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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10.(金曜日) “안녕安寧”

2020.7.10.(金曜日) “안녕安寧”

최근 의학계는 멕시코산 버섯에서 축출되는 실로시빈psilocybin이란 환각제가 고통스런 순간들을 영원히 보내고 있는 말기 암환자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 환각제는 모든 것이 괜찮고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전부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환자에게 심어준다. 실로시빈은 환자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를 마지막 선물로 준다.

1세기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65년)는 글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의 제시는 물질적인 실로시빈이 아니라 정신적인 처방전인 스토아철학이었다. 그는 친구였던 시실리의 검찰관인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탐구하라”라고 조언하였다. 세네카의 최초의 에세이인 <마르시아 보낸 위로의 편지>(40년)에서 생애 마지막 글들을 <도덕 편지들>(65년)에 이르기 까지, 세네카 글의 주제는 무난히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오는 ‘웰다잉’에 관한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을 죽음을 잘 준비한다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로마 최고의 권력기관의 원로원의 일원이 되었다, 당시 황제인 칼리굴라는 자신이 신뢰하지 못하는 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연설가와 문필가로 이름을 날리던 세네카는 눈에 가시였다. 세네카는 40대에 들어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미움을 사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일생 천식으로 허약체질이라는 이유로 코르시카 섬에 유배되어 고통스런 날을 보냈다. 이 유배는 오히려 불멸의 글을 남기는 문필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는 50대에 들어서 로마로 소환되어 어린 네로 황제의 고문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황궁에 지내면서 네로가 점점 정신병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네로는 그를 자신을 폐위시키려는 역모의 일원으로 몰아 자살을 명령하였다. 세네카는 65세에 자살로 인생을 마쳤다.

세네카는 네로 황제의 고문으로, 황제다음으로 권력을 가진 ‘프린쳅스’princeps ‘첫 번째 (권력자)’였다. 그가 네로황제 옆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성찰의 글을 쓰고 심지어 비극 작품도 남겼다. 스토아철학의 세계를 받은 세네카는 자신의 마음속에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요새’를 구축하였다. 스토아철학은 아테네 철학처럼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심이어 학대받은 노예로 철학자가 될 수 있는 삶의 예술이었다.

스토아 철학은 부와 권력을 그리스어로 ‘아디아포라’adiaphora다. ‘아디아포라’는 즉 인생의 행복도 불행도 가져오지 않는 ‘상관없는 것들’이다. 자유과 건강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행위가 우주의 질서와 조화로울 때, 바람직하다. 만일 자유가 독재자와 같은 외부에 의해 파괴당하고, 건강이 회복할 기민가 보이지 않을 때, 죽음이 삶보다 우선이며 자살이나 자신이 선택한 안락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였다.

세네카는 자신의 스토아사상을 그리스철학자와 로마 철학자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인생을 마감하는 죽음에 관한 방식인 자살自殺에 새롭게 부각시켰다. 로마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두 황제인 칼리굴라와 네로, 아니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그리고 네로로 이어지는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 (기원전 27-기원후 68년)에서, 황제들은 통치방삭으로 자신의 정적들을 외딴 섬에 유배시키거나 자살을 명령하였다. 세네카에게 자살은 자신의 삶으로부터의 비겁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지키려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는 한 편지에서 심한 천식으로 안락사를 기획했으나 늙으신 아버지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세네가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VII.3의 마지막에서 라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한다.

Vivere tota vita discendum est et,

quod magis fortasse miraberis,

tota vita discendum est mori.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인생 전체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다음문장이 당신에게 더 놀라울 것입니다.

잘 죽은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인생 전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은 예외가 없이 제한된 시간에 존재한다. 그들의 종착역이 죽음이다. 다행이 인간은 자신이 언제가 죽을지은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 의식이 인간에게 문화와 문명을 선물하였다. 내가 오늘을 산다는 것은 그 만큼 죽음에 조금 다가간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세네카는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 죽기 위해서는 일생의 경험과 배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 비보를 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다. 먼 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가 붓펜으로 남긴 유서를 보았다. 자살을 선택할 만큼,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과 자신의 살았던 현실과의 괴리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 유서는 ‘모두 안녕’이란 문구로 마친다. 안녕安寧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작별인사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모두에게 ‘안녕하게’ 살라는 부탁이다. ‘안녕安寧’이란 우리 각자 완수해야할 임무를 알고 몰입할 때,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오는 편안이다. 세네카와 고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잘 사십니까?” 아니 “당신 잘 죽을 수 있습니까?”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사진


<네로와 죽어가는 세네카>

르네상스시대 무명 주조가

청동 동전, 1445, 지름 10.5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주조설명

“한쪽 면만 주조된 동전이다. 르네상스시대 무명주조가가 로마시대 동전을 모조하여 만들었다. 네로 황제가 왼편에 앉아있고 자살명령을 받아 욕조에 서있는 세네카를 보고 있다. 세레카의 오른 팔 아래에서는 자신이 낸 상처로 피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어떤 폭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리로 네로를 응시하고 있다. 그런 응시로 네로는 겸연쩍게 오른 손을 내밀며 자신은 네로의 죽음과 상관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양편에 새겨진 SC는 S[enatus] C[onsulto]의 약자로 ‘(로마) 원로원의 명령으로’라는 뜻이다. 아래에는 ‘네로 황제’NERO AVG라고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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