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로운 마음으로 ‘매일묵상’을 시작하는 날이다.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 장소,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혁신적으로 좋은 일을 도모하고 싶다. 이 뜻 깊은 날이 마침 우리 부부가 부천 태풍태권도장에 방문하는 날이다. 지난 3주간 대대적인 도장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마루리 되었다. 그 2주 동안 Jonathan Livingston Seagull 영어 수업과 철학-문학 수업을 ‘더코라’에서 진행했었다.
‘더코라’의 손석기 촬영감독은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Jonathan Livingston Seagull 2부, 첫 부분을 강의할 것이다. 나는 오래전에 그 부분을 번역하고 어휘를 설명하는 자료를 보냈다. 사범님은, 아이들이 이미 오늘 공부할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암송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가평 사룡리에서 부천까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달려갔다. 이 아이들을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다. 이들은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한 자들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첫 구절을 인용하자면, ‘심연을 본 자’다.
교육은 변화여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관을 강화하거나 경쟁에서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그 세계관을 망치로 부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희망에 차있고 자신의 원하는 것을 찾아 돌진하는 용기다. 10년 전, 학교에 재직할 때, 교수들을 10명씩 선발하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위한 인문학을 3년 동안 진행한 적이 있다. 나는 강의 교수들을 소개하고 과정을 이끄는 주임교수였다. 나는 항상 이렇게 강의를 시작하였다. “당신은 일주일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 곳은 그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많은 사회인들과 함께 공부로 수련했지만, 변화하는 사람은 드물다. 교육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을 때, 이 아이들을 만났다. 교육의 방법, 과정, 그리고 이상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천사들이다.
도장은 완벽하게 변신되었다. 사범님은 공사도중에 수도가 터져, 바닥에 깔아 놓은 매트를 전부 걷어 20시간동안 다시 말려야했다고 말했다. 푹신하지만 견고하고 두터운 회색 매트가 도장전체를 장식하였다. 이 도장은 두 개의 수련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들어가자마자 벽 쪽 화이트보드 양쪽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온다. 왼편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도장은 보통 사람을 위대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장소입니다.”
體(신체), 德(인성) 智(지성)
도장은, 인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 그리고 시간의 원칙인 변화를 수련하는 장소다. 부모로부터 신체를 지닌 존재로 태어 난 보통 사람이, 신체 수련을 통해 자신이 위대한 인간으로 조금씩 변모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그 변화가 기적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다스릴 때, 인성과 지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을 운동에 할애한다면, 그 정성이 그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개조하기 시작한다. 태권도는 단순히 신체와 인성을 함께 훈련하는 무예다. 이 무예를 통해, 세상의 지식을 습득할 때, 그 사회가 필요한 인재가 된다.
가운데엔 세계 지도가 있고, 그 오른 쪽엔 태풍태권도장 아이들의 다짐이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1. 저는 남이 아니라 제 자신과 경쟁합니다.
2. 저는 이 세상에서 보길 바라는 변화가 되겠습니다.
3. 고난과 시련을 과정으로 여기고 도약하겠습니다.
4. 변화와 성장의 주인공이 되어, 나누며 살겠습니다.
5. 친절, 배려, 인내, 용기, 감사의 태도를 수련하겠습니다.
내가 인생동안 수련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정성스럽게 글에 담겨있다. 아이들은 도장에 들어오면 이 문구들을 복창한다고 한다. 한번 암송할 때마다, 이 문구들이 아이들의 심전에 떨어져 열매를 맺을 것이다. 내가 매일 아침 암송하고 싶은 문구들이다. 여러분도 이 문구들을 마음속에 담기를 기원한다.
도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아직 다음문장을 공부하고 있었다.
Do you have any idea how many lives we must have gone though before we even
got the first idea that there is more to life than eating, or fighting, or power in
the Flock? A thousand lives, Jon, ten thousand! And then another hundred
lives until we began to learn that there is such a thing as perfection, and
another hundred again to get the idea that our purpose for living is to find
that perfection and show it forth.
