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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土曜日) “유지遺志”



나는 페북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나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SNS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다. 거의 3년 전, 2019년 1월 29일부터, 당시 마음 속에 휘몰아치는 산만한 마음을 잡기 위해 ‘매일묵상’을 페북에 쓰기 시작하였다. 신변잡기를 쓰기보다는, 정색을 하고,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들에게 내 생각을 글로 남겼다.

요즘 나는 이 가상공간에서 만난 분들과 심금을 터놓게 되었다. 그들은 아마도, 내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내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한 이들의 질문에 답하는 가운데, ‘사이버 우정’이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가상공간에서 일어난 가짜 우정이 아니라, 대면에서 오랫동안 쌓아올린 우정 못치 않게 중요하다. 아니, 이 우정이 요즘, 나에겐 더 중요하다. 이 새로운 공간을 통해 여러분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 내 글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특별한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2019년 2월 5일 구정 날, 나에게 메신저를 통해 문자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배철현 교수님...

유튜브에서 선생님 강의를 인상 깊게 청강했습니다.

오늘 명상 글로 (20190205 설날) 제게 강력한 화두를 던집니다.

자기-자신을 조각해야한다.

반갑습니다.”

2019년 2월 5일 오후 7:51

이 분의 이름은 ‘강신표’ 교수님이다. 그는 70년대 초에 하와이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 인류학이란 학문은 유럽 국가들이 자신이 정복한 식민지들을 효과적으로 치리하기 위해, 그 곳에 직접 들어가, 몸과 발로 오랫동안 경험하여, 그 사회가 작동되는 원칙들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한마디로 제국주의 학문이다. 강교수님은 한국의 유수대학에서 가르치신 대한민국 인류학분야의 기초를 놓으신 분이었다.

강교수님은 SNS글을 쓰기 시작한 나에게 언제나 칭찬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는 항상 글의 핵심을 언급하시고 격려해주셨다. 그의 코멘트를 받고나면, 그것이 아쉬움이든지 혹은 칭찬이든지,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글쓰기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지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에게 ‘당신은 당신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 이상입니다. 쉬지 말고 부디 글쓰기를 지속해 보십시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사회가 11월부터 ‘위드코로나’ 체계로 사회가 탈바꿈할 것이다. 내가 제일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이 강교수님이었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10월 28일) 오전 9시 59분에 다음과 같은 문자를 강교수님 페북 메세세지에 남겼다.

“강교수님

편안하신지요.

상의드릴일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010-xxx-xxx로 전화주십시오.

배철현”

그리고 하루 종일 답신이 없었다. 평소 금방 답신을 주시는 분이라 궁금했다. 그 다음날, 오늘 오전에 산책을 하다 한 지점에서 강교수님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의 아침 순례길인 야산 비탈길엔 거의 10년 전쯤 버려진 별장들이 6채 정도가 있다. 오솔길을 지나다, 아이폰을 꺼내들고 별장하나를 사진에 담았다. 소나무와 전나무 사이에 지은 회색 벽돌집이다. 처마 마루바닥은 허물어 내렸지만, 아직도 위풍당당한 숲속의 집이다. 지금이라도 대청소를 하면,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집이다. 산책하는 나와 반려견들을 지난 8년 동안 묵묵히 목격해왔다.

선책을 다녀와 집에 오니, 메시지로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아들됩니다.

아버님께서 10월 29일 저녁 9:32 숨을 거두셨답니다.

10월31일 장지로 떠날 예정입니다.”

아...강교수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한동안 멍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가 만나 뵙고 싶은 그 날에 다른 세상으로 분연히 떠나신 것이다. 나는 오후 늦게 돼서야 아드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꼭 뵙고 싶은 분이셨습니다...

교수님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강교수님께서는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시면서,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무엇을 남기시고 싶었을까? 남아있는 후학들은 그의 유지를 어떻게 계승하여 발전시킬 수 있을까? 우리 곁을 떠나시고 나니, 그 전에 한번 뵙고 식사라도 대접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그는 나에게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임무하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미래를 향한 희망이라는 씨앗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심어주셨다. 그 씨앗을 잘 발아-발현시켜야겠다.

사진

<사룡리 야산 버려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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