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25(水曜日) “절친切親”

호모 사피엔스는 4만 년 전부터 야생 동물을 사육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이용했다. 이는 곧 사냥 채집 경제체제의 혁명이었다. 인간이 동물을 ‘사육飼育’한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다.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물의 움직임, 먹이, 보호, 분배 그리고 교배를 조절하는 것이다. 사육된 동물은 인간의 경제적인 자산이 되어 인간 사회 구조 안으로 들어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육에 관한 또 다른 정의는 인간과 사육당한 동물 간의 상호적인 활동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동물 사육은 자연계 안에서 동물들 간의 공생을 위한 상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자연의 상호주의는 본질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고 서로간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의존하는 반면, 인간은 자신의 원하는 목적을 위해 기존의 행위를 버리고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낸다. 특히 인간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육하는 대상에게 성적인 접촉이 아니라 수정된 행위를 적용한다. 동물을 사육한다는 것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을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동물 사육은 여러 가지 생물학적 변수와 사회적 환경을 통해 대게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공생’共生이다. 동물들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인간이 남긴 음식물을 발견하면 이후로 자주 그곳에 와서 배를 채운다. 혹은 이 음식물을 찾아오는 자신보다 취약한 또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이 관계는 인간보다는 동물에게 혜택이 많다. 인간 거주지에 접근한 동물들은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간들은 다가온 동물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남겨놓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호관계는 동물 사육의 첫 단계가 된다.

예를 들어 늑대는 처음에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기 위해 인간 거주지에 모여들었다. 늑대는 원래 무리를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늑대 무리의 대장인 알파 늑대보다 덜 공격적인 늑대가 무리를 이탈해 인간 거주지에 접근한다. 이 늑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뼈의 골격이 작아지고 치아의 크기와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사냥 먹잇감 방식’이다.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목적은 먹기 위해서다. 인간은 자신들이 잡은 동물을 바로 먹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키운 뒤 잡아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잡은 동물 중 사육이 가능한 대상을 선별했다. 인간은 비교적 난폭하지 않는 야생 동물을 자신의 중요한 자산으로 삼았다. 그에 해당하는 동물이 소, 양, 염소 그리고 닭과 같은 가금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가축들은 이 방식을 통해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가축이 늘어나면서 인간은 사냥을 하러 나가는 시간이 현격히 줄어들었고, 가축의 가죽으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입었다.

세 번째 방식은 좀 더 정교하고 ‘의도적인 사육’이다. 인간들은 자연에서 자유롭게 노는 동물을 잡아 사육했다. 그들은 ‘공생’과 ‘먹잇감을 사냥하는 방식’을 터득한 후 의도적인 사육을 시작했다. 의도적인 사육은 이전까지 동물들이 지니고 있던 야생적인 행동을 제어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적응된 동물로 만든다. 이 사육은 오늘날의 유전자 조작과 같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 결과 인간은 사육에 걸림돌이 되는 동물들의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했다. 말은 의도적인 사육의 대표적인 예다. 인간들은 비교적 사육하기 쉬운 동물들, 즉 양이나 염소를 사육하기 시작한 후 야생말을 사육하기로 결정한다. 말은 인간에게 고기와 우유,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뼈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장거리 여행이나 운송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동물 사육을 시도해왔고, 사냥을 기반으로 한 삶도 정착됐다. 인류가 개를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생활하기 시작한 시기는 약 1만 2000년 전이다. 빙하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카니스 파밀리아리스(canis familiaris)라는 사육된 늑대개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과 개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고학적 발견이 있다. 북이스라엘에 있는 아인 말라하(Ein Mallaha)라는 장소에서 1만 2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됐다. 이 인간의 유골은 거의 완벽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의 두 손은 머리맡에 있는 어떤 조그만 뼈들을 잡고 있었다. DNA 조사 결과 이 작은 뼈는 강아지의 것으로 판명됐다.

