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9. (金曜日) “구글에서 알파벳으로Google to Alphabet”(한글날)


2015년 12월 ‘구글Google’은 지주 회사 이름을 ‘알파벳Alphabet’으로 바꿨다. 세계 최고 IT 회사가 자신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준 이름 ‘구글’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흔하디 흔한 ‘알파벳’이란 이름을 선택하였다. 구글의 의도는 무엇인가. 구글을 창업한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어떤 기업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이들 유대인에게 이름은 특별하다.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은 인생의 황혼기인 90세가 되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바꾼다. ‘아브람’은 ‘아람(지역)의 조상’이라는 의미며, ‘아브라함’은 ‘온 세상의 조상’이란 뜻이다. 아브라함은 한 지역의 조상에서 세상의 조상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온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이름을 버렸다.

유대인들은 만물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그 객체가 아니라, 객체에게 붙여진 ‘명칭’ 혹은 그 명칭과 연상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명칭은 사실, 그 대상하고는 상관이 없다. 우리가 산천에서 보는 ‘나무’가 ‘나무’인 이유는 우리 조상이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나무’라는 명칭에 ‘나무스러운 구석’은 하나도 없다. 명칭과 대상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프랑스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의 선구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다. 그는 명칭의 특징을 ‘무작위성’과 ‘임의성’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나무’를 ‘트리’tree라고 부르고 독일인은 ‘바움’Baum라고 부른다. Tree나 Baum이 나무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나, 그 기호를 공유한 미국인들과 독일인들이,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이 단어들이 ‘나무’를 상징하게 되었다.

컴퓨터를 사용자들의 성향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자는, 식구나 친구가 아니라 구글이다. 구글이란 세계적인 기업이 꿈꾸는 미래는 ‘알파벳’Alphabet이라는 명칭에 담겨있다. ‘알파벳’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벤치마크b(enchmark)를 기반으로 무한한 이윤인 ‘알파’α를 추구한다고 설명하지만, ‘알파벳’에는 구글도 잘 모르는 인류문명을 혁신적으로 바꾼 혁명성이 이 이름에 숨겨져 있다. 구글의 G을 ‘알파벳’의 하나로 전락시키고 나머지 25개 알파벳에 어울리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이기심을 넘어, ‘알파벳’은 인류의 간절한 염원과 가치가 담겨져 있다.

‘알파벳’은 혁명을 상징한다. ‘혁명’革命이란,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칠 정도로 숭고한 일이라, 자신의 이름을 바꿔도 아깝지 않는 구별된 행위다. ‘혁명革命’의 첫 번째 한자인 가죽 ‘혁革’은 가죽 ‘피皮’와 다르다. ‘피’는 동물의 날가죽이고, 한자 ‘혁’(革)자는 갑골문에서 소의 가죽을 정교하게 벗겨 낸 모양으로 뿔, 몸통, 그리고 꼬리 부분을 상징한다. 자신이 안주하던 소 몸체에서 가죽을 정교한 칼로 벗겨 내야 한다. 특히 소가죽에 남아있는 기름이나 털을 제거해야만 그 가죽이 경직되지 않고 유연해질 수 있다. 이 과정을 ‘무두질’이라 부른다. 인간들은 구석기 시대부터 수렵-사냥을 통해 얻은 가죽에 기름을 바르거나 연기에 그을려 연하게 만들었다. 후에는 잿물에 가죽을 담가 털과 기름을 완전히 제거한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가차 없이 버리는 행위다. 무두질을 통과한 가죽은, 유연하고, 영구적이며 청결하다. 장인이 만든 명품구두가 그렇다.

인류가 ‘도시’라는 인위적인 공간을 만들어 ‘문명文明’을 구축했다면, ‘문자’를 만들어 문명의 작동원리인 ‘문화’를 향유하게 되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원래 독립적이지만, 집단을 이루어 살지 못한다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그(녀)의 생명을 목숨처럼 지켜줄, 가족, 친족, 친구, 부족, 민족, 더 나아가 국가가 필요하다. 공동체 안에 인간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요구하기 위해, 국가에는 세금을, 친구에게는 우정을, 가족에게는 사랑을 베푼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도시에 거주하는 동물’로 정의했다. 인간은 동물이나, 도시에 살면서 자신과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인간과 협동하면서, 자신의 인격을 닦고 독립적이면서도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도움이 되는 품격을 지닌 인간으로 탈바꿈한다. 도시는 마을과 규모와 그 규모가 요구하는 책임에 있어서 다르다. 도시라는 인위적인 장소에는, 반드시 한 개인하고는 전혀 다른 성향과 이념을 지닌 타인들이 존재한다. 그 개인이 타인과 소통하고, 그 갈등의 요소를 원만하게 제거하지 않으며, 복수가 정의이며, 힘이 권력이고, 아첨이 성공인 야만사회로 전락한다.

