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10월 30일) 반가운 도반을 만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비한 분이다. 페북을 통해 작년에 만나 뵌 김광선 대표님이다. 김대표님은 지난 10년간 세 번의 치명적인 병, 암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신이 왜 그에게 암을 선물로 주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시시포스의 영웅처럼, 바위를 산위로 들어올리고 그 이유는 찾고 있다. 그것은 마치 생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누구나 운명적으로 특정한 환경에서 태어난다. 그(녀)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그 운명을 개척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발판으로 삼던지. 아니면 그 운명의 노예가 되어 체념하며 사는 것이다.
김대표님은 이전의 2번의 암을 영웅적으로 극복하시고 이젠 세 번째 암과 조우하여 대결하는 중이다. 내가 작년 2월에 페북에 매일 묵상의 글을 쓰면서, 그 전엔 한번도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오래된 친구이자 형님과 같은 느낌의 김대표님과 조우하였다. 내가 작년에 만났을 때, 그는 막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계셨다. 한 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료과정 중에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겹쳐 오랜 기간 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흑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셨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빛을 확인하고 시력을 회복하고 나서, 세상을 다르게 보았을 것이다.
그에게 하루는, 이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에게 하루는 하루이자 동시에 일생이다. 하루를 후회 없이 사는 것이 인생을 보람되게 사는 것이며, 그런 하루의 도래는 그에게 감사의 조건이자 이유다. 나는 작년에 그에게 구약성서에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욥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지금생각해보면, 삶에 대한 이해, 깊이, 그리고 혜안을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묵상하는 분에게, 내가 어줍지 않게 조언했다는 사실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는 이미 욥의 삶을 살고 계신 분이다. 그분의 삶을 통해 가만히 배워야할 사람은 바로 ‘나’다.
김 대표님은, 도산공원 앞에 마련한 ‘코라채플’에서 12월부터 진행할 젊은이들을 위한 수련과정인 ‘서브라임2020’에 참여할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오셨다. ‘Sublime 2020’은 COVID-19으로, 새로운 문명과 문화의 문법에 요구되는 이 시점에, 젊은이의 ‘체덕지體德智’를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신체 단련과 훈련을 강조한다. 사람은, 그 사람의 눈길이며, 그 사람의 걸음걸이이며, 그 사람의 호흡이다. 수련생들은 명상훈련을 통해, 가만히 앉아있기와 쓸데없는 것을 보지 않는 훈련을 감행할 것이다. 그들은 또한 이족보행동물로 자신들이 바로 걷고 있는지, 관찰자가 될 것이다. 요가훈련과 태극권훈련을 통해, 자신의 들숨과 날숨,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느끼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것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는 자신에게 리더인 사람이다. 한마디로 '독보獨步적인 인간'이다. 독보적인 인간은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삶의 문법을 알아내 조용하게 정진한다. ‘서브라임’은 그런 숭고한 자신을 추구하는 소수의 젊은이를 발굴하여 가장 먼저 육체적으로 훈련시킨 후, 그런 신체에 어울리는 지적이며 영적인 인간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코라 서브라임' 프로그램은, 금방 사라져버리는 시간을 막아서서, 1년을 온전히 자기발견과 자기발휘 공부에 투자할 젊은이들을 구한다. 그들은 현재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자기-자신'을 1년 후에 발견하여, 서브라임 훈련이, 일생일대의 최선의 투자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대표님은 이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최선을 선물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는 알록달록한 스트라이프 무늬가 그려진 천 가방을 하나 들고 오셨다. 그가 말한다. “서브라임2020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하루하루를 일생처럼 살기 위해, 자신을 점검하고 더 나은 자신을 희망하는 일기日記를 쓰면 좋겠습니다.” 천 가방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붉은 색 라미 만년필 20개와 파란색 잉크 카트리지 20개가 들어있었다. 내가 서브라임 2020에 오늘 수련생들에게 ‘매일일기’를 요구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 선물을 준비하셨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하얀 A4용지위에 만년필과 카트리지를 올려놓았다. 붉은 라미 만년필에는 희미한 금색으로 Chora Sublime 2020란 글씨가 적혀있다. 수련생들이 이 만년필로, 자신답지 않은 것들을 송두리째 드러내고, 자신이 흠모하는 자기 자신을 푸른 색 잉크로 또박또박 선명하게 적으면 좋겠다. 김대표님이 건강을 회복하여 이 젊은이들이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일기대로 삶을 멋지게 사는 모습을 보시면 좋겠다.
사진
<서브라임 2020 수련생들을 위한 레미 만년필과 카트리지>
Комментари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