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2. (水曜日) “자기대화自己對話”
인생은 오늘이라는 하루의 연속이다. 오늘이 지나면, 또 다른 오늘이 나를 기다린다. 지나가버린 어제도, 어제는 오늘이었다. 오늘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제 내게 다가온 오늘을 그럭저럭 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 저녁에도 그런 식으로 보낸 내 자신에 아쉬움을 품고 체념의 잠으로 들어갈 것이다. 내가 오늘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로마 서정시인 호라티우스의 명언처럼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오늘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공을 골대에 넣어야하는 유일한 기회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기최면이 필요하다.
오늘이라는 경주를 시작하기 전, 일종의 정신적이며 육체적인 몸 풀기가 필요하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루틴으로 명상과 걷기를 수련한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까지 9km나 되는 거리를 매일 1시간15분 정도 걷는다. 그날 자신이 해야 할 사업구상을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생각해내고 그 해결책까지 얻는다고 말한다.
아침시간, 특히 이른 아침은 하루를 자기 삶의 최선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게르만족과의 전쟁을 벌이는 최전선에서, 이른 아침시간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여겼다. 그는 이 시간을 ‘자기대화’自己對話의 시간으로 삼았다. ‘자기대화’는 하루를 시작하는 효과적인 동기부여 전략이다. 자기대화를 통해 얻은 자신만의 지혜는, 소크라테스의 지혜보다 실질적이며 실현가능하다. 자기대화는, 자신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놓고, 그런 자신에게 정중하게 당부하는 말이다.
‘자기대화’가 ‘타인대화’보다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는 내 자신을 향해 체면치례를 하거나 내숭을 떨 필요가 없어 정직할 수 있다. 나의 약점과 장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런 자신에게 아침마다 다음과 같이 ‘자기대화’로 새벽을 열었다.
Ὄρθρου,
ὅταν δυσόκνως ἐξεγείρῃ,
πρόχειρον ἔστω
ὅτι ἐπὶ ἀνθρώπου ἔργον ἐγείρομαι:
τί οὖν δυσκολαίνω,
εἰ πορεύομαι ἐπὶ τὸ ποιεῖν ὧν ἕνεκεν γέγονα
καὶ ὧν χάριν προῆγμαι εἰς τὸν κόσμον;
“아침 일찍,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기 힘들 때,
이런 생각을 마음에 품으십시오: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ergon)을 위해 일어난다.
내가 아직 원망하는가?
그것이 내가 태어난 이유이며, 내가 이 ‘우주/세상’(kosmos)에 불려온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명상록> V.1a.
아우렐리우스는 하루를 이른 아침에 시작한다. 새벽잠은 현자 아우렐리우스에게도 떨쳐내기 힘든 유혹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대화’의 시간을 새벽으로 잡았다. 자신과의 대화를 방해하는 잠을 떨쳐내고, 가장 먼저 한 행위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 위해 일어난다. 그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동물로 태어났으며, 인간에겐 주어진 특별한 임무가 있다고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임무수행을 ‘에르곤ἔργον’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에르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생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라고 말한다. 서양문학과 정서의 전형을 보여주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는 두 가지 가치를 노래한다. 하나는 ‘에르곤’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행위’이며, 다른 하나는 ‘로고스’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말/글’이다. <일리아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에르곤’의 화신이며, <오디세이아>의 영옹 오디세우스는 ‘로고스’의 화신이다.
호메로스가 두 영웅을 통해 ‘행위’와 ‘말/글’을 별도의 책과 영웅으로 표현했지만, ‘행위’와 ‘말’을 상호보완적이며 ‘하나같은 둘’이다. 말과 글이 바로 서지 않고, 행위가 바를 수 없고, 행위를 올바르지 않고, 말과 글이 제대로 설수 없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해진 시간 안에 완수하기를 시도해야하는 임무 ‘에르곤’이 있다. 그것은 마치 인생이란 연극무대에 올라, 자신이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말과 행위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이라는 막이 내리기 전에, 나에게 맡겨진 배역을 완수하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해야한다.
내가 그 임무를 완수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연극의 한 배역처럼, 인생이란 계주경기의 한 선수처럼, 전체를 위한 부분이어야 한다. 아우렐리우스에게 세상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조화’ 혹은 ‘질서’라고 여겼다. ‘우주’ 혹은 ‘세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코스모스’는 추상적인 의미인 ‘조화; 질서’라는 의미다. 나는 오늘을 영원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나에게 정중하게 말을 거는가? 오늘 내가 나와 대화할 주제는 무엇인가?
사진
<독서하는 소년>
미국 화가 이스트만 존슨 (1824–1906)
유화, 1863, 26 cm × 22.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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