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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1. (土曜日) “연민憐憫” (<인페르노> II.75-114행)

사진

<산타 루치아>

이탈리아 화가 프란체스코 델 코사 Francesco del Cossa (1436–1477)

유화, 1472, 77.2 cm x 56 cm

워싱턴 국립미술관

2021.12.11. (土曜日) “연민憐憫”

(<인페르노> II.75-114)

인간에겐 다른 동물과는 달리 신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인간을 신적인 인간으로 개초하는 예술인 연민憐憫이다. 연민이란, 자신이 만난 대상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 주는 마음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도와주는 적극적인 행위다. 연민이 그 대상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연민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며 도덕행세다.

인간은 모두 그런 연민의 자식이다.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이 정신적이며 영적인 DNA가 잠자고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걷는데 1년이 걸리고, 독립하는데 20년이 걸린다, 아이는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다면, 하루도 지나지 못해 죽을 것이다. 갓난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누군가 자신을 극진히 돌봐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존재을 안다. 심지어 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두를 동원하여 수유授乳한다, 갓난아이는 어머니의 헌신이 없다면, 누군가 타인의 보살핌이 없다면,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깨닫는다. 교육이란 이 숨겨진 감정을 일깨워 작동하게 하는 자극이다.

그리스도교가 태어날 수 있도록 사상적인 근간을 마련한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 <고린도전서 13:11-13>에서,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고백한다.


13.11. ὅτε ἤμην νήπιος, ἐλάλουν ὡς νήπιος, ἐφρόνουν ὡς νήπιος, ἐλογιζόμην ὡς νήπιος· ὅτε γέγονα ἀνήρ, κατήργηκα τὰ τοῦ νηπίου.

13.12. βλέπομεν γὰρ ἄρτι δι’ ἐσόπτρου ἐν αἰνίγματι, τότε δὲ πρόσωπον πρὸς πρόσωπον· ἄρτι γινώσκω ἐκ μέρους, τότε δὲ ἐπιγνώσομαι καθὼς καὶ ἐπεγνώσθην.

13.13. νυνὶ δὲ μένει πίστις, ἐλπίς, ἀγάπη, τὰ τρία ταῦτα· μείζων δὲ τούτων ἡ ἀγάπη.

13:11 제가 어렸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헤아렸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아이의 짓들을 버렸습니다.

13:12 지금 우리는 거울로 희미하게 봅니다. 그러나 그때에 우리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볼 것입니다. 지금은 제가 부분만 알겠지만 그때에는 제가 온전히 알려진 것처럼, 온전히 알 것입니다.

13:13 그러므로 지금 믿음, 소망, 사랑이 함께 지내지만, 이들 중 최고는 사랑입니다.

바울은 인생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세 가지 원칙을 믿음, 소망, 사랑이라고 말한다. 믿음은, 이 세상을 의연하고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자기확신’이다. 누구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별하고, 그것들 중, 하나를 자신의 목숨처럼 지키려는 삶의 태도다. 소망은, 자기확신을 통해, 자신이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이라는 각성이다. 믿음과 소망은 세 번째 등장하는 사랑이 없다면, 아집과 허망이다. 사랑은 아집과 불통을, 믿음으로 변화시키고, 허망을 간절한 소망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산 사람으로 지옥을 여행하게 된 단테는 자신은 로마를 건국한 아이네아스도, 그리스도교를 만든 바울도 아니라고 말한다. 위대한 인간도 처음에는 주저하고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헤맨다. 단테의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이 지옥안에 마련된 림보라는 별도의 공간에 있었다가 베아트리체의 명령으로 단테를 인도하는 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베아트리체의 연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국의 자리를 버리고, 지옥까지 내려와,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우주의 문법마져 어겼기 때문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베아트리체에게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묻기 시작한다. 다음은 원문과 번역이다:

<인페르노> 제2곡

75. Tacette allora, e poi comincia' io:

76. 'O donna di virtù sola per cui

77. l'umana spezie eccede ogne contento

78. di quel ciel c'ha minor li cerchi sui,

75. 그녀(베아트리체)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베르길리우스)는 말하기 시작하였다;

76. 덕의 여주인이시여! 당신의 덕을 통해서만

77. 인류는 작은 고리를 지닌 하늘이 포함한

78.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79. tanto m'aggrada il tuo comandamento,

80. che l'ubidir, se già fosse, m'è tardi;

81. più non t'è uo' ch'aprirmi il tuo talento.

79. 당신의 명령에 내가 이토록 기쁘게 환영합니다.

80. 그 복종은 이미 행해졌어도, 내겐 너무 늦다고 여겨집니다.

81. 당신은 당신의 의도를 내게 알도록 하는 것 이외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82. Ma dimmi la cagion che non ti guardi

83. de lo scender qua giuso in questo centro

84. de l'ampio loco ove tornar tu ardi.'

82. 그러나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왜 당신이

84. 열렬히 돌아가려는 광대한 장소, 즉 최고천(Empyrean)을 떠나

83. 바로 이 땅의 중심으로 내려가기를 고려하지(주저한) 않은 이유를!’

