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삼각산에 올랐다. 자연은 온통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과 가을 내내 풍성한 외모를 자랑하던 나뭇잎들은 자신들의 고향이자 자양분을 준 땅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을 들어보니 소나무만 절개를 지키며 회색하늘을 갈라놓았다.
하늘 저편에서 느닷없이 기러기가 다섯 마리가 등장하였다. 모든 새들이 그렇듯이 새들은 날갯짓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다섯 마리 기러기가 저마다 다른 날갯짓으로 한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적화된 움직임으로 가야만 할 곳을 가고 있다. 이들의 몸에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 그리고 사시사철의 변화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가야갈 곳으로 기어코 간다. 눈이나 비도 이들의 비행을 막지 못한다. 눈비는 기러기가 비행해야할 길을 막아서는 장애가 아니라, 이들이 그것을 딛고 극복해야할 유일한 길이다.
미국 시인 매리 올리버는 지극히 내성적內省的이며 내관적內觀的인 시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을 깊이 관조하여 인류가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그 힌트를 선명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에서 찾는다. 이것들은 존재하는 것들이 드러내야할 본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나는 올리버의 시중 <야생기러기>를 좋아한다. 읽을수록 위안과 혜안이 샘솟기 때문이다. 특히 인류가 COVID-19의 포로가 되어, 관계가 해체되고 생계가 위협받아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위한이 되는 시다. 이 시는 고통을 동반하는 혼돈을 진정시켜주는 방향제다.
<야생기러기>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남들에게 좋아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무릎을 꿇고
수백키로나 되는 사막을 회개하면서 건너갈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몸을 지니는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허용만 하면 됩니다.
당신의 좌절에 관해 나에게 말해보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나의 좌절을 말하겠습니다.
그 동안에도 세상을 돌아갑니다.
그 동안에도 태양과 비로 씻긴 선명한 자갈들이
들판을 따라 산과 강으로 움직입니다.
그 동안에도, 야생기러기들은, 청아하고 푸른 하늘에 높이 올라
자신의 집을 향해 다시 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누구든지, 얼마나 외롭던지 상관없습니다.
세상은 당신의 상상 속에서 펼쳐집니다.
저 야생 기러기처럼, 거칠고 흥분된 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가운데 당신의 위치를 찾으라고 계속 외칩니다.
<야생기러기>는 18행으로 구성된 한 연聯 시다. 이 시에는 운율이 없고 산전수전 다 겪는 현자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고마운 충고와 같다. 나는 첫 행에 등장하는 You do not have to be good 즉 “남들에게 좋아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에서 위로를 받는다. 당위와 체면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선’에 노예가 될 필요가 없다는 선언이다. 서양문학작품의 특징인 느닷없이 시작하는 소위 ‘인 미디아스 레스’in medias res의 전형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자기학대를 통해 회개의례를 굳이 행하지 않아도 된다. 올리버는 내가 지닌 몸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는 숙고를 통해 홀로 산출해야한다. 그녀는 이기심으로 가득차 쾌락을 추구하는 그런 나가 아니라, 자신에 주어진 유일한 인생과 그 방향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며, 그 결정을 신뢰하라고 말한다. 나는 어디를 향해 날고 있는가? 나는 그 비행을 깊이 상상했는가? 그 상상이 내가 가야할 길이란 사실을 아는가?
사진
<비행하는 야생기러기>
미국 풍경화가 윈슬로우 호머(1836–1910)
유화, 1897, 86 cm x 126.3 cm
미국 포틀랜드 미술관
동영상
<올리버 매리의 ‘외로운 기러기’ 낭송‘>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