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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1.(月曜日) “기정습관旣定習慣”


인류가 우울하다. COVID-19 치료제 개발은 요원하고, 전 세계 경제는 악화하고, 사랑하는 식구와 친구를 만날 수 없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회기 본능을 확인하는 추석秋夕이 다가오니 더욱 쓸쓸하다. 추석은 겨울의 죽음을 준비하고 봄의 탄생을 기원하며 자신의 나아주신 부모님 혹은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오래된 의례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참전하여 승리를 거둔 뒤, 트로이에 남아 살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 전쟁 참전 10년 만에, 고향 아타카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전쟁승리를 통해 획득하는 ‘명성名聲’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귀근歸根’의 임무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트로이 전쟁 승리만큼, 실행하기 힘든 것이,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호메로스는 ‘귀향’을 고대 그리스어로 ‘노스토스’nostos라고 불렀다. ‘노스토스’는 인생이란 여정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인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이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추석은 근본을 찾아가는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의 의례다. 동물들은 계절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전 세계의 만 종이상의 새들 중 약 천팔백 종이, 목숨을 내놓고 장거리 비행을 감행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수백km거리 떨어진 북쪽으로 비행한다. 그리고 겨울이면, 따스함을 찾아 다시 수백km거리를 남쪽으로 이동한다. 북극 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알을 낳고 남극으로 무려 19,000km을 왕복 비행한다. 이 비행은 목숨을 담보한 위험한 이주이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하기 위한 희망의 이주다.

COVID-19은 인간의 도리이며 본능적인 행위인 ‘귀향’을 금지시켰다.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 가장 손쉬운 오락거리인 TV나 유튜브 시청에 의존할 것이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나 경제인이 아니다. BTS는 멋진 안무와 가사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국내 한 방송사가 주관하여 대스타가 된 ‘미스터트롯’ 멤버들은 우리의 애환을 담아 구슬지게 노래한다. BTS의 안무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거의 완벽한 움직임이며, 미스터트롯의 노래는 우리도 몰랐던 애잔한 향수를 일깨운다.

이들의 안무와 노래는 예상가능하다. 동일한 춤이나 노래는, 그것들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상을 남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한 몸짓과 소리에 감동한다. 이들의 안무와 노래는 우울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특효약이다. 사람들은 종종 춤을 인생에 대한 은유로 설명한다. 무대 위에선 춤꾼의 몸은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여, 음악에 따라 유연하고 경쾌하게 몸을 음악에 맞추어 움직인다. 그(녀)는 상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때로는 두 사람 사람처럼, 때로는 한 사람처럼 군무한다.

COVID-19시대에 춤이나 노래는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도피이지 해결이 아니다. 춤이 인생에 대한 은유로는 부족하다. 무용수가 무대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는 동안,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와 그(녀)의 춤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인생은 멋진 춤이 아니라 레슬링이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느닷없이 등장하여 인류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전염병에 감염이 되었거나 감염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불안하다. 소상공인의 매출은 곤두박질하고 직장은 사람들을 해고시킨다. 입을 마스크로 가리고, 타인과거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하루에 몇 번이고 병적으로 손을 씻는다. 인생은 잘 짜여진 안무라기보다는 사각 링에서 펼치는 레슬링 경기다. 링 안에는 나와 호흡을 맞추려는 파트너가 아니라, 나를 호시탐탐 링 바닥에 넘어뜨리고 목을 조르려는 경쟁자가 있다.

레슬러에게 고통과 예상치 못한 습격은 일상이다. 레슬러는 링 위의 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한계, 감정 그리고 훈련의 성과가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다. 인생에서는 우아한 몸짓이나 감동적인 목소리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삶이란 링 위에서 나를 엄습하는 공격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평상시 고강도 훈련이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견딜 수 있는 힘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홍콩출신 무술인이자 영화배우 이소령은 그 힘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한 번에 만 번의 발차기를 연습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한 동작의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하는 자를 두려워한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그것이 무의식적인 행위가 되어, 위급한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등장한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에 심어놓은 ‘기정습관’만이 모든 역경을 견딜 수 있는 난공불락의 ‘내성內城’이라고 말한다, 외부의 자극에 일희일비, 특히 분노하지 않는 감정의 훈련, 타인을 험담하지 않는 절제, 그리고 나만의 안식처가 되는 한 가지 구별된 행위의 반복을 통한 ‘기정습관’의 획득이다. '기정습관'은 컴퓨터의 '디폴트키'처럼, 나를 맨 처음으로 돌려, 정색하게 만드는 총성이다. 당신에게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마련해줄 ‘기정습관’은 무엇입니까? 그 구별된 습관이 있다면, 당신은 매일 강화하십니까? 혹은, 그런 습관이 없다면, 오늘 당신에게 어울리는 습관을 만드시겠습니까?

사진

<쉬고 있는 권투선수>

기원전 330-350년 제작, 140cm

로마 국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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