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22. (土曜日) “정화淨化”

2020.8.22. (土曜日) “정화淨化”

기원전 5세기 아테네는 취약했다. 아테네는 그 안에 다양한 인종들과 민족들이 모여 살면서 가족단위나 친족단위 중심의 공동체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런 갈등은 인류 최초로 ‘민주주의 공동체’를 구추하려는 아테네인들에게 걸림돌이 되었다. 이 걸림돌은 길가에 숨겨져 있다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을 넘어뜨린다. 이 걸림돌을 그리스어로 ‘스칸달론’skandalon라고 부르며 ‘스캔달’scandal 즉 ‘추문’醜聞 단어의 어원이다. 이런 추문이 종종 들리는 사회는 취약脆弱하다는 증거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숙고’熟考를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깊이 숙고하는 자만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미래를 숙고할 능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아테네라는 공동체는 이 취약점을 제거하기 위해, 그리스 비극이라는 시민 정화의례淨化儀禮를 거행하였다.

비극작품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는 테베라는 도시를 다스리는 강력한 리더다. 그는 또한 아폴로 신전 앞에 시급한 탄원을 위해 모인 시민 대표들을 만나러 몸소 나올 정도로 자비롭다. <오이디푸스 왕>의 첫 부분은 오이디푸스와 테베의 사제, 그리고 델피에서 신탁을 받아온 오이디푸스의 처남인 크레온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다. 테베 시민들은 양털실을 감아 맨 나뭇가지를 들고 향연香煙으로 가득한 신전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탄원하고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그들에게 다가와 자신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오이디푸스가 몸소 왔다.” (8행)

그는 호메로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처럼 “나는 오디세우스다. 나의 명성이 하늘에 닿았다”(<오디세이아> 9.19)라고 단호하게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에서 역병을 일으키는 괴물 스핑크스를 살해하여, 고대 그리스 영웅의 최고 가치인 ‘명성’名聲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오이디푸스의 심리적인 혼란을 표시한다. 오이디푸스는 ‘남들에게는 명성을 지닌 영웅’이지만 정작 자신은 모든 비밀을 간직한 ‘퉁퉁 부은 발’을 매일 보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미몽에 빠져있는 비극적 영웅이다.

탄원자들의 대표인 사제는 테베의 모든 연령층 대표들이 전부 모였다고 말한다. “당신의 제단에, 일부는 날기에 아직 너무 연약한 어린것들이며, 일부는 나이가 들어 몸이 꾸부정한 저처럼 제우스 사제들이고, 일부는 선택된 젊은이들입니다.”(16-19행) 이 문장들은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한 질문, 즉 “아침에는 네발로, 점심에는 두발로,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사제들은 스핑크스가 테베에 가져온 역병보다, 더 심한 역병이 창궐하고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스핑크스보다 더 큰 ‘괴물’이 테베의 역병을 야기 시켰다고 믿는다. 이 재해의 원인은 스핑크스처럼 외부가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는 테베 내부, 한 개인 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테베인들은 테베의 제단, 시장, 아테네 여신을 위한 두 신전, 아폴로 신탁을 위한 신전 등을 통해 도시문명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역병 때문에, 도시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하였다. 사제들은 “만일 성벽도 배도 텅 비어 그 안에 같이 살 사람이 없다면 폐허(그리스어 ‘에레모스’)가 될 것이다.”(56-57행)라고 한탄한다. ‘에레모스’eremos라는 흔히 ‘버려진 땅; 사막’ 혹은 ‘목동에 의해 버려진 가축’ 혹은 ‘남편에 의해 버려진 아내’라는 의미다. ‘도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스’가 ‘질서’를 의미한다면, ‘에레모스’는 ‘혼돈’이다. 플라톤은 우주창조를 기록한 <티마에오스>라는 책에서 장소를 다음과 같이 세 구역으로 구분한다. ‘도시’(폴리스)-‘경계’(코라)-‘버려진 땅’(에레모스). 이 세 장소는 각각 질서, 경계, 그리고 혼돈을 상징한다.

오이디푸스는 ‘폐허’라는 야만으로 상태로 돌아가려는 테베를 다시 질서로 편입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크레온은 델피로 가서 아폴로 신으로부터 받은 신탁을 가져온다. 오이디푸스는 이성적이고 자비로운 왕으로, 그 신탁에 근거하여 역병의 원인을 추적하여 제거한다. 오이디푸스의 문제해결 능력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의 역병을 정지시킬정도로 탁월했다. 크레온이 델피에서 돌아와 다음과 같은 신탁을 전한다. “제가 신으로부터 들을 것을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주님이신 포에부스(아폴로 신의 별칭)가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땅으로부터 오염汚染을 내쫓아라. 그것을 더 이상 품지 말라. 치유할 수 없을 때까지 양육되지 않도록 근절하라!’ (95-98행)

‘오염’이라고 번역된 그리스 단어 ‘미아스마’miasma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염시키다’라는 ‘미아이네인’miainein이란 동사에서 파생된 이 명사는 ‘얼룩; 오염’이란 의미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살인죄를 공기 중 바람으로 퍼지는 ‘오염’으로 규정하였다. 살인을 한 사람이 한 공동체에 계속 거주할 경우, 그 살인이란 범죄가 다른 사람에게 오염되어 또 다른 살인으로 어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역병이 한 개인의 살인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도시라는 문명을 구축하고 야만에서 양육의 단계로 진화하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도시는 다시 문명을 파괴하는 ‘오염’을 ‘양육’하고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는다. “어떤 정화방법을 사용해야하는가? 그런 일을 초래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정화’라는 번역된 그리스 단어는 ‘카타르모스’katharmos로 흔히 ‘정화’ 혹은 ‘세정’으로 번역된다. ‘정화’는 도시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문명을 구축하고 문화를 누리려는 시민들의 수행이다. ‘카타르모스’는 원래 의학용어로 시작하였다. ‘카타르모스’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 할 수 있는 스스로 확인하며 매달 몸 밖으로 출혈하는 생리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테베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알 수 없는 장소이지만 필수불가결한 장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공연은 도시라는 정치적인 공동체의 공공의례라고 정의한다. 비극은 그 공동체가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취약한 상황에 좀 더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위한 정치적인 장치다. 카타르모스는 개인적 차원에서 군더더기와 같은 감정들을 유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그 취약성을 제거하는 행위다. 건강한 도시는 그 안에 존재하는 취약한 사람들, 취약한 지역들, 취약한 개념들을 솜씨 있게 다룰 때 유지된다.

‘카타르모스’는 단순히 테베 도시 안에 존재하는 유기해야만 하는 불순물에 대한 정화다. 그리고 건강한 도시가 되기 위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취약하고 숨기고 싶은 과거를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심지어는 제거하려는 노력이다’. 테베는 ‘카타르모스’를 통해 안정된 도시로 재조정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테베는 그 안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이 감추고 싶은 취약한 과거라도 포용할 수 있는 자아확장을 연습한다. 여성들이 ‘월경’이란 경계를 통해 새로운 생명탄생에 대한 희망을 품듯이, 테베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태어날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그 정화방법을 잘 알고 있다. 살인을 통해 테베라는 취약한 도시에 ‘오염’을 초래한 장본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정화란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쌓인 오염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행위다.

사진

<목동과 오이디푸스>

앙투안 드니 쇼데(1763–1810)

75cm x 82cm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