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31. (日曜日) “개체個體와 전체全體”(강신표교수님을 추모하며)


산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았다. 누군가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나에게 따스함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온 햇빛이다. 나만이 이 햇빛의 수혜자가 아니다. 야산의 모든 나무들과 꽃들, 그 안에 기거하는 새, 곤충, 그리고 동물들. 이들 모두 하늘을 바라보며 경배한다. 햇빛은 지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생존하게 만드는 은총이기 때문이다. 햇빛이 은총인 이유는, 자신의 광선을 수용하려는 만물을 거절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았다. 광선은 자신을 독차지 하려고 병풍처럼 두른 나무들을 헤치고, 나에게 마침내 강림한다. 태양은 신이고 광선은 은총이다.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열 번째 왕인 아크나톤Akhnaton(기원전 1379-1362년)은 이 광선을 너그러움을 보고 깨달았다. 인류역사상처음으로 태양광선 신인 ‘아톤’Aton을 유일한 신으로 추대하는 유일신 혁명을 시작하였다. 몇몇 학자들은, 후대 유대-그리스도-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의 기반을 마련한 모세를, 아크나톤의 추종자로 주장한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은 지상에 있는 생물들과 관계가 없는 ‘타자’가 아니라, 만물을 생로병사에 깊이 관여하는 ‘현존’이다. 만물은 햇빛을 머금고 자기 나름대로 모양을 취한 개체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흙이었던 인간은 이 빛을 머금고 부모를 통해 이 세상에 왔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히브리어로 ‘인간’이란 의미를 지닌 ‘아담’Adam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단어다. ‘아담’은 ‘붉은 흙’이란 뜻이다.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하신 강신표교수님은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을 ‘인류학’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문화인류학’이라 소개하지 않는다. 자신이 탐구하는 분야는, 유인원의 한 종류인 ‘인류人類’가 아니라 ‘인간’ 자체다. 그는 자신의 학문분야를 ‘인학人學’으로, 그 방법론을 ‘대대待對문화문법’이라고 소개하였다. ‘대대’란 동양사상의 기저인 ‘음양’사상과 음양의 관계와 작동원리다.

인간은 개체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전체의 일부이며 전체다. 그 개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 만물이 자신이 개체로 존재하지 않고, 전체의 일부로 전락하거나 타락한다. 그것이 혼돈이다. 혼돈에서는 전체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체는 자신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자기보존 원칙을 소유한다. 이 원칙의 표현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름’이다.

강교수님께서 추구하신 ‘인학’과 어울리는 시가 하나 있다. 우리가 사는 ‘현대’라는 시대의 핵심을 노래한 Each and All라는 시다. 이 시는 원래 1839년 2월에 Each in All이란 제목으로 Westerb Messenger에 수록되었다. 1830년대, 과학은 생물분석 인간 사회의 모든 문제를 객관적인 분석과 개체의 구별을 통해 인간사회가 진보한다고 설교하였다. 예들 들어 스웨덴 생물학자 칼 폰 린네는 식물의 화학성분에 따라 식물을 분류하였다. 에머슨은 자연의 개체들 예들 들어 풀잎, 이슬, 수정, 순간은 모두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전체라는 완벽을 구성하는 일원이라고 주장하였다. 한 개체는 소우주이며 우주 전체의 가감이 없는 형상이다. 다음은 에머슨의 시 Each and All다. 강신표교수님의 삶을 추모하며, 이 시를 번역하였다.

Each and All

개체와 전체

by Ralph Waldo Emerson, 1839

Little thinks, in the field, yon red-cloaked clown

Of thee from the hill-top looking down;

The heifer that lows in the upland farm,

Far-heard, lows not thine ear to charm; (4)

“저 붉은 외투를 입은 촌놈은 들판에서,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당신을 개의치 않는다.

고산지대 농장에서 음매 우는 어린 암소는

당신의 귀를 유혹하려고 저 멀리서 음매 운 것이 아니다.”

