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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 (水曜日) “여운餘韻”



산책 수로에서 고니 두 마리를 발견하였다. 한 마리는 수로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잡어를 기다리고 있고 다른 고니는 사람이 자신들을 해칠까봐 동료를 위해 망을 보고 있다. 물은 냇가에서는 졸졸 흐르는데, 수로에서는 콸콸 흐른다. 그렇게 흘러나온 물들은 하염없이 빨리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간다. 물은 알고 있다.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를. 중간에 바위와 같은 장애물이 있다면 속도를 더 낸다. 장애물이 물에게는 유일한 길이다.

에베소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인간은 같은 강을 두 번 건널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만물은 움직이고 있고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우주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가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면, 만물은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변화는 우주의 일원들이 본성이자 의무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이성과 지성으로 장착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착가하는 인간만이, 이 사실을 부인한다. 산다는 것은 매일 조금씩 변하고 죽는다는 것이며, 죽는 다는 것은 자신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다는 증거다. 만물의 질량은 어떤 식으로든 보존되고 있다. 산책길에서 발견한 셀 수 없는 도토리들과 밤들은, 정해진 시간에 땅에 떨어져 기꺼이 옥토가 되어 내년에 맺게 될 열매를 위해 기꺼이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나는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 악취를 남길 것인가 아니면 향기를 남길 것인가? 나는 아름다운 선율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불협화음을 남길 것인가? 고대 이집트인들은 놀랍게도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과 심리학이 등장하기도 훨씬 이전, 지금부터 4000년전에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알았다. 그리고 그 본성을 통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개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이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존재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구성하는 다음 다섯 가지를 인식하고 발전시켜야한다고 믿었다. 신체身體, 음영陰影, 인상印象, 기氣, 그리고 성명姓名이다.

첫째, 신체身體는 고대 이집트어로 ‘하’(ḥʿ)라고 부른다.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껍데기다. 이집트인들은 외면은 어머니의 자궁에 심겨진 아버지의 정자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신체의 많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의 복수형인 ‘하우’(ḥʿw)로 표시한다. 신체는 부모로부터 주어진 겉모습이다.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심장’이다. 심장을 고대 이집트어로 ‘입’jb이라고 부른다. 심장은 신체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이성과 사고의 원천이다. 그들은 인간이 죽으면, 신체의 모든 기관들을 모두 척출하지만 심장만은 덮개가 있는 특별한 항아리에 보관한다. 장례문헌인 <사자의 서>에 의하면, 인간은 사후에 신들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되는데, 자신의 심장인 ‘입jb’과 자신이 세상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의무를 상징하는 ‘타조깃털’인 ‘마이트ma'at’를 천칭에 달아 심판을 받는다. 심장과 마이트가 평형을 이루면, 그는 하늘의 별이 되지만, 그 균형이 깨지만, 암무트라는 괴물이 그를 삼켜버린다. 그는 무존재가 되어 사라진다.

이집트인들의 ‘심장’개념은 고대 셈족인들과도 유사하다. 셈족인들은 심장을 ‘립’*libb-이라고 불렀다. 아카드어 립붐libbum, 히브리어 렙lēb이란 단어로 등장한다. ‘립’은 신체의 기관으로 ‘심장’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심정; 이성’을 의미한다.

둘째, 음영陰影이다. 고대 이집트어로 ‘슈트’(šwt)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림자를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여겼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음영’을 별도의 범주로 구별한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 향후 연구를 통해, 고대 이집트인들이 생각하는 그림자의 의미를 밝히고 싶다.

셋째, 인상印象이다. 고대 이집트어로 새 그림을 그린 ‘바’bꜣ다. 바는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모든 것들이다. 개성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물건들도 ‘바’가 있다. 산도, 나무도, 책상도, 컴퓨터도 자신이 해야 할 기능이 있고, 그 기능에 집중할 때 나오는 아우라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은 후에, 인간머리를 하고 새 몸을 한 ‘바’와 그 사람의 생명력인 ‘기’와 조우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고 믿었다. ‘바’는 후대 그리스 철학이나 유대 종교에 등장하는 ‘영혼’개념과 유사하지만, 근본적인 점에서 다르다. ‘바’는 인간이 생전에 자신의 언행을 통해 주위사람들에게 남긴 ‘인상’이다. 그 인상은 명성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의 말하고 웃는 모습, 그 사람이 선택한 의상과 신발, 그 사람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몸짓이 모두 ‘바’를 형성하는 요소들이다. 자신의 바를 연마하는 사람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넷째, 기氣다. 고대 이집트어로 ‘카kꜣ’다. 성각문자로 신이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카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신적인 유전자다. 카는 사후에 후대인들의 음식과 음료를 지탱된다고 믿었다. 고대인들에 피라미드와 같은 장례건축과 <사자의 서>와 같은 장례의례가 정교하게 발달한 이유다. 고대 이집트인들을 살아있는 동안 마시거나 먹을 때, 외치는 ‘엔 칵’n kꜣ-k 즉 ‘너의 기를 위하여!’라고 외쳤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위하여!’다.

다섯 번째, 성명姓名이다. 고대이집트어로 ‘렌’(rn)이다. 성각문자 렌은 태초의 혼돈바다를 상징하는 n과 그 때 신이 입을 벌려 한 개인에게 준 명령을 의미하는 r을 합성하여 만들었다. 이름은, 신이 우리 각자에게 부여한 고유한 임무가 담긴 상징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자의 서>에 이름의 기능을 알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만일 한 사람이 자신의 해야 할 임무인 ‘마아트’를 완벽하게 추구하려고 노력했다면, 그는 신들의 축하를 받고, 그의 ‘바’가 새가 되어 ‘카’와 결합하여 하늘의 별이 된다. 자신의 임무를 모르거나 무시한 경우, 그는 무존재가 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 무존재를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라고 표현한다.

어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군사독재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건너가는 경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물처럼 처리하셨다. 인생의 마지막 20년간을 암과 투병하면서 그 마지막 순간에 ‘제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유언남기셨다. 그의 좌우명이었던 참.용.기가 여운餘韻으로 남는다. 억울한 일은 당연히 참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해야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평안히 갈수 있도록 고요히 수련하고 기다라는 삶을 살아야겠다. 나는 어떤 여운을 남길 것인가?

사진

<수로에서 물고기를 기다리는 고니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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