‘문명’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시빌라이제이션’civilization은 ‘도시’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시위타스’civitas에서 유래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citizen의 덕목은 ‘상냥’civility이다. ‘문명’이란 한자 文明은 문명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준다. 문명을 구축하는 일은 서로 융합할 수 없는 ‘해’와 ‘달’을 함께 배치하여 각고의 노력이다. 그 노력으로 시민은 자신의 판단으로는 비이성적인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게 된다.

인위적인 공간인 도시문명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바로 ‘문화文化’다. 문화는 도시라는 문명공간이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그 안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차선이자 최선의 도덕과 윤리를 그 구성원의 삶에서 실천할 때, 피어오르는 연약한 꽃이다. ‘문화’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컬쳐’culture는 ‘씨를 뿌리기 위해 땅을 개간하다 싹을 틔우기 위해 거름을 주다’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동사 ‘콜레레’colere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씨를 선정하는 정성精誠이며, 그 씨가 땅에서 싹을 내기를 바라는 희망希望이며, 신이 적당한 서리, 눈, 비, 바람, 공기를 허용하기를 바리는 겸손謙遜이다.

매일 우리의 입을 통해 들어와 힘을 부여하는 쌀 한 톨 한 톨은 그런 자연의 섭리와 가치의 상징이다. 돈은 많으나 문화를 모르는 야만적인 사람들이 많고, 학식은 높으나 타인의 삶을 헤아려 배려하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들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물거품인 권력을 쥐었으나, 그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혹은 영원하게 만들기 위해 공작을 하는 애처로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이들에겐 문화가 가져다주는 정성, 희망, 배려, 겸손이란 삶의 원칙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등장은 문자의 발명과 깊이 관계가 있다. 문자는 두 번에 걸쳐 인류를 문화적인 인간으로 변모시켰다. 첫 번째 혁명은 기원전 3100년에 등장한 문자의 발명이고, 두 번째는 혁명은 기원전 1800년 ‘알파벳’의 등장이다. 인류는 기원전 3100년경 처음으로 문자를 발명하였다. 인류는 타인과의 상거래를 보증하기 위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만일 수메르 한 농부가 정부로부터 ‘양’ 한 마리를 차용했다면, 정부 관리는 진흙을 다져 만든 토판문서 위에 ‘양’을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하여 𒇻로 표시하였다. 𒇻는 수메르어로 ‘우두’UDU라고 읽었다. 인류 최초의 문자인 고대이집트의 성각문자와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통치수단이었다. 고대사회에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쥔., 혹은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용된 극소수의 지식인이었다.

알파벳Alphabet의 등장한 초기문자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알파벳을 발명한 사람은 왕족이나 지식인이 아니라, 일반 평민이다. 쐐기문자와 성각문자는 ‘음절문자音節文字’로, 그 개수가 600개 이상 된다.


아카드어로 기록된 <길가메시 서사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음절문자로 기록된다:

šá naq-ba I-mu-ru

샤 나끄-바 이-무-루

위 문장은 ‘심연을 본 자’라는 뜻으로, 음절 하 나 하 나가 독립된 글자로 존재한다. 고대사회의 극소수만이 문자를 읽고 사용하수 있었고 대다수 대중들은, 소수를 위한 노예였다.

기원전 1800년에 일어난 두 번째 혁명은 파격적이다. 정보와 지식이 소수의 장악에서 벗어나,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문자 혁명이다. 기원전 18세기에 시작되었다. 이 문자를 만든 사람들은 놀랍게도 당시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지배계급이 아닌 하층민이었던 ‘히브리인’들이었다. ‘히브리’는 셈족어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 즉 ‘불법 체류자’란 의미다. 이들은 기존 지식정보체계에 반기를 들고 30개 이하 자음으로 이루어진 알파벳 문자 체계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 자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였다. 그들은 ‘집’ 모양을 그렸다. ‘집’을 셈족어로 ‘베이트’(beit)라 부른다. 히브리인들은 ‘집’ 그림을 ‘베이트’라고 읽지 않고 첫 자음 b로 읽었다. 이런 체계를 ‘알파벳’이라고 부른다. ‘알파벳’은 ‘소-집’이란 뜻이다.

