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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이, 샤갈, 벨라의 신선봉 등반>
2021.12.3. (金曜日) “예쁜이 첫 아침산책”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아침 산책에 반려견 ‘예쁜이’를 데리고 나간 첫날이기 때문이다. 예쁜이는 5년 전 아내가 설악면 동네 시장에서 발견한 유기견이었다. 예쁜이를 발견한 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집 밖에 트럭소리가 요란하게 나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내가 온몸에 진물이 나, 차마 볼 수 없는 유기견 한 마리를 트럭을 동원하여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평상시 아내는 유기견 구조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아내는 설악면 유기견들을 보는 대로 구조해왔고, 1m에 묶인 개들을 위해, 견주들을 설득한 후에, 개집을 지어주고, 나까지 동원하여 동네 개들을 매일 산책해 주었다.
그 날은 너무했다. 샤갈과 벨라는 텃새가 심한 건장한 진돗개가 어엿이 살고 있는데, 시바견으로 나중에 판명된 이 유기견을 집으로 데리고 올려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화를 내지 못하는 병이 있는 나는, 그날 화가나 집을 나가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처사에 질려버린 것이다. 결혼이란 제도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그 유기견은 온데 간 데 없고 집안은 평온했다. 아무말이 없는 아내는, 속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가짜에요. 더 이상 사랑이나 자비에 대해 강의하지 마세요. 이젠 그런 자비가 다른 동물이나 자연에 적용할 시점이란 사실을 모르시나요?”
그 후, 4개월이 지났다. 아내가 나에게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이 있다고 말한다. 그전에 한 번도 그런 말을 해 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 부탁에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은 ‘예쁜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나 몰래 한남동 달래동물병원에서 예쁜이를 지난 4개월간 치료해 왔다. 그 이후, 예쁜이는 우리 집 일원이 되었다. 샤갈-벨라가 예쁜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우여곡절은 대하소설감이다. 언제 그 과정을 소설로 쓰고 싶다.
나는 아침에는 샤갈-벨라를 데리고 산책하고, 저녁 늦게는 예쁜이도 함께 세 마리가 산책한다. 아침산책을 나가는 우리를 부러운 듯 쳐다보는 예쁜이가 가련해 보였다. 나는 오늘부터 예쁜이를 함께 데리고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요즘 우리의 산책코스는 집 근처에 있는 설악면 신선봉(381m)이다. 지난 한 달동안 아무도 마주지치 않아 온전히 우리의 뒷마당이 되었다. 나는 샤갈과 벨라의 리드줄을 왼손으로 잡고 예쁜이의 리드줄은 오른손으로 잡았다.
신선봉입구로 가는 길도 가파르다. 아침산책에 조인한 예쁜이의 표정이 하늘을 난다. 낙엽으로 겹겹이 쌓인 등산로로 진입하였다. 곳곳에 수백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신의 생을 마치고 누웠다. 이 쓰러진 거대한 나무들은 등산객들을 가로막고 묻는다.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힘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올라가겠냐고.
등산코스가 나오자, 예쁜이를 풀어주었다. 저 멀리서 부석거리는 고라니와 들개 소리에 멈칫하지만, 우리를 종종 따라온다. 내가 샤갈과 벨라를 놔주면 사고가 난다. 사냥본능이 충만한 이들은, 그전에 종종 족제비와 고라니를 물고 내 앞에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파른 등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일 년 된 트랙킹 화 바닥이 평평해져, 낙엽위에서 더 미끄러진다. 내가 넘어 지려면, 그 순간을 포착한 샤갈과 벨라가 기다려주고 지탱해준다.
정상에 다다 갈수록 점점 가파르다. 바위언덕이 등장하여 많은 연습을 거친 후, 함께 올라갈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2/3 지점 커다란 바위 밑까지 올라갔다. 저 멀리 아래로 청평호수가 보이고 집이 보인다. 파란색 리드줄한 예쁜이가 나를 보고 고맙다고 인사한다. 샤갈과 벨라는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보챈다. 오늘 산책은 여기까지다. 하산 길이 더 위험하다. 계단이 낙엽으로 덮여 있어 발을 헛디디기 쉽다. 내려올 때는, 샤갈-벨라 리드줄을 오른 손으로 잡고 왼손으로는 등산로 계단 손잡이 하얀 밧줄을 잡고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예쁜이가 감사하다고 자신의 엉덩이를 자꾸 나에게 갖다 댄다. 오늘은 예쁜이 삶에서 자신이 시장에서 구조된 날을 제외하고 최고의 날이 되었을 것이다. 반려견들과의 등산을 위해, 트랙킹신발을 새로 구입해야겠다. 내일부터는 우리 넷이 등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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