The sexton, tolling his bell at noon,

Deems not that great Napoleon

Stops his horse, and lists with delight,

Whilst his files sweep round yon Alpine height; (8)

“정오에 교회 종을 치는 사찰은

위대한 나폴레옹이 자신의 군대가 줄지어

알프스 정상을 휩쓸고 갈 때, 자신의 말을 멈추고

기쁜 마음으로 경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Nor knowest thou what argument

Thy life to thy neighbor's creed has lent.

All are needed by each one;

Nothing is fair or good alone. (12)

“당신은 모른다.

당신의 인생이 당신 이웃의 신념에 어떤 논거를 주었는지.

개체는 전체가 필요하다.

어느 것도 홀로 아름답거나 착하지 않다.”

I thought the sparrow's note from heaven,

Singing at dawn on the alder bough;

I brought him home, in his nest at even;

He sings the song, but it cheers not now, (16)

“나는 새벽에 오리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참새가 천국에서 가져온 노래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저녁에 참새를 둥지채로 집으로 가져왔다.

참새가 노래를 부르지만, 이젠 신나지 않다.”

For I did not bring home the river and sky;⎯

He sang to my ear, they sang to my eye.

The delicate shells lay on the shore;

The bubbles of the latest wave

Fresh pearls to their enamel gave;

And the bellowing of the savage sea

Greeted their safe escape to me. (23)

“내가 강과 하늘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새가 내 귀에 노래를 불렀을 때, 강과 하늘도 내 귀에 노래했었다.

섬세한 조가비가 해안에 누어있고

마지막 파도의 거품이

그 껍질에 신선한 진주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야수 같은 바다의 포효는

조개들이 나에게 안전하게 도망친 것을 슬퍼하고 있다.”

I wiped away the weeds and foam,

I fetched my sea-born treasures home;

But the poor, unsightly, noisome things

Had left their beauty on the shore;

With the sun, and the sand, and the wild uproar. (28)

“나는 해초와 거품들을 씻어냈다.

나는 이 바다 보물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조가비는 형편없고 볼품없고 악취가 났다.

해변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두고 온 것이다.

태양과 모래와 바다의 포효가 만든 아름다움을”

The lover watched his graceful maid,

As 'mid the virgin train she strayed,

Nor knew her beauty's best attire

Was woven still by the snow-white choir. (32)

“그 연인은 우아한 한 처녀를 지켜보았다.

처녀들 무리 속에서, 그녀는 머물고 있었다.

그는 몰랐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최고의 의상은

순백의 성가대가 째준 것이었다.”

At last she came to his hermitage,

Like the bird from the woodlands to the cage;⎯

The gay enchantment was undone,

A gentle wife, but fairy none. (36)

“마침내 그녀는 그의 은신처로 왔다.

마치 숲속에서 새장으로 온 새처럼

즐거운 황홀은 끝났다.

유순한 아내이지만, 요정은 아니다.”

Then I said, ‘I covet truth;

Beauty is unripe childhood’s cheat;

I leave it behind with the games of youth.’- (39)

“그런 후 내가 깨닫고 말했다. ‘나는 진리를 흠모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어리시설의 속임수일 뿐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젊은 시절 유희와 함께 버려두었다.”

As I spoke, beneath my feet

The ground-pine curled its pretty wreath,

Running over the club-moss burrs;

I inhaled the violet's breath;

Around me stood the oaks and firs;

Pine-cones and acorns lay on the ground;

Over me soared the eternal sky,

Full of light and of deity; (47)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 내 발 아래서

비늘석송이 예쁜 화관을 동그랗게 말아 만들었다.

석송의 잔잎을 위로 뻗어 올렸다.

나는 제비꽃의 향기를 들어 마셨다.

내 옆에는 참나무와 전나무가 있었다.

솔방울과 도토리도 땅에 놓여있었다.

내 위에는 영원한 하늘이 솟아올랐다.

빛과 신성으로 가득 찬 채로.”

Again I saw, again I heard,

The rolling river, the morning bird;⎯

Beauty through my senses stole;

I yielded myself to the perfect whole. (51)

“나는 다시 보았다. 나는 다시 들었다.

넘실대는 강물과 아침 새의 소리를.

아름다움이 내 감각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내 자신을 완벽한 전체에 맡겼다.”

사진

<나를 찾아 온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