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6. (木曜日) “풀베기”
요즘 들판은 농부들이 일년동안 땀 흘려 가꾼 농작물들의 진열장이다. 며칠 전 까지만해도, 우두커니 서 있던 들깨 줄기가 일렬종대로 누워있다. 요 며칠 농부는 가족들과 함께 들깨 줄기를 베어 가지런히 정렬시켰다. 농가주택 앞에 있는 조그만 마당이 자신의 임무를 마친 들깨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누웠다. 지난 봄, 농부는 오늘을 상상하며 들깨 씨를 뿌렸다. 여름 소나기와 작열하는 햇빛, 그리고 농무와 이슬을 견딘 들깨는 이제 자신의 몫을 다하고 농부의 낫을 기대려왔다. 마침내 자신의 임무를 마친 들깨가 자신들을 보호하던 잎들과 함께 농부 손에 쉰 낫의 숙련된 움직임을 통해 자신이 고향인 땅에 차분하게 누웠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14행 소넷트sonnet 형식을 빌어 ‘모우잉’mowing 즉 ‘풀베기’라는 시를 썼다. 그가 1913년에 출간한<소년의 의지> 시집에 실린 시다. 그는 오랫동안 뉴햄프셔 주 데리 농장에 손과 발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며, 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경험한 농부로 살았다. 그는 1914년 친구 시드니 콕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풀베기>를 자기 삶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라고 자평하였다.
소넷트는 ‘옥타브’octave라고 불리는 8행과 ‘세스텟sestet’이라고 6행으로 구성된다. 셰익스피어가 즐겨사용하는 형식이다. 특히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는 옥타브와 세스텟를 구별하는 9행은 발화자의 주제의 변화시킨다. 학자들은 9행을 ‘볼타’volta라고 부른다. 다음은 <풀베기>의 전문과 번역이다.
Mowing
Robert Frost
from A Boy’s Will (1913)
풀베기
로버트 프로스트
1-4행
There was never a sound beside the wood but one,
숲에서 나는 소리는 결코 이 하나 밖에 없습니다.
And that was my long scythe whispering to the ground.
나의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습니다.
What was it it whispered? I knew not well myself;
무엇을 속삭이고 있는 걸일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Perhaps it was something about the heat of the sun,
아마도 태양의 열에 관한 어떤 것이거나.
(어휘)
*scythe 명사 ‘자루 손잡이가 큰 낫’
An implement consisting of a long, curved single-edged blade with a long handle, used for mowing or reaping. cf. sickle ‘작은 낫’
*whisper 동사 ‘속삭이다’
To say or tell privately or secretly.
(해설)
숲에서 나는 소리는 무엇인가? 바람 소리인가 아니면 태양광선의 소리인가? 시인은 그 소리는 외부의 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긴 낫이 풀을 벨 때, 나는 소리라고 말한다. 낫은 마치 인간처럼, 땅에 대로 속삭인다. 낫은 농부들이 사용하는 농기구다. 농부가 손으로 쥐는 긴 나무막대가 있고 그 끝에는 밖은 무디고 안은 날카로운 날이 부착되어있다. 농부는 낫을 가지고 풀을 효과적으로 자르기 위해, 땅과 평행이 되게 움직인다. 낫을 함부로 휘두르면 큰 사고가 난다. 시인은 낫이 풀을 낳은 땅에 속삭이고whisper 있다고 말한다. '속삭이다‘라는 단어는 낫의 움직임이 위험이라기보다는 부드럽고 정교하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왜 낫은 땅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가? 낫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태양열 때문에 생긴 망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5-8행
Something, perhaps, about the lack of sound—
아마도 소리의 부재에 관한 어떤 것일 것입니다-
And that was why it whispered and did not speak.
그래서 말하지 않고 속삭였나 봅니다.
It was no dream of the gift of idle hours,
그것은 게으른 시간이 선물한 꿈이 아닙니다.
Or easy gold at the hand of fay or elf:
혹은 요정들이 손쉽게 만든 금도 아닙니다.
(어휘)
*fay 명사 ’요정‘ (fairy) (<*bhā ‘구분하다; 나누다’)
An imaginary being in human form, depicted as clever, mischievous, and possessing magical powers. (<Middle English fairie, fairyland, enchanted being, from Old French faerie, from fae, fairy, from Vulgar Latin *Fāta, goddess of fate, from Latin fāta, the Fates, pl. of fātum, fate; see FATE 운명 <*bhā ‘구분하다; 나누다’)
*elf 명사 ‘요정’ (<*albho ‘흰색’)
A mythical creature in human form but usually smaller, often considered mischievous.
