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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렌 스타인 스타델 동굴과 사자-인간>
2022.3.1. (火曜日) “사인獅人”
지금은 멸종된 맘모스 어금니 상아로 정성스럽게 다듬어 만든 인형이 하나이다. 머리는 사자이고 몸은 완벽한 인간이다. 나는 이 사자-인간 조각을 ‘사인獅人’이라고 부르고 싶다. 가만히 숨을 가다듬고 이 조각상을 응시해보라. 사자는 고개를 떨구고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찾는다. 머리를 들고 저 하늘을 수놓은 별을 볼 리가 없다. 그러나 이 사인 조각상은 하늘의 별을 응시하고 있다. 두 팔과 손을 가지런히 몸에 밀착시키고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 안정된 자세를 취했다.
이 조각상은 4만년전 작품이다. 구석기 시대 빙하기에 생존한 한 예술가의 작품이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이 아니나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 신비한 존재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그 조각상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깊은 동굴洞窟에 은닉시켰다. 독일의 동부 ‘스바비안 유라’는 가파른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려있다. ‘사인’은 이곳에 위치한 ‘홀렌스타인 스타델Hohlenstein-Stadel’에서 1939년에 발견되었다. ‘홀렌’이란 독일어는 ‘텅 빈’이란 의미이고 ‘스타인’은 ‘바위’란 의미다. 그리고 ‘스타델’은 ‘헛간’이란 뜻이다. 그녀는 홀로 이곳에 올라와 태양을 관찰하고 바람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산을 다니는 사자도 보았다. 그녀는 이 구별된 공간에서 인류 최초의 예술작품은 ‘사인’을 조각하기 시작하였다.
인류가 이 기묘한 절벽과 동굴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은, 거의 4만년이 지난 시점인 19세기 말이다. 독일 고고학자들은 낭만주의에 심취하여, 인류의 기원이 될 단서를 찾으러 이 깊은 동굴에 들왔다. 철학자 니체가 말한 자기극복을 실현한 ‘초인’의 흔적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1939년 지질학자 오토 뵐찡(Otto Völzing)이 이 동굴에서 200개 이상 맘모스 어금니 상아조각을 발견했다고 일지에 기록했다. 히틀러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고고학자들은 자신들이 발굴한 상아조각들을 연구할 수 없었다. 다시 흙으로 덮어 후대인의 손길을 기다렸다.
인간이 이 동굴洞窟에서 인간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보물들’을 발견發見하고 발굴發掘했지만, 이 유물들이 무엇을 의미하지 연구硏究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발현發顯시키지 못했다. 고고학자들은 발견 당시,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사인獅人 조각상을 다른 뼈들과 함께 별다른 언급도 없이 상자에 아무렇게나 보관했다. 그 근처 울름Ulm 박물관 보관실에서 30년간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상자 속에 잠자고 있었다.
이 사인을 깨운 사람이 있었다. 1969년 독일 튀빙겐대학 고고학자 야오킴 한(Hahn)이다. 그가 없었다면 사인을 제작한 조각가의 작품과 천재성이 영원히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은 언제가 호기심을 지닌 한 사람을 선택하여 자신의 비밀을 슬며시 알려준다. 한은 상아조각들이 가득한 상자들을 꺼내 책상에 늘어놓았다. 어린 아이처럼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일정한 모양으로 완성하지 못해, 그는 박물관 유물함에 다시 담아놓았다.
고고학자 한은 거의 40년이 지닌 시점인, 2008년부터 이곳을 다시 발굴하기 시작하기 시작하였다. 2011년에 조각상 등 부분에 해당하는 두 조각을 발굴해 맞추어 보니 완벽한 형상으로 부활하였다. 조각조각 맞춰 보니, 놀랍게도 사자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인형이었다. 몸에 남아있는 붉은색을 탄소 연대 측정방법을 통해 측정한 결과, 그 제작연대가 놀랍게도 기원전 4만 년이었다. 그는 이 조각상을 독일어로 ‘뤠벤멘쉬(Löwenmensch)’ 즉 ‘사인獅人’이라 불렀다. 현재 독일 울름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사인獅人은 유인원homo라는 학명을 지닌 동물이 창조한 최초의 예술작품이다. 인류의 위대한 조각가 미켈란젤로, 로댕, 그리고 자코메티는 사인獅人을 조각한 무명 조각가의 창조 DNA를 물려받는 자들이다. 높이 31.1㎝, 너비 5.6㎝, 그리고 두께가 5.9㎝나 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이 조각상 아랫배에 튀어나온 부분을 남근이라고 해석하거나 혹은 이 부분을 여성의 둔부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갈기가 없는 머리를 근거로 암사자의 모습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당시 동굴에 표현된 숫 사자들도 갈기가 없는 경우가 많아 암사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아니 남성과 여성을 초월하는 원형이다. 이 조각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 최초의 상징象徵 예술작품이다.
