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동물로 태어난 인간을, 인간다운 인간, 더 나아가 신적인 인간으로 훈련시키는 체계적인 자극이다. 행복이란, 이런 교육을 통해, 자신이 신중하게 선택한 인간으로 매 순간 사는 것이다. 교육은, 그 개인에게 숨겨져 있는 개성個性을 드러내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촉구하는 수고다.
2020년 12월에 ‘코라채플’에서 진행할 ‘서브라임 2020’은 소수의 젊은이들에게 아직 은닉되어 있는 그들만의 개성을 발굴하여 다듬을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존경받는 인간으로 탈바꿈하는데 디딤돌이 되고 싶다. 내가 35년 전,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큰 난관에 봉착해 실의에 빠졌다. 영어가 서툴러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고, 나의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을 선명하게 글로 써 본적이 없어, 나는 성인이었지만, 지적으로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오랫 동안 독서하기와 글쓰기 훈련을 통해, 학문 세계에 입문하였다.
서양에서는 중세시대 때부터 인간이 갖추어야할 기본 교양을 ‘트리비아’trivia라는 라틴어 용어를 사용하게 주장하였다. 이 단어는 후에 ‘너무 기초여서 사사로운’이란 의미를 지닌 ‘트리비얼’trivial이 되었다. ‘트리비아’는 ‘세 가지 길’이란 의미다. 학생은 자신이 직업으로 선택할 전문분야를 선택하기 전에 ‘세 가지’ 분야를 연마해야한다.
첫째는 ‘문학文學’이다. ‘문학’을 통해,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극적인 삶을 산 인간들을 통해,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간접 경험한다. 이 경험을 통해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나 개념을 이용하여 소통하는 수단이다. 어떤 사람이 ‘이성적이다’라는 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자신이 입을 통해 말로 전달하는 말이 이성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말이 자신에게 이성적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이성적으로 원하는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할 수 없다. 요즘 내가 본 가장 무식하고 상대방과 대화할 줄 모르는 인간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는 ‘묵상’이라고 불리는 깊은 생각 훈련과 인류가 남긴 최선의 사상들이 남겨있는 경전과 고전 ‘독서’를 통해, 생각의 범위를 확장한다. 목상과 독서는 이성적인 인간의 구별된 습관이다.
문학은 우리를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진입시켜, 그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 자아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로부터 탈출하여 ‘엑스타시’를 경험한다. 그 결과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비’를 함양시킨다. ‘자비’는 인간에게 품격과 카리스마를 선물한다. 나는 ‘서브라임’ 수련생들에게 펭귄출판사가 선정한 Modern Classic 50권 (발췌본)을 선물하고 일주일에 한권씩 읽고 토론할 것이다. 이 책들은 근대를 마감하고 현대를 창조한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이다.
둘째는 ‘문법文法’이다. 인류의 최선을 간직한 고전들의 언어인 고전어를 공부다. 서양교육의 근간은 고전어 습득이다. 고전어공부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가치를 함양시킨다:
(1) ‘근면勤勉’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하루 일과 중 중요한 시간을 분리하여 그 생소한 문법을 숙지해야만 한다. 근면은 언어습득의 알파와 오메가다.
(2) ‘인내忍耐’다. 낯선 단어,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숨겨있는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고전어로 기록된 문장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을 인내하며 몰입해야한다.
(3) ‘정직正直’이다. 문법을 배운다는 것은, 자신이 배운 만큼만 아는 척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10과의 문법까지 배웠다면, 그는 11과 연습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다. 11과에 등장하는 문법을 숙지해야, 그 과에 해당하는 연습문제를 풀 수 있다. 고전어 학습은 ‘아는 만큼만 아는 척하라’는 정직을 알려준다.
(4) ‘겸손謙遜’이다. 완벽하게 문법을 숙지해도 원전을 자신의 모국어처럼 쉽게 읽고, 쓰고 말하기는 힘들다. 언어는 바다와 같아 끝이 없다. 경전과 고전을 원전으로 읽는다면, 그 사람의 인생경험과 지혜의 수준에 따라, 그 숨겨진 의미가 조금씩 드러난다. 고전어 공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이 네 가지 덕목으로 젊은이들을 함양할 것이다.
‘서브라임 2020’은 로마제국의 언어인 라틴어와 성서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공부한다. 고전어는 인류의 지혜가 담긴 경전과 고전을 우리에게 전달한 매개체다. ‘서브라임’은 선택한 고전어들은 라틴어, 고전 그리스어, 고전 히브리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어다. 수련생들은 1년 후, 이 고전어들로 기록된 원전을 암송하여 자기 삶의 나침반으로 삼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수사학修辭學’이다. 수사학은 내가 다른 인간과 의견이 대립할 때, 그 의견들의 경중을 가리는 설득의 예술이다. 만일 내가 상대방과의 토론에서 그(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나는 내 의견을 접고 그의 의견을 따라야한다. 수사학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경청’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묵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경청해 본적이 없는 사람은,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하지 않고, 자신의 무식한 의견이 최선이라고 착각한다.
수사학은 리더의 학문이다. 나는 ‘서브라임 2020’에서 로마시대 철학인 스토아철학과 19세기 미국에서 발흥한 ‘초월주의 사상’를 젊은이들과 공부할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기원전 6세기경 소아시아와 고대 그리스에서 등장한 서양철학은 현상세계를 조절하는 원칙들을 이데아 세계에서 찾았다. 스토아철학의 관심은 이데아가 아니라 지금-여기다. 개인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 있고, 그 소질을 우주와 자연의 질서 안에서 구현할 수 있다. 개인은 ‘우주적인 자아’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반드시 완수해야할 임무를 지닌다. ‘서브라임 2020’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세네카의 철학적 에세이들을 공부한다.
‘초월주의’는 19세기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시작한 사상이다. 아직도 왕정의 잔재가 남어 지해하는 유럽이나 아시아와는 달리 당시 미국은 보통사람이 통치자가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험하였다. 초월주의자들은 스토아철학과 힌두철학을 수용하면서, 민주적인 삶, 개인 한명 한 명이 주인이 되는 삶이 무엇인가를 탐구하였다. ‘서브라임 2020’에서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연>에 실린 에세이들과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 호수> 에세이들을 자세히 읽고 토론한다.
‘서브라임’ 매 수업은 실제 요가 수련과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의 제1권 <삼매경>에 대한 공부로 마친다. 요가강사에 젊은이들에게 실제 요가를 가르치고, 나는 <삼매경>에 등장한 산스크리트어 구절을 음미하고 설명할 것이다. 신체, 정신, 그리고 영혼이 건강한 자립하는 젊은이를 보고싶다.
사진
<Penguin Modern Classic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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