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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
2022.1.29. (土曜日)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만한가? (1): 그(녀)는 스스로를 신뢰信賴할 수 인간인가?”
대선이 꼭 사십일 남았다.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섰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대통령 모습을 정파에 상관없이 쓰고 싶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글이다. 오래전에 쓴 글을 다시 다듬어 올린다.
우선 걱정부터 앞선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대선 후보들의 상대 후보에 대한 비상식적인 험담과 폄하를 다시 오랫동안 듣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왔지만, 이들의 언행은 우리 국민의 평균이자 내가 감추고 싶은 나의 민낯 수준이라 창피하다. 누가 과연 리더인가?
리더는 장엄莊嚴하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을 오랜 고민을 통해 알아내고, 그 일을 대중에게 감동적인 연설로 설득하고, 대중과 함께 과업을 완수한다. 그(녀)가 비범한 이유는 당면한 문제를 남들보다 깊이 그리고 넓게 몰입하여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문제에 직면할지라도, 참신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반인은 하나를 보았지만, 그는 자신만의 구별된 시간과 공간에서 심오한 삼매경으로 진입하여, 하나가 아니라 둘, 셋, 아니 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태권도 수련을 수년 동안 해온 사람과 같다. 초보자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한두 가지 품세로 방어하지만, 유단자는 가장 적절하고 간결한 품세를 알고 있기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리더의 일상은 갈림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주저하며 어렵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측근이나 대중으로부터 오해를 받는다. 그에게 분명하고 쉬운 해결책은 없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연결된 해결책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이라고 우기지만, 리더는 모두가 양보할 수 있는 차선이나 차차선을 제시하고, 인내를 가지고 친절하게 대중을 설득한다.
리더의 주저와 오해를 잘 드러낸 시가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라는 미국 시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시를 낭송하였지만, 최근에 새롭게 읽었다. 오 행씩 네 단락으로 구성된 시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두 길이 노란 숲에 갈라져 있었다.
두 길 모두 갈 수 없어 섭섭했다.
한 길을 가야 한 여행자로, 한참 서 있었다.
나는 볼 수 있는 데까지 내려다보았다.
그 길이 덤불로 굽어져 가는 곳까지."(1-5행)
리더는 똑같이 좋아 보이는 두 길 중 한길을 택해야 한다. 그는 언제나 한길을 택해야 하는 궁지 속에서 산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한참 서 있기', 즉 주저다. 그리고 남들이 볼 수 없는 저 아래 가시덤불 굽어진 곳까지 볼 수 있는 인내와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곳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모세는 그런 가시덤불에서 신을 만났고 원효는 그런 동굴에서 깨우쳤다. 프로스트가 사용한 영어단어 'undergrowth'(덤불)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염두에 두지 않는 하찮은 장소다. 리더는 그 장소에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발견한다. 리더는 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6-10행은 그 결단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 후, 나는 똑같이 좋아 보이는 다른 길을 취했다.
그 길이 아마도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풀이 많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내가 그 길로 간다고 할지라도
그곳으로 지나가는 것이 별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6-10행)
리더의 일상은 불확실한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에게 중요한 덕목이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자기 신뢰가 있어야 한다. 미국 초월주의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자신을 신뢰하십시오. 모든 심장은 당신의 강철 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전율합니다.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당신의 마음의 고결함보다 거룩한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리더가 자신의 거울을 보고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다'고 고백할 수 있느냐다. 리더인 척 하는 사람들은 대중에게 아부하고 그들의 인정이 자신이라고 착각한다. 그런 리더는 언제든지 무대에서 쫓겨날 수 있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늦은 저녁 가만히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리더를 보고 싶다. “우리 후보자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보고 과연 신뢰할 만한 인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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