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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후 10세기 엘렙포 코덱스>
여호수아 1.1
기원후 10세기
2022.1.9. (日曜日) “편집자編輯者 노트”
인류역사상 <창세기> 2장 4절만큼, 편집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등장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기원전 4세기경 구약성서, 아니 적어도 <창세기>를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형태로 최종 결정한 편집자編輯者가 자신이 마지막으로 편집했다는 흔적이 뚜렷하게 남겨 놓았다. 그 편집자는 당시 우주창조와 인간창조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였다. 나라를 잃고 절망에 빠진 유대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주기 위해, 우주창조이야기를 경전의 맨 처음에 배치하였다. 그 행위는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인류가 달나라와 화성 탐험을 한 시도와 유사하다.
그녀는 창조이야기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배열하면서, 자신의 ‘편집자 노트’를 <창세기> 2장 4절에 뚜렷이 남겼다. 4절 전반은, 기원전 6세기 창조이야기이며 4절 후반절은 기원전 10세기 창조이야기다. 다음은 그 구절에 대한 히브리 원문과 그 번역이다.
<창세기> 2장 4절 전반 (A)
אֵ֣לֶּה תֹולְדֹ֧ות הַשָּׁמַ֛יִם וְהָאָ֖רֶץ בְּהִבָּֽרְאָ֑ם
ʾēlle(h) tôlǝdôt haš-šāmayîm wǝ-hāʾārṣ bǝhibbārǝʾām
엘레 톨러돗 하샤마임 워-하아레츠 버-힛바러암
“이것이(앞에서 말한 창조이야기) 그것들이(우주)가 창조되었을 때, 하늘과 땅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창세기> 2장 4절 후반 (B)
בְּיֹ֗ום עֲשֹׂ֛ות יְהוָ֥ה אֱלֹהִ֖ים אֶ֥רֶץ וְשָׁמָֽיִם׃
bǝyôm ʿăśôt Yahweh ʾĕlōhîm ʾereṣ wǝšāmāyim
버욤 야솟 엘로힘 에레츠 워-샤마임
“야훼 하나님께서 땅과 하늘을 만드실 때”
편집자는 이 구절에서 자신이 편집중인 우주창조에 관련된 기원전 6세기 문헌 A (<창세기> 1장1절-2장 4절 전반절)와 기원전 10세기 문헌 B(<창세기> 2장4절 후반절-2장 25절)를 절묘하게 하나로 엮었다. 이 두 구절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I. 신명:
A ‘엘로힘’ (하느님; God)
B. ‘야훼 엘로힘’ (주 하느님; The Lord God)
II. ‘창조하다’라는 동사
A. ‘바라’ (사제가 희생제사에 사용하던 용어로 ‘정성스럽게 잘라내다’)
B. ‘아사’ (‘만들다’라는 의미를 지닌 가장 흔한 동사)
III. ‘하늘과 땅’, 즉 우주를 표현하는 방법
A. ‘하늘과 땅’
B. ‘땅과 하늘’
먼저, 신명이 다르다. A저자(<창세기> 1장1절-2장 4절 전반절)는 기원전 6세기 이후 바빌로니아가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당시 유대민족의 왕족, 귀족, 사제, 그리고 지식인들을 바빌론으로 데리고 간 포로들 중에 한명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과 유대가 신봉한 ‘야훼 하느님’이 바빌론이 신봉한 ‘마르둑신’에서 패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고대사회에서 두 민족 간의 전쟁은 이 두 진영이 모시는 신들과의 대결이었다. A저자는 전쟁에서 패배한 이스라엘 고유신명인 ‘야훼’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신’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용어였던 ‘엘로힘’을 사용한다.
B저자는 기원전 10세기경 예루살렘에 생존했다. 미국 문학비평가인 헤롤드 블룸은 그 문체를 통해 B저자를 여성으로 추정하였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을 중심으로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이집트, 바빌론, 아시리아가 국내정치문제로 지중해 연안 조그만 신생국가인 이스라엘의 정치에 예전만큼 개입하지 않았다. B저자는 자신들의 창조신화를 기록하면서, 고유한 신명인 ‘야훼 엘로힘’을 사용한다. ‘야훼 엘로힘’은 ‘야훼가 신이다’라는 의미다. 야훼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인들에게만 계시한 용어다.
두 번째, ‘창조하다’라는 의미의 동사가 다르다. A저자는 사제가 분명하다. 그가 사용한 동사 ‘바라’는 유대절기에 신에게 드리는 희생 제사의식에 등장하는 특별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희생제의를 주도하는 제사장에 신에게 바칠 양의 각을 뜨고 살점을 발라내, 태워, 그 연기를 신에게 올린다. 희생물을 태워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행위를 나타내는 히브리어 명사 ‘올라’(ʿôlā(h))는 ‘희생물을 완전 연소하여 그 연기를 신에게 올리다’란 의미다. 영어로는 ‘전체를 태우다’란 의미를 지닌 holocaust로 번역되었다.
B저자는 ‘창조하다’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가 사용한 ‘아사’라는 동사는 히브리어에서 ‘만들다’ 혹은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가장 흔한 동사다. 영어단어 make나 do와 같다. 그녀는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순수한 작가였을 것이다. 신이 이스라엘과 그 백성에게 일상에서 복을 주고 있다고 믿었다. 그 신은 우주를 말로 창조하지 않고, 직접 이 세상으로 내려와 군주처럼 정원을 거닐고, 인간을 자신의 손으로 진흙을 떠다 만들고 그 코에 입김을 불어 넣은 정도도 가까운 존재다. 신은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신인동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아사’라는 동사는 북서 시아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라스 샴라에서 기원전 14세기에서 11세기에 사용한 북서셈어 우가리트어(𐎓𐎌𐎊/ʿšy)에서만 발견되었다.
세 번째, 편집자는 ‘우주’를 의미하는 ‘하늘과 땅’이란 표현에서 두 단어의 순서를 바꿨다. A저자는 ‘하늘과 땅’이라고 표현하지만, B저자는 이 두 단어를 도치하여 ‘땅과 하늘’이라고 표현한다. 편집자는 <창세기> 2장 4절에서 적어도 500년정도 차이가 있는 서로 다른 의도를 지닌 창조이야기 판본을 나란히 배열하였다. 기원전 10세기 창조이야기인 B판본을 먼저 배치하지 않고, 기원전 6세기 창조이야기로 모세오경과 성서를 시작하였다. 이 편집자가 이렇게 창조이야기를 배열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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