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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9. (木曜日) “호흡呼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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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들풀>


2021.12.9. (木曜日) “호흡呼吸”

등산은 내가 살았다는 증거를 쉴새 없이 상기시켜준다. 등산로 계단은,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다리근육은 당기고 숨을 가쁘게 내몰게 만든다. 몸 깊숙이 가운데 자리를 잡은 심장은 쿵쾅 소리를 내면, 연신 피를 온몸에 보낸다. 저녁이면 피곤하지만 아침이면 부활하는 이 몸뚱이는 나의 정신과 영혼을 담은 거룩한 그릇이다. 산 중턱에 올라가 숨을 고르니 뿌리가 거의 뽑힌 들풀이 겨울 바람에 흔들거린다. 이 바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은 아니지만, 뺨으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이다.

기원전 10세기경, 한 유대 저자는 인간 창조를 다음과 같이 상상하였다. 신은 인간을 지상에서 가장 흔한 재료인 흙으로 빚었다. 사실 지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시간이 지나면 흙으로 돌아 간다. 신은 그 흙머미에 특별한 행위를 한다. 그 모형에 호흡을 불어넣으니, 그 흙더미가 생기를 찾아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살아있는 존재’라는 히브리어 표현인 ‘네페쉬 하야’nepesh hayya다. 네페쉬는 몸, 정신, 그리고 영혼을 모두 포함하는, 이것들을 구분하지 않는 총체. 몸이 없는 정신이 있을 수 없고, 정신이 없는 영혼도 불가능하다. 다시 몸은 영혼과 정신이 깃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미국의 초월주의 음유시인 윌트 휘트먼은 인간의 자유를 가두는 일체의 장치를 거부한다. 인류가 자랑하는 문화와 문명도, 인간의 정신을 가둘 순 없다. 휘트먼은 <자기自己를 위한 노래> §1에서 자신의 몸 밖에 있는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몸, 즉 자기 자체를 숭배하고 찬양하라고 노래한다. §2에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류가 자랑하는 문학이 인위적인 냄새인 ‘향수’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향수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액체가 아니라, 증류를 통해 얻어낸 인위적인 정수精髓다. 그 정수를 내가 창조하거나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주어졌거나 강요된 것이다. 그 자기는 바로 나의 육체와 육체의 활동이다.

휘트먼은 인류의 철학과 종교, 그리고 그 사상을 담은 고전과 경전까지도 세상을 보는 직관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걸러진 왜곡된 ‘향수’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 향수가 사회에 만연하여 우리에게 점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그 냄새에 취해, 그것이 좋은지 혹은 싫은지조차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중독이다. ‘중독시킨다’라는 영어단어 ‘인탁시케이트’intoxicate는 그것이 ‘독’toxic인줄 모르고 오랫동안 노출되다가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다.

휘트먼은 우리에게 그런 감금에서 지금, 당장 도망치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오감으로 온전히 느끼는 것만이 참이며, 증류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공기를 깊숙히 들이마시고 다시 온전히 내뱉으라고 조언한다. 그에게 시를 창작하도록 돕는 뮤즈는, 저 천상의 신이 아니라, 자신의 헐떡이는 호흡이라고 주장한다. 호흡이 상징하는 몸의 활동만이 그에게 영감이다. 영감은 정신이나 영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신체에서 나온다. 니체는 분명 휘트먼의 이런 주장을 읽었을 것이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권 §4 “육체를 경멸하는 자들에 관하여”에서 ‘영혼은 육체에 깃들여 있는 어떤 것에 대한 이름이다.Seele ist nur ein Wort für ein Etwas am Leibe’라고 말했다.

휘트먼의 시는 자신의 입김에서 나오는 연기다the smoke of my own breath. 그 입김은 다시 대기 속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입자인 원자이며, 그 원자는 너와 나, 신과 인간,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지 않는 공통분모다. 이 시는 그의 폐이고 심장이며, 그의 손이며 성기다. 그 공기가 폐에서 그의 피에 산소를 공급하고 그것을 뇌로 올리고 몸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글을 머리가 아닌 신체로 쓴다.