(해설)
시인은 한 여름에 이렇게 조용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이 침묵은 큰 낫에서 나오는 소리만큼이나 신비한다. 그가 낫의 속삭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주위가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주위가 시끄럽다면, 그는 속삭임이 아니라, 상대방과 명확하게 소통하기 위해 분명히 말을 건냈을 것이다.
시인이 사용한 ‘소리의 부재’는 엘리야가 시내산 동굴에서 들은 ‘콜 더마나 다까 קול דממה דקה’, 즉 ‘섬세한 침묵의 소리’와 같다. 소리는 침묵이 낳은 자식일 수 밖에 없다. 그는 농부의 노동이 ‘게으른 시간이 선물한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풀베기’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고 쉬운 일과 같지만, 일년내내 집중해야하는 신체, 정신, 그리고 영혼을 헌신해야하는 일이다. 풀베기는 또한 요정의 갑자기 나타나 선물해 주는 ‘손쉬운 금’도 아니다. 그가 시를 쓰는 시작詩作은 노동이다.
9-12행
Anything more than the truth would have seemed too weak
진실이상의 어떤 것도 그것을 표현하기에 너무 약합니다.
To the earnest love that laid the swale in rows,
줄지어 선 늪지에 누워 있는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기엔),
Not without feeble-pointed spikes of flowers
연약한 꽃봉우리, 즉 창백한 난초를 (표현하기엔)
(Pale orchises), and scared a bright green snake.
그리고 질겁한 번쩍이는 녹색 뱀을 (표현하기엔)
(어휘)
*truth 명사 ‘진리’
That which is considered to be the ultimate ground of reality.
(Middle English trewthe, loyalty, from Old English trēowth; see deru- in the Appendix of Indo-European roots)
*swale 명사 ‘풀이 무성한 저습지’
A low tract of land, especially when moist or marshy.
<from Middle English, shade, perhaps of Scandinavian origin; akin to Old Norse svalr, cool
*orchis 명사 ‘난초’
A pale to light purple, from grayish to purplish pink to strong reddish purple
<Any of various temperate orchids of the genus Orchis and related genera, having yellow or purple, sometimes spotted flowers.[Latin, orchid; see ORCHID.]
(해설)
시인은 자신의 시작을 ‘풀베기’와 비유하면서 세상에 관한 망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작은 ‘진실’이란 단어를 통해 표현하기에도 너무 약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진실’이상이다. 이 진실은 예수가 빌라도 앞에서 말한 자신의 목숨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는 빌라도에게 ‘나는 진리를 위해 순교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한다. 빌라도는 예수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그에게 ‘진리는 무엇인가?’라고 묻지만, 예수는 침묵한다. 진리는 말을 통해 전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단순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작을 농부가 한 여름에 풀베기라는 노동하여 저 습지에 누워있는 풀들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을 철학이나 신학에서 말하는 ‘진리’안에 담기는 너무 약하고 부족하다. 자신이 길가에서 발견한 연약한 꽃봉우리를 간직한 창백한 난초, 그리고 농부의 낫소리에 놀라 소스라치게 도망가는 녹색 뱀의 모습과 심정을 누가 글로 담을 수 있는가?
프로스트의 시는 고상한 신에 관한 이야기나 피안 세계에 대한 진리가 아니다. 풀베기와 같은 일상, 세속적인 것에 대한 애씀이다. 그는 일상의 모든 것을 시작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이 바로 신적이란 사실을 알길 바랄 뿐이다. <우파니샤드>에 등장하는 구절 tat tvam asi(तत् त्वम् असि) 처럼, ‘당신이 그것이며, 당신 지금-여기에서 하는 노동이 신이고 우주다’.
13-14행
The fact is the sweetest dream that labor knows.
사실은 노동이 아는 가장 달콤함 꿈입니다.
My long scythe whispered and left the hay to make.
저의 긴 낫은 속삭였고, 그것은 건초를 남겼습니다.
*know 동사 ‘알다’
To perceive directly; grasp in the mind with clarity or certainty.
([Middle English knouen, from Old English cnāwan;<*gnō-)
*labor 명사 ‘노동’
Physical or mental exertion, especially when difficult or exhausting; work.
(Middle English, from Old French labour, from Latin labor.])
*hay 명사 ‘건초’
Grass or other plants, cut and dried for fodder.
(<*kaw ‘자르다’hew)
(해설)
시인은 마지막 두행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건낸다. 시를 쓴다는 것을 농부의 풀베기와 같은 노동만이 아는 가장 달콤한 꿈이다. 이제 농부의 긴 낫이 속삭인다. 노동을 통해 밭 위에 진열된 건초가 그 대가다. 시인에게 진리는 저 누워있는 건초다. 농부가 긴 낫과 하나가 되어, 건초를 남겼듯이, 시인은 노동을 통해 시를 남긴다.
사진
<누어있는 들깻잎 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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