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6. (火曜日) “광선光線”


서울에는 반려견들과 산책할 장소가 없다는 생각은 기우杞憂였다. 어디나 산책코스였던 가평군 설악면과는 달리, 이곳 서울에서 산책할 수 있는 장소는, 그것을 찾으려는 간절한 마음과, 그 마음을 종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등장한다. 마음이 산책코스와 여유를 창조한다. 나는 반려견들과 서울로 이사와 산책을 더 다닌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이들과 야산등산과 언덕 오르기를 통해, 심신을 더 훈련한다.

아침 산책은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오래된 산책로를 이용한다. 정식 등산 코스가 생기면서, 그 전에 동네 분들이 다니던 험한 등산길은 폐쇄되었다. 이곳을 이용하던 사람들, 북악산이 한국에서 ‘기도가 제일 잘 된다고’신봉하는 할머니들의 아지트다. 나는 요즘 한 할머니와 거의 매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미아리 쪽에 사는 할머니가 항상 반듯한 바위위에 좌정해있다. 그녀는 스치로폼 방석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중얼거린다. 나와 반려견이 가니, 눈을 뜨고 우리를 응시한다. 나는 그녀에게 “안녕하세요. 이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모기가 사라져 좋겠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모기가 아직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85년 삶이야기를 주마간산처럼 늘어놓으셨다. 우리는 거의 30분 이상을 꼼짝없이 들었다. . 나는 거의 30분 이상을 꼼짝없이 들었다. 샤갈-벨라도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아에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앞발을 곧게 편 후, 고개를 가우뚱하면 경청한다. 할머니는 인간의 말이 진심을 담으면 얼마나 생생할 수 있는지, 동물의 관심도 끌 수 있는지 여실이 증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이 야산에 올라와 지난 30년 동안 매일 기도하게 된 사연도 말한다.

할머니는 기도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요즘 종교인들이 기도할 때, 실수하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안타까웠나 보다. “저는 기독교인들이 습관적으로 ‘하나님, 용서해주세요’라는 기도가 싫습니다. 용서해 달라고 하면, 신이 무엇을 용서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낱낱이 기억을 더듬어 자세히 처음부터 끝까지 숨김없이 토로해야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용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복기하여 객관적으로 응시하고,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그 잘못을 반복하여 중독이 되어, 그것이 잘못인줄 모르고 살 것이다. 바로 어둠에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다시 등산하기 시작하였다.

등산코스에는 우리가 반드시 들리는 두 지점이 있다. 하나는 커다란 바위에서 시내를 내려다보이는 장소이고 다른 한 곳은 우거진 나무에 둘러 쌓여 분지와 같은 장소다. 우리는 바위위에 섯다. 오늘따라 바람 소리가 거세다. 나무 가지 사이로 바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인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뺨으로 느낄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다.

나무줄기 상단이 움직이면서 빛줄기가 요동을 친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기와 가지사이로 빛이 원래 자신의 모습을 선뜻선뜻 보인다. 나뭇가지가 없었더라면, 빛은 강렬하여 육안으로 볼 수 없어,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확인의 대상은 아니었다. 거센 바람과 나뭇가지와 줄기가 빛줄기를 만들어낸다. 빛은 자신이 흔들리지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나무의 탄력성으로 춤을 춘다.

더 도달할 수 없는 아득한 태양 빛이, 나무를 통해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검처럼 우리 옆에 내려와 땅에 내리 꽂는다. 천만의 색을 지닌 빛이 나뭇잎 사이로 수많은 갈래 빛을 하나로 모아 비춘다. 기원전 6세기에 작성된 <창세기> 1.1-2.4에 등장하는 창조이야기는 빛에 대한 창조로 시작한다.

“신이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랬더니 빛이 생겼다.”

이 빛은 태양을 지칭하지 않는다. 이 빛은 만물을 창조하기 위한 기반으로, 만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거대한 틀이다. 광선이 내게 다가와 묻는다. “너는, 어제와 다른 새로운 존재인가?” 새로운 존재는, 신학자 폴 틸릭Paul Tilich이 말한대로, 그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 태어난다. 새로운 존재는 우리가 오랫동안 그 존재를 몰라 소홀하게 여겼던 우리 영혼의 저 먼 모퉁이에서 느닷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습관과 관습에 의해 추방해 버린 우리 개성의 심연이 열리면서 그 빛줄기가 보인다. 그 존재는 이전에 보여 준적이 없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빛줄기는 우리가 가만히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무심코 볼 때, 자신의 모습을 언제나 드러낼 준비를 한다. 이 빛줄기는 우리가 그 희망의 빛을 잃었다고 거의 포기하는 순간 갑자기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된다.

동영상

<2020.10.6. 아침 삼각산에 내려온 빛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