통해, 성당 안에서 선포된 적이 없는 내용이다, 에크하르트는 40년의 묵상과 공부를 연마한 후에, 존경받는 수도승이자 신학자가 되어. 당대 가장 유명했던 성당에서 자신의 영적인 철학은 일반 신도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이다. 그는 여느 사제들처럼 ‘외면外面’에 대한 것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내면內面’을 강조하였다. 그에게 구원은 선행이나 회개가 아니라 숭고한 자기-내면의 발견이었다. 그가 이단적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종교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런 후 상소하였지만 끝내 생을 마감하였다.

에크하르트의 사상은 종교적이지 않고 영적이다. 그의 사상은 선불교학자, 수피 무슬림교도, 아드바이타 베단타 힌두교인, 유대 카발라 신비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무신론자인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장 폴 사르트르, 그리고 심리학자 칼 융뿐만 아니라 현대 작곡가 존 케이지와 존 아담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사상은 중세시대를 넘어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이끄는 마음 혁명의 씨앗이다. 코로나 시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그리스도교가 새로운 생존전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상이다.

바이에른 바드 베리쇼펜 크나이프가에 있는 한 공원에서 에크하르트가 책을 펴고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Die wichtigste Stunde ist immer die Gegenwart,

der bedeutendste Mensch immer der, der dir gerade gegenübersteht,

und das notwendigste Werk ist immer die Liebe.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항상 현재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과 당장 마주한 사람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항상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