베르길리우스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이 아니다. 당시 중세의 최첨단 과학은 프톨레마이우스 우주관, 즉 천동설이다. ‘하늘에 있는 작은 고리’란 지구를 중심으로, 지구를 둘러 싸 작은 원을 그리며 회전하고 있는 행성들이다. 가장 밖에 있는 행성이 태양이며, 그 밖에 신들이 거주하는 10번째 하늘인 최고천이 있다. 베르길리우스는 베아트리체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왜 당신이 열렬히 돌아가려는 광대한 장소, 즉 최고천(Empyrean)을 떠나 바로 이 땅의 중심으로 내려가기를 고려하지 않습니까?“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예수다. 그녀는 한 인간 단테를 구원하기 위해, 천국을 떠나 지옥으로 내려오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지옥으로 하강한 이유를 자신을 넘어선 신의 섭리라고 말한다.

85. 'Da che tu vuo' saver cotanto a dentro,

86. dirotti brievemente,' mi rispuose,

87. 'perch' i' non temo di venir qua entro.

85. ‘당신이 그토록 깊은 의도를 알고 싶기 때문에,

86. 내가 간단히 말하겠습니다’라고 그녀가 나에게 대답하였다.

87 ‘왜 내가 여기에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88 Temer si dee di sole quelle cose

89 c'hanno potenza di fare altrui male;

90 de l'altre no, ché non son paurose.

88. ‘이러한 것들만이 두렵습니다.

89.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힘을 소유한 것들입니다.

90. 그외 다른 것들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그들이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91 I' son fatta da Dio, sua mercé, tale,

92 che la vostra miseria non mi tange,

93 né fiamma d'esto 'ncendio non m'assale.

91. 저는 신, 신의 은총을 통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92. 당신의 불행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93. 이 불더미의 불꽃도 나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94 Donna è gentil nel ciel che si compiange

95 di questo 'mpedimento ov' io ti mando,

96 sì che duro giudicio là sù frange.

94. 하늘에서 그가 어려움에 빠져, 애통해하는 자비로운 여인이

95. 저를 당신에게도 보냈습니다.

96. 그녀의 연민은 그 엄한 우주의 심판조차 꺾으셨습니다.

97 Questa chiese Lucia in suo dimando

98 e disse: “Or ha bisogno il tuo fedele

99 di te, e io a te lo raccomando.”

97. 그녀 루치아를 소환하여 이같이 요구하였습니다.

98. “자, 당신이 신뢰하는 자가 이제 당신을 아쉬워하고 있다.

99. 내가 당신에게 그를 맡깁니다.”

100 Lucia, nimica di ciascun crudele,

101 si mosse, e venne al loco dov' i' era,

102 che mi sedea con l'antica Rachele.

100. 온갖 잔인함의 원수인 루치아가

101. 움직여 내가 있는 장소로 왔습니다.

102. 저는 그곳에서 고대의 라헬과 함께 좌정해 있었습니다.

103 Disse: “Beatrice, loda di Dio vera

104 ché non soccorri quei che t'amò tanto,

105 ch'uscì per te de la volgare schiera?

103. 그녀가 말했습니다. “베아트리체여! 신을 진정으로 찬양하는 자여!

104. 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까?

105. 그는 당신을 위해 천한 족속들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106 Non odi tu la pieta del suo pianto,

107 non vedi tu la morte che 'l combatte

108 su la fiumana ove 'l mar non ha vanto?”

106. “당신은 그의 슬픔에서 연민을 듣지 못하십니까?

107. 당신은 바다도 이기지 못할, 저 불어난 강물위에서

108. 그와 전쟁을 벌이는 죽음을 보지 못하십니까?

109 Al mondo non fur mai persone ratte

110 a far lor pro o a fuggir lor danno,

111 com' io, dopo cotai parole fatte,

109 세상에 어떤 사람도,

110. 자신의 이익을 구하고 자신이 해를 입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사람도

111. 저처럼 이과 같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112 venni qua giù del mio beato scanno

113 fidandomi del tuo parlare onesto,

114 ch'onora te e quei ch'udito l'hanno.’

112. 나의 복된 자리를 떠나 이곳으로 내려와서

113. 당신의 숭고한 말을 의지하여

114. 당신과 당신이 경청한 것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단테는 당시 그리스도교의 삼위, 즉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을 인용하지 않고, 성모(마리아), 루치아,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등극시킨다. 이곳은 지옥이기 때문에, 거룩한 이름인 ‘마리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에 ‘돈나’Donn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돈나’는 일반명사로 ‘여인’이란 의미이자, 유일한 여인이며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다. 마리아는 지금 단테가 처한 곤경을 보고 하늘에서 깊은 시름에 빠졌다. 마리아는 친절한 분이다. 그 결과, 마리아는 단테를 구원하기 위해서 엄격한 우주의 조화와 자연의 질서를 부수기록 결정하였다.

마리아가 빛을 통해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루치아 성인에게 자신의 의중을 알렸다. 피렌체에는 4세기 시라큐스 출신의 루치아라는 성인을 모시는 성당이 있었다. 산타 루치아(283-304)는 시라큐스 출신으로 로마 황제 디오클레이아누스 (245-316년)의 그리스도교 박해로 순교한 후,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산타 루치아는 장님을 치유하여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빛의 여신이다. 단테는 분명, 이 성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루치아 성인은 묵상의 성인인 라헬과 함께 좌정해 있는 베아트리체를 찾아와, 단테를 구원한 계획을 세웠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편하고 복된 자리를 떠나, 신의 명령에 따라 지옥으로 왔다고 베르길리우스에게 말한다. 마리아, 루치아, 그리고 베르길리우스를 움직인 힘은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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