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6. (土曜日) “기러기”



기러기 다섯 마리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다. 앞장선 대장을 절대 신뢰한다. 뒤따라 가는 네 마리도 힘찬 날개 짓과 가쁜 호흡으로 날아간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야 할 곳을 알고 있다. 자신이 가는 곳을, 가야할 곳을 아는 동물은 행복하다! 그곳은 자신들이 가야만 하는, 그래서 온 힘을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상상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신비한 장소임이 틀림없다.

자연 안에 거주하는 동물들과 식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가야만 하는 그 유일한 장소를 알고 있다. 이 장소가 파라다이스paradise다. 파라다이스는 황금으로 장식되거나, 누구나 눈으로 볼 수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각자가 도착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구별된 장소다. 인간은 그곳을 본능이 아닌, 오감의 쾌락으로 확인해야 하는 장소로 타락시켰다.

기러기에게 파라다이스는 그들이 궁극적으로 도착할 장소이면서 날개를 퍼덕이는 이 순간이다. 자신의 최선을 기꺼이 경주할 수 있는 찰나다. 욥의 친구들은, 욥에게 닥친 불운과 재앙을 보고, 맨 처음에는 함께 우는 척하더니, 금새 정색을 하고, 그를 책망한다. 자신들이 신봉한 신이, 의로운 사람을 벌을 줄리 가 없다는 것이다. 소발Sophar이라는 친구는, 욥의 고통은 그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성토한다. 욥은 소발이 믿는 신은, 신이 아니라, 소발이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어낸 우상이라고 책망한다. 그리고 차라리 들짐승이 그보다 지혜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וְֽאוּלָ֗ם שְׁאַל־נָ֣א בְהֵמֹ֣ות וְתֹרֶ֑ךָּ וְעֹ֥וף הַ֝שָּׁמַ֗יִם וְיַגֶּד־לָֽךְ׃

워-울람 셔알-나 워-토레카 워-오프 하-샤마임 워-야게드 락

אֹ֤ו שִׂ֣יחַ לָאָ֣רֶץ וְתֹרֶ֑ךָּ וִֽיסַפְּר֥וּ לְ֝ךָ֗ דְּגֵ֣י הַיָּֽם׃

오 시하 라-아레츠 워-토레카 위-사퍼루 락 더게 함-마임

“그러나 이제, 제발 짐승에게 물어보아라.

그것이 너에게 네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것이다.

혹은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에게 물어보아라.

그것들이 너에게 말해줄 것이다.

혹은 땅에게 투정을 부려보아라.

그것이 너에게 네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줄 것이다.

혹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이 너에게 설명해 줄 것이다.”

<욥기> 12장 7-8절

자연은 신의 지문이다. 자연이 움직임을 가만히 응시하면, 자신의 신비와 작동원리를 알려줄 것이다. 소발은 신의 뜻을 책에서 찾았다. 책은, 신의 신비를 경험한 사람들이 고백이기 때문에, 그 경험이 없다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천한 책으로 전락한다. 이성이라는 제한된 지식으로 무장한 인간들은 경전을 ‘교리’라는 이름으로 재미가 없고 배타적인 책으로 하락시켜왔다. 자연을 통해 신을 경험하지 못하고,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신의 사랑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대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신의 이름’으로 꾸짖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매리 올리버Mary Oliver(1935-2019)도 저 하늘에서 자유롭게 나는 기러기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욥기>에 등장하는 욥의 노래에 감탄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그녀의 시는 간결하고 강력하다. 자연-응시를 통해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Wild Geese

기러기

(1935년 9월 10)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당신은 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사막에서 참회하면서 수백마일을

무릎을 꿇고 걸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 첫 행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올리버는 2인칭 단수 대명사 You을 시의 첫 단어로 선택하여, 이 시를 읽는 나와 밀접하고도 절박한 관계를 맺는다. You는 ‘절 좀 보시고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제가 지금 전달하려는 말은, 당신에게 중요합니다’라고 나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느닷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올리버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시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전통을 그대로 준수하였다. 단테 <신곡> Inferno에 등장하는 ‘우리 삶의 여정의 한 가운데에서’와 마찬가지로 흥미롭게 심각한 내용이 앞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총성이다.

“당신은 착할 필요가 없습니다”는 이상한, 심지어 전복적인 충고다. 우리가 집에서 학교에서 종교시설에서 배운 핵심, 즉 ‘선을 행하라’는 명령을 져버리라고 말한다. 초대 기독교 사막의 교부처럼, 금식하고 높다란 기둥 위에서 몇 년동안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기 위해 수백킬로나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五體投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문장은 그런 엄격한 수행을 엄두가 나지 않아 감행하지 않는 나에게 복음과 같은 구절이다. 올리버는 선을 행하고 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자금 당장 떨쳐버리라고 명령한다. 그런 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다음 한 줄로 말한다.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당신은 당신의 몸뚱이라는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기만하면 됩니다.”

올리버는 우리가 인간이며, 인간이 된다는 것은 동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란 사실을 상기시킨다. 다른 동물처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고, 우리의 동물적인 본능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문장은 표면상으로 인간사회가 어렵게 구축해온 도덕과 윤리를 허물고 쾌락적이며 방종하는 삶을 살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 저기 공중을 나는 기러기처럼,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찾아 몰입하라고 응원한다. 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몸뚱이라는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이란 표현은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권 네 번째 글은 <몸을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VON DEN VERACHTERN DES LEIBES>라는 글과 유사하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Aber der Erwachte, der Wissende sagt: Leib bin ich ganz und gar, und nichts außerdem; und Seele ist nur ein Wort fur ein Etwas am Leibe.

“각성한 자는, 세상의 이치를 아는 자는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몸이고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영혼은 육체 안에 존재하는 어떤 것의 명칭일 뿐이다.”

종교와 철학은 너무 오랫동안 정신과 영혼을 존경하고 육체를 무시하라고 가르쳤다. 꾸준히 운동을 수련 해온 사람은 안다. 신체가 정신을 일깨우고 영혼을 부활시킨다는 명료한 사실을. 자신의 신체를 존경하여,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수련하는 사람은, 그(녀)의 정신도 덩달아 맑아지고 잠자고 있던 영혼은 기지개를 펼것이다. 자, 이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향해 의연하게 가라고 조언한다.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절망에 대해 저에게 말해 보십시오. 당신의 절망을. 저도 제 절망을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같은 빗방울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갑니다.

평원과 울창한 나무 위로

산과 강 너머로 움직입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저 맑고 푸른 공중에 높이 올라

자신의 집으로 갑니다.”

우리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것이 불행이던 행운이던, 지구는 돌게 마련이다. 올리버는 지구와 자연이 지는 아름다움과 지구력에 감탄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한다. 어른은 은행 빚을 갚아야 하고, 아이는 숙제를 마쳐야 한다. 자연에 사는 동물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하는가? 올리버는 저 하늘을 나는 기러기를 예로 든다. 차가운 비바람이 그들을 막아도 눈보라가 쳐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와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은 본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당신이 누구든지, 당신이 얼마나 외롭던지,

세상은 당신의 상상대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기러기처럼 거칠고 들뜬 목소리고 외치고 있습니다.

반복에서 이 세상 모든 것들 속에서

당신의 자리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올리버는 자연에서 위안을 얻으라고 말한다. 저 기러기는 자신의 위치와 가야 할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기러기처럼, 우리도 가야 할 집이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우리가 가야할 집은 어디인가?

사진

<집으로 가는 기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