인류는 이제 자신의 생존을 넘어 문화와 문명을 개척해야 할 문턱에 와 있었다.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먹잇감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동물 사육이라는 혁명적인 발상을 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먹을 것을 확보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말, 소, 염소, 양 그리고 닭과 같은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 사육한다 하더라고 이것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것을 해결해줄 가장 적절한 동물이 바로 개였다.

인간이 어떻게 늑대를 사육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쇼베 동굴의 발자국이 인간과 늑대의 첫 만남이라면, 인간은 그 이후 거의 2만 년 동안 늑대를 사육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전혀 다른 동물로 변화시켰다. 그것이 바로 개다.

길고 강력한 다리를 가진 늑대는 하루에 8~10시간 이상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 늑대의 평균 달리기 속도는 시속 8킬로미터고 최대 속력은 시속 40킬로미터다. 늑대는 발가락 다섯 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서 빠르게 달리다가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데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 한마디로 사냥하기 위해 태어난 먹이사슬의 최강자다. 더구나 마흔두 개의 치아와 강력한 턱 근육은 자기보다 큰 먹잇감을 물고 옮길 수도 있다.

늑대의 후각은 매우 예민해서 거의 300미터 떨어진 곳의 먹잇감을 감지할 수 있고, 자신의 사냥감을 직시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것을 ‘죽음의 대화(conversation of death)’라고 한다. 늑대는 호랑이나 사자와 달리 무리 생활을 하고, 알파 늑대라고 하는 대장 늑대에게 절대 복종하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회색 늑대(canis lupus)의 털은 겹겹이 몸을 감싸고 있어서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수컷은 보통 길이가 170센티미터, 꼬리는 50센티미터, 무게는 45킬로그램 정도다.

인간은 의도적으로 늑대의 새끼를 키웠고, 그러면서 늑대들이 자신을 부모로 여기도록 했다. 늑대는 자라면서 인간을 자신의 무리로 착각했고, 인간의 집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가축을 마치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그럼으로써 늑대는 강력한 신체 조건으로 침입자를 막고 인간을 보호해주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개와 주인 사이에 특별한 호르몬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인이 개를 바라보고 쓰다듬어주고 산책을 시켜주면, 주인과 개 모두에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어머니가 어린아이의 눈을 바라볼 때 어머니의 뇌에서 분출되는 호르몬이다. 어머니와 어린아이를 하나로 만드는 사랑의 묘약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회색 늑대를 사육해 개가 된 순간 개는 인간의 삶 안으로 들어왔고, 이제 인간과 개는 분리할 수 없게 됐다. 인간은 늑대 사육을 통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자신과 자신들이 기르는 가축을 보호해주는 충직한 동료를 얻은 것이다. 개는 인간에게 도시와 문자라는 정교한 문명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다음은 미국의 시인 오그덴 나시(Ogden Nash)의 개에 대한 찬양시 <개를 소개합니다>Introduction of Dog다.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다.

맨 끝에는 꼬리가 있고,

맨 앞에는 치아가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네 다리가 있다.

개는 짖기를 좋아한다.

특히 해가 지고나면 더 짖기를 좋아한다.

개는 좀도둑을 쫓아낼 뿐 아니라,

잠 귀신도 멀리 내쫓는다.

집 안에 있는 개는

모든 것을 탐험한다.

당신은 개를 내보냅니다. 그리고 무엇을 합니까?

개는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고 싶습니다.

당신이 목욕시키려한다면,

개는 꺼려하고 화를 낸다.

개는 뼈를 땅에 숨겨놓고

대게는 사람들 옆에서 빠르게 걷는다.

개는 들판에서 가장 기뻐한다.

뛰고, 뛰고, 또 뛴다.

그러나 도시에서 개는

끈에 묶여 끌려 다닌다.

개는 뾰족탑처럼 꼿꼿이 서 있고

사람보다 더 충성스럽다.

사람들이 더 괘씸한 이유는

아마도 개들이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사진

<절친 개와 함께 매장된 여인>

회반죽 보관 고고학 유물, 기원전 12,000년, 16 x 115 x 70cm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