1905년 시나이반도에 위치한 세라비트 엘-카뎀에서 조그만 스핑크스가 발견되었다. 이 스핑크스를 발견한 사람은 영국 고고학자 플린더스 페트리 경Sir Flinders Petri으로 그는 고대 이집트의 터키석 광산을 발굴하고 있었다. 페트리는 이 스핑크스를 이집트 18왕조, 기원전 1500년께로 추정했지만, 현대 학자들은 기원전 1800년께로 추정한다. 이 스핑크스의 한쪽에는 이집트 성각문자로 '터키석의 여주인인 하쏘르 여신의 사랑 받는 자'라고 쓰여 있었다. 다른 한편엔 처음 보는 이상한 문자가 쓰여 있었다. 페트리는 이 문자를 최초의 '알파벳'으로 추정했다. 30개 이하의 글자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페트리는 당시 고대 이집트인들이 가나안지역(현재의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 온 사람들, 즉 아브라함의 자손들을 노예로 부렸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 문자를 현대의 히브리어나 아랍어가 속한 '셈족어'라고 추정했다. 그림글자를 그려놓고 그 그림에 대한 셈어 발음의 첫 자음을 그 글자의 발음으로 표시하는 체계가 바로 알파벳의 기원이다.

예를 들어 셈족어로 '집'은 베이트 (beit)인데, 집을 그려놓으면 알파벳은 첫 자음 b로 읽는다. 이집트 학자 알란 가디너는 이런 법칙을 기초로 하여 스핑크스에 있는 낯선 문자가 히브리어로 '여주인을 위하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를 역사 이전의 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이끌고 문명을 가져다주었다면, 알파벳의 발명은 문자를 독점한 소수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는 시대에서 '이론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읽고 쓸 수 있는 '민주주의'로 이행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알파벳 체계는 로마의 라틴어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모든 유럽어의 문자 체계가 되었다. 이러한 알파벳 체계가 로마의 라틴어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모든 유럽어의 문자 체계가 되었다.

이 알파벳정신은 유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그 혁명적인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것은 15세기 조선이었고, 이 혁명을 시도한 인물은 ‘노예’가 아닌 ‘왕’이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할 수 있었다. 훈민정음은 이존 알파벳 발명과 근본적인 취지와 발생에 있어서 다르다. 알파벳은 노예들이 편리한 소통을 위해 만들었지만, 훈민정음 세종대왕의 주도아래 집현전이라는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알파벳은 동료와의 간결한 소통을 통해 창제되었다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글을 쓸 줄 모르는 백성들이 불쌍해서 만든 ‘애민정신’의 선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이 자원의 부족이나 지정학적인 불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이룬 것은 ‘훈민정음’ 덕분이라고 생각해왔다. 한글날, 문자를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과 집현전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진

<세라빗 엘-카뎀 스핑크스 비문>

사암, 기원전 18세기, 이집트 터키석 광산

“스핑크스 오른편에는 이집트 성각문자가 적혀있고 왼편에는 최초의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지팡이처럼 생긴 글자부터 읽기 시작하면 다음과 같다. ‘지팡이’ 모양으로 영어의 L이 되었다. 셈족어로 ‘라메드’라고 있고 그리스어로 ‘람다’라고 읽는다. 수학 상징 λ의 원래 의미는 ‘지팡이’다. 그 옆에 정사각형은 ‘집’을 상징하며 셈족어로는 ‘바이트’ 그리스에서는 ‘베타β’, 영어의 b가 되었다. 다섯 번째 글자는 다시 지팡이 등장하였다. 그 옆에는 사람의 눈을 그렸다. 셈어로 ‘아인ʿayin’이란 뜻이다. 오른쪽에서 맨 끝에 ‘십자’ 모양은 오늘날 영어 알파벳이 된 t다. t(타우)는 원래 소나 양에 자신이 주인이란 사실을 표기하는 낙인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이 글자를 음절문자로 읽는다면 ‘라메드lamed-베이트beit-아인ʿayin-라메드lamed-타우taw’이며 아무 의미도 산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글자의 첫 번째 자음만을 읽으면 l-bʿlt다. 여기에 모음을 첨가하여 읽는다면, ‘lə-baʿalat’(러 바알라트), 즉 ‘여주인(하쏘르 여신)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동영상

2002년 EBS과 공동기획-출현하여 [문자] 3부작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제3부 “알파벳혁명‘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npQABpU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