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6. (木曜日, 렉셔너리) “사소些少” (2021년 12월 19일 강림절 후 네 번째 주일 성경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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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작은 소나무>

2021.12.16. (木曜日, 렉셔너리) “사소些少”

(2021년 12월 19일 강림절 후 네 번째 주일 성경구절)

우주와 우주가 품고 있는 만물은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저 북한강은 내 눈으로 가름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길지만, 나일강보다는 객관적으로 좁고 짧다. 그러나 누가 내 눈 앞에서 이 북한강이 사소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가? 저 신선봉 정상은 나의 시간과 정성, 최선의 노력을 요구하고 나를 조금씩 변모시키지만 백두산보다는 턱없이 낮고 보잘것없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신선봉이 보잘 것이 없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가? 매일 아침, 차가운 바람으로 나를 맞이하는 북한강은 요단강보다 거룩하고 나일강보다 유구하다. 나와 샤갈-벨라-예쁜이를 매일 아침 반겨주는 신선봉은 백두산보다 높고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내산 보다 거룩하다.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다.

기원전 7세기 초에 활동한 이스라엘 예언자 미가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가난하고 힘이 없는 자들을 약탈하는 모습을 보고 유다가 곧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요즘 우리 사회모습과 유사하다. 그는 이 절망가운데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하였다. 그 희망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객관적이며 절대적인 조건을 지닌 기관이나 사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것으로부터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지목한 사소한 지명은 ‘베들레헴’이다. 베들레헴은 히브리어로 ‘빵(레헴) 집(베트)’이란 뜻이다. 예루살렘 남쪽으로 8km정도 떨어진 웨스트뱅크 산지다. 아랍인들인 이 장소를 아랍어로 ‘바이트 라흠’Bayt Laḥm 즉 ‘고기(라흠) 집(바이트)’라고 부른다. 베들레헴은 에브라다Ephrathah라고도 불렸다. 에브라다Ephrathah(אֶפְרָתָה)는 ‘열매를 잘 맺는; 비옥한’이란 의미로, 베들레헴의 별칭이거나 베들레헴 근처 동네였을 것이다.

미가는 베들레헴-에브라다가 유다 족속가운데 가장 작지만, 메시아가 탄생할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וְאַתָּ֞ה בֵּֽית־ לֶ֣חֶם אֶפְרָ֗תָה צָעִיר֙ לִֽהְיוֹת֙ בְּאַלְפֵ֣י יְהוּדָ֔ה מִמְּךָ֙ לִ֣י יֵצֵ֔א לִֽהְי֥וֹת מוֹשֵׁ֖ל בְּיִשְׂרָאֵ֑ל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들 가운데 가장 작지만.

너를 통해서 나를 위한 이스라엘을 다스릴 지도자가 나올 것이다.”

<미가서> 5.2

위 문장에서 ‘사소하다’ 혹은 ‘작다’란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는 ‘짜일’(ṣāʿîr)이다. 짜일은, 내 일상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이다. 내가 읽고 있는 소설책의 한 쪽, 조반으로 먹은 곡물, 우유, 그리고 사과 한 조각, 아내와 이야기하다 잠시 스쳐간 그녀의 미소, 외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우리의 아침 산책을 항상 언덕 위에서 보는 무명의 고라니, 저 숲에서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나는 조그만 소나무...

미가는 사소한 베들레헴-에브라다를 통해, 이스라엘을 다스릴 지도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은 사소한 것에 있다’는 클리세이 문장처럼, 하루는 내가 일상의 사소한 것을 삶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완벽하게 처리할 때, 하루를 온전히 보람 있게 만들 수 있다. 오늘 하루의 여러번 반복이 인생이며 일생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만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오감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아침산책 후 쿨쿨 자는 샤갈이 나에게 미소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