휘트먼은 시를 읽고 해석하는 기술을 섭렵했다고 주장하는 식자들을 나무란다. 그는 우리에게 그런 자들의 해석을 듣기보다는, 비밀이 없고 자연과의 만남을 촉구하는 자신의 시를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그가 이 시에서 쓴 단어들은, 자신의 몸에서 용솟음친 트림이며, 울음이고 웃음이다. 독자가 휘트먼의 시를 이해하기 위한 여과기는 독자 자신이다. 여기 월트 휘트먼의 <자기를 위한 노래> §2의 원문과 번역이다. 나에게 언제나 힘과 용기와 힘을 주는 구절들이다.

Houses and rooms are full of perfumes,

the shelves are crowded with perfumes,

I breathe the fragrance myself and know it and like it,

The distillation would intoxicate me also,

but I shall not let it.

집들과 방들은 향수香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선반은 향수들로 혼잡합니다.

저는 자신이라는 향기香氣를 들이마시고, 그것을 알고 좋아합니다.

그 증류수 또한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나,

저는 그렇게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The atmosphere is not a perfume,

it has no taste of the distillation, it is odorless,

It is for my mouth forever,

I am in love with it,

I will go to the bank by the wood and become undisguised and naked,

I am mad for it to be in contact with me.

대기는 향수가 아닙니다.

그것은 증류수 기미氣味가 없습니다. 그것은 무향입니다.

그것은 영원히 내 입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그것과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저는 숲을 지나 강둑으로 가서 숨김없이 벌거벗을 것입니다.

저는 나와 접촉하는 것에 미쳐있습니다.

The smoke of my own breath,

Echoes, ripples, buzz'd whispers,

love-root, silk-thread, crotch and vine,

My respiration and inspiration,

the beating of my heart,

the pass-ing of blood and air through my lungs,

The sniff of green leaves and dry leaves,

and of the shore and dark-color'd sea-rocks,

and of hay in the barn,

The sound of the belch'd words of my voice

loos'd to the eddies of the wind,

A few light kisses, a few embraces,

a reaching around of arms,

The play of shine and shade on the trees

as the supple boughs wag,

The delight alone or in the rush of the streets,

or along the fields and hill-sides,

The feeling of health, the full-noon trill,

the song of me rising from bed and meeting the sun.

제 입김에서 나오는 연기,

메아리들, 물결들, 소곤소곤 말하는 속삭임들

미나리, 명주실, 아귀와 덩굴

저의 호흡과 영감, 내 심장의 박동 소리, 제 허파를 통과하는 피와 공기

초록 잎사귀와 마른 잎사귀 해안과 짙은 색을 띤 바다 바위 그리고 헛간 속 건초의 냄새를 맡는 것,

내 목소리가 내 뱉은 소리가 바람의 소용돌이 속에서 흩어지는 것,

몇 번의 가벼운 입맞춤, 몇 번의 포옹, 팔로 감싸는 것.

나긋한 가지가 흔들일 때 나무에서 노니는 빛과 그림자

혼자, 혹은 부산한 거리에서 혹은 들판이나 언덕배기에서의 즐거움

건강하다는 느낌, 대낮의 떨림, 침대에서 일어나 태양을 맞이할 때 부르는 나에 관한 노래

Have you reckon'd a thousand acres much?

Have you reckon'd the earth much?

Have you practis'd so long to learn to read?

Have you felt so proud to get at the meaning of poems?

그대는 천 예이커가 크다고 여겼습니까?

그대는 이 대지가 크다고 여겼습니까?

그대는 읽기를 배우기 위해 오랫동안 연습해왔습니까?

그대는 시의 의미에 도달하는 것은 자랑스럽게 느껴왔습니까?

Stop this day and night with me

and you shall possess the origin of all poems,

You shall possess the good of the earth and sun,

(there are millions of suns left,)

You shall no longer take things

at second or third hand, nor look

through the eyes of the dead,

nor feed on the spectres in books,

You shall not look through my eyes either,

nor take things from me,

You shall listen to all sides

and filter them from your self.

이 낮과 밤에 저와 함께 머물면서 모든 것을 멈추십시오.

그리고 그대는 모든 시들의 기원을 소유할 것입니다.

그대는 대지와 태양이 가져다주는 모든 선을 소유할 것입니다.

(수백만의 태양이 남아있습니다)

그대는 두세 번 다른 사람의 손을 탄 것들을 더 이상 취하거나

죽은 사람의 눈을 통해 보거나 책 속에 유령들을 먹고 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는 나의 눈으로도 보지 않고

나로부터 사물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는 사방에 귀를 기울여

그대 자신으로부터 그것들을 걸러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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