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지막 날, 지난 월요일 뵌 김광선 대표님 이야기로 일년을 정리하고 싶다. 월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김광선대표님, 프라즈나 윤선생님, 그리고 채성오 관장님과 나는 ‘더코라’ 소파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금방 자신의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상대방을 존경하니 저절로 경청하려는 마음과 자세가 나왔다. 항상 희망찬 미래를 위한 지금을 살고 계신 김대표님은 좀처럼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말하지 않으셨다. 그에 대한 정보는 대화를 통해 조금씩 알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대상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야한다. 그래야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나의 사전 지식은 편견이다. 아무리 신문과 방송이 어떤 대상에 대해 험담을 하고나 혹은 칭찬을 한다할지라도, 그 대중의 평가는 온전하지도 않고 정확할 리가 없다. 사람들은 그 대상을 자신의 수준만큼 보기 때문에 항상 엇갈린다. 만나보고 경험해야 알 수 있다. 김대표님은 처음으로 최근 자신의 굴곡진 삶에 관해 말씀하셨다.
해병대출신답게 건강한 정신만큼이나 강인하신 김대표님은 베레모와 댄디한 옷을 차려입는 멋쟁이다. 필력과 유모를 갖춘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약 12년 전, 편한 길을 가던 그를 신은 시기하였다. 드닷 없이 걸림돌을 마련하여 그를 넘어뜨렸다. 보통사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암이 두 개 그를 엄습하여 그의 삶을 마감시킬 참이었다. 신앙인인 그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간절히 드렸다. “만일 당신이 나에게 10년이란 삶을 연장시켜주시면, 다시 태어난 인생처럼 새롭게 살겠습니다.” 그는 이 기간에 암을 극복하기 위해 남다른 활동을 한다. 남들이 여행하기 꺼려하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을 비롯하여 전 세계 명산을 차례로 섭렵하여 호연지기를 키우셨다.
그는 이렇게 두 개의 암을 안데스 산맥을 정복하듯이 극복하셨다. 그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신 신께 감사하고 멋진 인생을 꿈꾸셨을 것이다. 그가 암을 극복했다고 확신한 순간, 신은 그를 또 다시 시험하기로 결정한다. 마친 동방의 최고의 의인인 욥을 시험한 것처럼, 신은 그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시험을 내린다. 2018년 12월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그는넘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 산 빙벽과 같은 괴물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아마도 이전 항암 치료 약물들이 원인 되어 이 고약한 병에 다시 찾아 왔을 것이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이 가혹한 병을 다시 허용하였는지 그 이유를 더듬어 찾는다. 그가 유러스럼게 그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맞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과거에 신에게 ‘십년만 살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 과거 10년 연장 기도를 취소하고 건강한 사람들처럼 오래 살겠다고 다시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우리 몸 골수骨髓는 신비하게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세포를 생산한다. 이를 ‘피를 만든다’라고 해서 ‘조혈造血’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다는 것은 골수에서 이런 피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난 뒤, 인간을 히브리어로 ‘아담adam’ 즉 ‘붉은 존재’라고 불렀다. 아마도 핏덩이를 유념하여 만들어 단어 같다. 무함마드는 히라 동굴에서 610년, 처음으로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수라> 96은 알라가 인간을 ‘알-알락’al-‘alaq 즉 ’핏덩이‘에서 창조했다고 기록한다.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나 말초혈액에 피를 만드는 정상적인 조형세포를 억제하는 골수아세포가 20%이상 등장하여 빈혈, 호흡곤란, 발열, 구내염, 폐렴을 야기하는 백혈구 감소, 그리고 혈소판 감소로 빈번한 출혈을 야기하는 병이다.
김대표님이 입원하시면서 필자의 책들을 조용히 다시 읽으셨다. 골수에 항암제를 투여하고 3주 동안 앞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직시直視, 지금只今, 신념信念, 배역配役, 기도祈禱처럼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통해 삶의 희망이라는 동아줄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필자도 2019년 2월부터 페북에 ’매일묵상‘을 올리게 되었고, 김대표님과 나는 페북친구가 되었다. 그는 이제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을 통해 환자 체내의 모든 백혈병 세포를 제거한 후, 정상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받아야했다. 불행하게도 형제자매가운데 그와 일치하는 골수가 없었다. 초조하게 죽음을 기다리던 어느 날, 소식이 날아왔다. 신은 김대표님의 혈액조건과 일치하는 37세 어떤 여자 분을 움직인 것이다. 그 분은 자신을 조혈모세포를 기증하여, 훌륭한 세브란스 의사들의 손을 거쳐 김대표님의 골수에 2019년 6월 2일에 안착되었다. 김대표님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새로운 피와 결합하여, 그의 신체와 정신을 부활시켰다.
김대표님은 요즘 동화를 쓰기 시작하였다(https://www.facebook.com/ocsdmz). <우리 동네 생쥐 이야기>로 26편을 올리셨다. 이 동화의 주인공 ‘하제’는 순수 우리말로 ‘내일’이란 뜻이다. 이 동화는 김대표님처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병과 싸우는 환우들과 그에게 건강한 조혈세포를 선물하신 천사에게 바치는 노래다. COVID-19으로 고통을 받는 우리에게 ‘내일’이란 희망을 제작하고 계신다. 2021년에는 김대표님 곁에서 인생이란 예술을 어떻게 감동적으로 풀어내야할지 배우고 싶다. 하루를 일생처럼 감사하면서 사시는 그의 ‘하제’정신을 품고 싶다.
그는 2020년을 잘 견뎌온 자신에게 이런 시로 축하하고 있다. 윌트 휘트먼의 I celebrate myself로 시작하는 Song of Myself처럼 감사와 간절함이 스며든 시다. 그에게 허락을 받지도 않고 그의 시와 사진을 올려본다. 이 시를 2020년 잘 견뎌온 우리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
< 나는 나에게 축하하고 싶다>
김광선
나는 나에게 축하하고 싶다.
올 해도 큰 수술을 두어 번 겪었지만
별 불평없이 살았구나.
오히려
많은 분들과 소소한 일상이
선물로 다가왔다.
나의 일년은 비록
우등상은 아니지만 근면상은 주고 싶었다.
나에게...
달팽이가 칼날 위를 걷듯이
위태롭고 걱정스러웠지만
넘어지고 자빠져도,
짓무르고 곪아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셈이다.
오늘을 같이 할 것 같았던 사람을
오늘을 함께 하지 못함을 애도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엔 늘 그런 것이다.
오래 산다고 다 잘 사는 것이 겠냐만
그 의미는
백 년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새싹과
방금 씨앗을 차고 나오는 새싹과 같은 것이리라...
어쨋든 나는 이제 새싹이다.
엊그제 만난 사람들도
그렇다고 나를 바라 보았다.
올해여~
이제는 안녕!
안녕은 작별을 하자는 말
안녕은 안부를 묻는 말
평안하시라, 평안하시냐는 말
나는 나에게 '안녕'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여러번 토닥여주면서~
'수고 했어'라고.
축하하면서~
*친구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진
<김광선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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