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月曜日) “귀향歸鄕”


동물의 DNA 속엔 회기 본능이 있다. 연어는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살던 바다의 심연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3200㎞ 이상 목숨을 건 여행을 한다. 암·수컷 모두 먹이를 먹지 않고 짝짓기가 끝난 후 암·수컷은 곧 죽고 부화한 새끼는 바다로 내려가 생활한다. 불과 100g 정도의 몸무게를 가지는 북극제비 갈매기도 매년 무려 7만km 비행을 30년 정도의 수명 동안 감행한다. 이 길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를 3번 왕복하는 거리다.

인간도 명절이 되면 매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귀성 여행을 습관적으로 해왔다. 인간에게 귀성은 생물학적인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적인 여행일 것이다. 인간 문명은 기원전 1만년에 농업을 발견하면서 정착생활로 접어들었고, ‘집’이 그 중심이다. 우리는 매일 집으로 돌아간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은 연어나 북극제비갈매기 이상으로 인간 무의식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린아이가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고, 파병 나간 군인이 고향을 찾고, 가출한 자녀가 집으로 돌아오듯, 집은 우리의 궁극적인 종착지다. 19세기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의 인용을 빌리자면, 고향은 ‘마지막 항구이며, 더 이상 정박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영웅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죽음 경험이 동반된 기나긴 여행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와의 기나긴 전쟁 후, 고국으로 떠나기 위해 배에 올랐으나, 이전보다 더 어려운 일에 휘말려 귀국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그는 자신의 귀향을 방해하는 신과 괴물, 마술사 들을 모두 물리쳐야만 했다.

성서 인물 야곱의 귀향을 방해하는 것은 질투하는 신들이 아니라, 야곱 가슴속 깊이 자리한 ‘야곱 자신’이란 괴물이다. 야곱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타향에서 결혼한 두 명의 아내 레아와 라헬을 설득하고, 삼촌이자 장인인 탐욕스러운 라반의 음모를 벗어난다. 장자 권한을 빼앗긴 데 화가 나 동생 야곱만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에서를 대면하고, 무엇보다도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 에서를 속여 수십 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면서 쌓인 야곱 자신의 죄책감을 내려놓아야 했다.

야곱에게 귀향은 자신의 불운한 과거와 풀리지 않은 열등감, 내적인 갈등과의 정면대결이다. 야곱은 어느덧 중년이 되어 두 아내와 자녀들, 종들 그리고 수많은 가축이 있었지만, 심리적으로는 나약하고 죄책감으로 가득한 ‘어린아이’와 같았고 영적으로는 깨어나지 않은 알과 같았다.

야곱은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형 에서를 속여 그의 재산과 장자의 권한을 탈취한 후,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 형을 만나기 전,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형의 마음을 떠보려고 전령들을 보내 다음과 같이 말하라고 명령한다.

“당신의 종, 야곱이 주인이신 에서에게 말을 전합니다.

저는 삼촌 라반과 함께 지금까지 지내며 많은 가축과 종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전하며, 당신이 나를 괜찮게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야곱은 자신의 형이 자기를 어린아이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며, 자신의 재산이 에서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추측한다. 야곱의 말을 전한 전령들은 야곱에게 마음속에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을 전달한다. “주인님의 형 에서가 주인님을 만나러 400명의 건장한 청년을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야곱이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다. 야곱은 두려워하며 불안에 떨었다.

야곱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지금, 자신의 부하 100명은 무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구지책으로 400명의 용병을 대항할 방도를 찾는다. 야곱은 종들과 가축, 낙타를 둘로 나누었다. 에서가 한 팀을 공격하면, 다른 팀을 도망갈 속셈이었다. 야곱은 이 위기의 순간에 신을 찾는다.

“청컨대, 저를 제 형님의 손에서 구하십시오.

저는 그가 저와 제 아내들, 그리고 아이들로 죽일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제 자식들을 바다의 모래처럼 쉴 수 없게 만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야곱은 기도를 마친 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야곱은 아직도 형의 분노를 삭힐 방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야곱은 200마리 암염소, 20마리 숫염소, 200마리 새끼 암소와 20마리 새끼 수소, 30마리 낙타와 그 새끼들, 40마리 암소와 10마리 수소, 20마리 암당나귀와 10마리 수당나귀를 골라 첫째 팀과 함께 일렬로 보냈다.

가축들이 에서가 사는 진영에 도착할 때, 야곱의 종들은 “당신의 종 야곱은 우리 뒤에 오고 있습니다”라고 에서에게 말을 전했다. 야곱은 이런 식으로 에서의 마음속에 남은 분노를 누그러트리려 했다. 뒤따라온 팀에 있었던 야곱은 저녁이 되어 얍복강에 도착했다. 이 강만 건너면 에서의 진영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수동적이고 철들지 않은 자아가 야곱을 불안하게 만들어 어린아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야곱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를 가로막은 이 상징적인 강을 건너야한다. 그는 아직, 이 강을 건널 자신이 없다. 앞으로 펼쳐질 불안한 내일을 앞두고 불안한 밤을 보낸다.

사진

<해변에 서있는 수사>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

유화, 1810, 110 cm x 171.5 cm

베를린 독일 국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