상상해 보자. 한 조각가가 자신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동물을 재현하기 위해, 맘모스 어금니 상아를 가져다 적당히 잘랐다. 31cm정도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석기 칼로 상아에 붙어있는 털과 살을 떨쳐내고 다듬었다. 딱딱한 맘모스 상아 어금니를 다듬는 작업은 예술적인 안목뿐만 아니라, 인내, 몰입,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같은 동굴에서 발견된 비슷한 크기의 상아어금니와 그 주변에는 그것을 둘러싼 살과 얇은 뼈를 긁어낸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예술가는 다양한 크기의 돌망치와 부싯돌을 조심스럽게 쪼아내고 베껴냈을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상아를 만드는 과정은 적어도 370시간 이상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녀는 사인을 조각하기 위해 적어도 수개월이 필요했다.
기원전 40,000년, 빙하로 덥혀있던 유럽에서, 인류 조상들을 대부분 하루 하루 연명하며 살았다, 맘모스와 같은 거대한 동물들을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한 전략을 밤새 세웠을 것이다. ‘사냥과 채집’이란 산업은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었다. 낮에는 맘모스나 순록과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저녁에서 불을 피워놓고 밤잠을 설치며 사나운 동물의 침입을 막아야했다. 그러나 한 예술가가 있었다. 그들은 당장 머리로 이해할 수 없지만, 입으로 말할 수 없지만,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실마리가 그녀의 예술작업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는지 모른다. 이 창조적인 소수가 없다면, 그 공동체는 약육강식만인 선인 야만사회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 동굴에서는 뼈로 만든 도구들, 사슴뿔, 구슬과 동물 치아를 엮어 만든 목걸이도 발굴되었다. 이 조각상이 발견된 곳은 아마도 보물창고였거나 중요한 의례를 행하던 장소였을 것이다. 반수반인은 신화에서 인간세계와 동물세계를 자주 드나드는 샤먼으로 등장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문화가 등장하면서 예술이 나타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샤먼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사후세계와 동굴세계를 동경하게 되었다. 근처 홀레 펠스(Hohle Fels)라는 동굴에선 풍요의 상징인 비너스 여신상도 발굴되었다.
그녀는 왜 사자-인간을 조각했을까? 나는 그 실마리를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찾았다. 니체는 초인을 수련하는 인간이 거쳐야 할 세 단계를 언급한다: 남이 부과賦課한 일을 하는 ‘낙타’의 단계, 자신이 하고 싶을 일을 의지를 가지고 자유自由롭게 추진하는 ‘사자’의 단계,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沒入하는 ‘어린아이’의 단계다. 사자의 삶의 방식을 ‘의지’다. 낙타가 사자가 되면, 남들이 부과한 짐을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임무를 찾아, 그것을 행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그것이 자신의 임무가 된다. 그러나 사회는 그런 사자인간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용으로 등장하는 사회는 규범, 관습 심지어 법을 만들다. 그리고 사자에서 “너는 이런 것을 지켜야한다”라고 호통친다. 사자가 용을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세 번째 단계인 ‘어린아이’가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는 순진하고, 주이를 망각하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새로운 시작이며, 그것은 일이 아니라 놀이이며, 그 놀이는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바퀴와 같다. 한마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거룩한 긍정’의 힘으로 순간을 산다.
이 무명의 조각가는 니체가 말한 ‘사자’에서 두발로 걷는 어린아이가 되는 과정을 조각하였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정하여 매일 매일 몰입하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것을 조각한 예술가는 생존에 관련된 다른 일들로부터 해방되어 사인獅人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고, 공동체는 그의 작업을 허용한 것이다. 이 허용이 인류를 유인원이었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로 변신-변형시켰다. 사인獅人은 3만년 후에 등장한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단지 입구 지키고 있는 스핑크스처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전 입구를 지키는 라마수라는 괴물처럼, 삶과 죽음, 일상과 거룩, 밝음과 어둠의 경계를 지키고 있었다.
‘홀렌스타인 스타델’은 인류 최초의 신전이었고 사인獅人은 동굴 맨 안쪽에 마련된 특별한 제단에서 올라, 저 멀리 빛이 침투에 들어오는 입구入口를 응시했다. 사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 동굴로 들어와 자신을 응시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 두발로 우뚝 서시겠습니까? 당신의 눈을 자신이 찾은 하늘에 별에 사자처럼 두시겠습니까? 어린아이처럼, 그 별을 찾아 매일 매일 정진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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