“수많은 생명들이 인생에는 먹는 것과 싸우는 것, 혹은 무리들 가운데 힘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인생을 마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조나단, 수 천 수 만의 삶이 그렇게 마쳤지! 그런 후, 다시 수백의 삶이 지나, 우리가 인생에 완벽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하지. 다시 수백의 삶을 지나, 우리 삶의 목적은 그 완벽을 찾아 보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
인생은 먹고 싸우는 것 이상으로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설리반 선생이 조나단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삶의 목적은 그 완벽을 찾아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후 3시부터 내 강의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의 강력한 눈빛이 나를 정신을 차리게 만들고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나는 아이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이 안쪽 정면도 중앙에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는 화이트 보드가 있고 그 양 옆에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왼편에 적힌 문구는 다음과 같다:
위대한 개인
Great Individual
1. 자기 발견 Self-discovery
2. 자기 극복 Self-overcoming
3. 자기 실현 Self-realization
여러분은 개인입니까 아니면 대중의 일원입니까? 현대인들은 대중의 일원으로 산다. 대중이 관심이 있은 것에 경도되어 자신이 중독되는지도 모르고 산다. 매일 똑같이 나오는 ‘대장동’이야기가 대한민국의 지적인 수준이고 미래다. 대중은 허상이다. 실제로는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대중의 의견은 없다. 그 의견이라는 것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차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국가나 도시를 구성하는 단위가 있다. 바로 ‘개인’이다. ‘개인’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인디비주얼 Individual’은 ‘나누다’란 의미의 ‘디비주얼dividual’과 그것을 부정하는 ‘인In’의 합성어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단위’란 의미다. 개인이 지니는 인성이 개성이며, 개성의 발휘가 천재성이다. 인간이 자기-자신으로 개인으로 존재할 때 행복하고 위대하다. 위대함은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몰입할 때 뿜어져 나오는 아우리다.
우리가 사는 SNS사회에서 덕은 순응順應이며, 덕의 작동방식은 ‘부러움’과 ‘흉내’다. 개인으로 살려고 결심한 사람은 에머슨이 말한 이 문장을 기억해야한다:
Envy is Ignorance. Imitation is Suicide.
“부러움은 무식이며, 흉내는 자살행위입니다.”
그런 개인이 되기 위한 세 절차가, 자기발견, 자기극복, 그리고 자기실현이다. 자기발견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 자신이 되어야할 자신,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신이 마음속에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견이란 덥혀 있는 껍데기 ‘커버’cover를 벗겨 내는(dis) 용기다. 그 안에 자신이란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그만 자신인 ‘셀프’self를 극복해야한다. 니체가 말한대로, 현대의 구원은 과거의 자신을 극복하여 위대한 자신인 대문자 셀프Self를 회복하는 것이다. 위대한 자신을 <우파니샤드>에서는 ‘나는 우주다aham Brahmasmi' 혹은 ’너는 그것이다‘tat tvam asi라는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대문자 자신을 자신의 삶에서 찾아 주변사람에게 보는 것이 ’자기실현‘이다.
화이트 보드 오른편엔 <갈매기 꿈>에 나오는 문구가 적혀있다:
"Now, we have a reason to live
to learn, to discover, to be free."
이제 우리가 살아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가 모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존재 이유다. 사르트르가 말한 “존재가 본질보다 앞선다.”라는 명제보다 분명하고 감동적이다. 배운다는 것은 어제까지의 나를 새로운 지식으로 깬다는 의미다. 발견하는 것은, 자신에게 집중하여, 감동적인 한 가지를 찾아 몰입하라는 것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소극적으로 누구로부터 탈출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거룩한 산으로 올라 기기 위해, 지금-여기를 박차고 정진한다는 선언이다.
이렇게 강의하고 나니 6시였다. 아이들은 3시간동안 미동도 없이 숨죽이고 강의를 듣고 필사하는 아이들은, 내 가르침을 춤추게 하는 스승들이다. 아이들의 눈이 한 없이 빛나는 인생 최고의 날이다. 거의 마칠 무렵, 아이들은 지난번 내가 강의한 단테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원문과 번역을 함께 낭송하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천사도 흠모하는 영롱한 자신감이다.
<사진>
<부천 태풍태권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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