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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길>
2021.12.17. (金曜日) “야생野生"
이 산의 주인은 고라니다. 멧돼지나 야생염소가 산책길에 자신들의 배설물로 존재를 표시하지만, 우리의 산책을 어김없이 반기는 동물은 고라니다. 고리니 두 마리가-하나는 어미같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새끼같다-이 넓은 산의 진정한 주인이다. 저 멀리 언덕 위에서 우리를 가만히 응시한 후, 달아나 버린다.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 우리는 요즘 산책길에 놓인 나무계단을 오르지 않는다. 샤갈이 특히 고라니가 지나간 흔적을 그 예민한 코로 맡고 나를 고라니길로 강제로 이끈다. 산 전체가 반려견들에겐 각종 동물들의 냄새로 가득한 놀이공원이다.
곳곳에 고라니길이 있다. 나무와 나무사이에, 나무와 바위사이에, 산 전체를 가로질러 고라니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다니던 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낙엽과 솔잎으로 덮여 눈에 잘 띠지 않지만, 가만히 보면, 고라니들은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지름길을 구축하였다. 시냇물이 바다를 향해 최단거리로 달려가듯이, 고라니길도 자신들이 산책하는 두지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마련하였다.
나는 반려견들과 함께 고라니들이 남긴 지름길로 들어섰다. 한참 올랐지만, 계속이저지다 낭떨어지에 도달한다. 나는 그곳에서 산책을 멈추고 변려견들과 좌정하였다. 그리고 몸을 휘감는 찬바람을 소리를 들으면 눈을 감는다. 저 밑에서 달고온 걱정들이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린다. 미국 켄터기주의 농부이자 시인인 웬델 베리Wendel Berry는 이 심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Peace of Wild Things
야생의 평온
When despair for the world grows in me
and I wake in the night at the least sound
in fear of what my life and my children’s lives may be,
I go and lie down where the wood drake
rests in his beauty on the water, and the great heron feeds.
세상에 대한 실망이 나안에서 점점 불어나,
한 밤중에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 일어난다.
내 삶과 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그 공포에 휩싸일 때,
나는 오리가 물가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쉬고,
그 커다란 왜가리가 먹이를 잡는 곳으로 가서 눕는다.
I come into the peace of wild things
who do not tax their lives with forethought
of grief. I come into the presence of still water.
And I feel above me the day-blind stars
waiting with their light. For a time
I rest in the grace of the world, and am free.
나는 야생들이 선물하는 평온 속으로 들어간다.
야생들은 슬픔을 미리 생각하며 자신들의 삶을 갈아먹지 않는다.
나는 잔잔한 물이 허락한 지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머리 위로 낮에는 볼 수 없었던 별들이
자신들의 불을 켜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느낀다. 잠시 동안
이 자연이라는 세상에 주는 우아優雅 안주한다. 나는 자유롭다.
자연은 나에게 평온平穩을 가져다주는 우아優雅다. 야생은 미래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는 바보가 아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이 숲속의 나무처럼, 뒤틀리고 부러져도, 이 순간을 만끽한다. 나는 야생의 담담함과 의연함을 지니고 있는가? 나는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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