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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 (日曜日) “대접待接”


오늘 아침산책길이 일 년 중 어느 날보다 을씨년스럽다. 차가운 바람이 청평호수를 휩쓸어, 셀 수 없는 잔물결로 울렁거리게 만든다. 그 바람은 호숫가 전나무 가지가지를 휘몰마 쳐, 겨우 붙어있는 솔잎들을 땅으로 우수수 떨어뜨린다. 11월 1일은, 일 년의 다른 어떤 날 보다 무겁고 차갑게 느껴진다. 인류는 오랫동안 이 날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여겨왔다. 이 날은 모든 만물을 숨죽이게 만드는 겨울의 시작이며 생존을 위해 반드시 용감하게 건너가야 할 마지노선이다.

인류는 농경을 기원전 8500년경 발견하였다.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여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보전하고 먹을 것을 부여하는 원천이 태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양의 움직임이절기가 되어, 파종과 추수를 위한 눈금이 되었다. 오늘날 영국 윌트셔주 솔즈베리평원에 남아 있는 ‘스톤헨지’는 기원전 3000년경, 농경을 시작한 유럽인들의 태양을 숭배하기 위한 예배당이다.

11월 1일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겨울의 도래를 알리는 중요한 날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 경계를 표시하고 마음을 준비하는 의례를 준수해왔다. 그 축제가 ‘할로윈halloween’이다. 이 단어의 연원을 알기 위해서는, 2000년 전부터 고대 셀트족의 축제인 ‘소우인’ (Samhain)을 알아야한다. ‘소우인’은 고대 아일랜드어로 ‘여름(sam)의 끝(hain)’이란 의미다. 오늘날 아일랜드, 영국, 그리고 프랑스 북부에 거주하고 있었던 고대 켈트인들은, 일 년 수고의 결실은 추수를 마치고 이젠 추운 겨울을 단단히 준비해야했다. 그들에게 이 날은 신년 첫날이다. 시작始作은 언제나 희망과 설렘이 아니라 절망과 망연자실이다. 시작은, 어머니의 뱃속(始)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억지이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作) 내려는 분투다.

‘소우인’은 여름과 추수를 끝내고, 어둡고 추운 겨울의 시작이었다. 켈트인들은 새해를 시작하는 전날(10월 31일)은 더위와 추위, 빛과 어둠,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교차하는 혼돈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날 죽은 자들의 혼들이 괴상한 옷을 입고 살아있는 자들을 찾아와, 혹독한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는지 점검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을 잘 지내야, 밤의 길이가 제일 길다는 동지冬至(12월 21일)까지 생명을 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을 숭배하는 켈트인들의 ‘사우인’ 축제가 어떻게 ‘할로인 축제’가 되었는가? 그 이해의 징검다리가 로마시대에 제정된 축제다. 교황 보니파체 4세는 7세기 초, 로마의 모든 신들을 모신 만신전인 ‘판테온’Pantheon을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건물로 바쳤다. 그 후 교황 그레고리 3세는 8세기 중엽에 모든 성인들과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축일을 11월 1일로 옮겼다. 9세기 그리스도교가 고대 켈트인들에게 전파되면서, ‘성인축제일’이 켈트족의 ‘소우인’이 혼합하였다. 당시 그리스도교는 11월 2일을 모든 죽은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일로 삼아 ‘만성절’萬聖節이라고 불렀다.

켈트족의 ‘소우인’과 가톨릭의 ‘만성절’이 서로 영향을 주어 오늘날 ‘할로윈’이 되었다. 영어단어 ‘할로윈’은 ‘거룩한(hollow) 날의 전날 밤(eve)’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 만성절(11월 1일)의 전날인 10월 31일 저녁을 지칭한다. ‘할로인’이 한국의 이태원과 홍대에 도래한 경위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할로윈이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이해해야한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유럽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의 나라가 되었다. 특히 1845-1852년, 집단기근과 역병이 창궐한 ‘아일랜드 감자 기근the Irish Potato Famine’을 피해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 이민자들과 미국 본토 인디언들의 문화가 융합하여 오늘날 ‘할로윈 축제’가 탄생하였다.

미국의 할로인 축제는 아일랜드의 죽은 영혼들이 찾아오는 ‘소우인’, 성인들과 순교자들을 추념하는 ‘만성절’과는 다른 가족과 친지들의 축제로 변모하였다. 어린아이들은 동물이나 귀신복장을 하고 한 손엔 사탕이나 과자를 담을 깡통을 들고 이웃집에 대문을 두드리며 무례하게 ‘음식’이나 ‘돈’을 요구한다. 이들은 집주인이 나오면 ‘트릭 오 트리트’Trick-or-Treat라고 명령한다.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손님이 주인이 되는 날이다. ‘트릭 오 트리트’를 번역하자면, “제가 짓궂은 일을 저지를까요? 아니면 저를 과자나 사탕으로 대접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반-협박이다. 집주인은 이런 얄궂은 어린아이들의 장난을 수용하고, 이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간식이나 장난감을 선물로 준다. 만일 어른들이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그 집 대문에 ‘수전노’라는 낙서를 할지 모른다.

할로인 축제의 주인은 ‘어린아이’로 상징되는 사회의 약자다. 추운 겨울은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잠을 잘 곳이 없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죽음이나 진배없다.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더욱이 COVID-19로 우리사회의 약자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겨울을 날것이다. 나는 그들의 어려운 삶을 외면하는가? 이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더라도,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감히 내어줄 수 있는가?

사진

겨울 스톤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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