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삼성’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품질品質’이다. 삼성이 만드는 제품이라면, 그 품질이 ‘프리미엄’급이라 믿을만하다. 프리미엄이란 사치스러움을 절제하지만, 소비자들이 약간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그 제품 사용이 제공할 기쁨을 상상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사람들은 그 품질 때문에,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그 제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한국의 제일기업을 넘어, 세계의 제일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다. 그의 깊은 고뇌와 숙고,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정교한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다. 거친 바다를 건너 목적지를 향해 항해는 범선에서 키를 쥔 사람은 하나다. 만일 그가 그 키를 소홀히 여기고 자기 욕심대로 운행한다면, 그 범선은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만나 좌초할 것이다.
품질이란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신비神祕다. 일반적인 기업가는 다른 회사제품과 비교하여, 더 값싸고 더 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녀)가 속한 기업은 동종업종의 다른 기업과 경쟁한다. 그런 기업가는 제로섬 게임 안에서 서서히 퇴화할 것이다. 혁신적인 기업가는 속세를 버린 사람처럼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신비에 휩싸여 생활한다. 그의 유일한 경쟁자는 미래에 이룩한 자기-자신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발굴하기 위해, 더 나은 자신과 조우하는 숙고의 시간을 삶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둔다.
품질이란, 소비자의 상상을 자극하고 그(녀)의 마음에 신선한 동요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율戰慄이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그렇게도 올라가고 싶은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조망하는 기쁨이자 환희다. 그가 감동하는 것은, 사실 그가 바라본 발 밑 세상이 아니라, 그곳까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올라온 자기-자신이다. 만일 기업인이 자신이 만든 제품에 감동하고 전율하지 않는다면, 누구의 감동도, 누구의 떨림이나 설렘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품질이란, 마치 첫 사랑의 얼굴처럼, 자꾸 보고 싶고 저절로 생기는 매력魅力이다. ‘매력’이란 영어단어 ‘어트랙션’attraction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어드랙션’은 ‘-을 향하여’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ad와 ‘트랙; 길’이란 의미를 가진 track의 합성어다. ‘트랙’이란 자신이 완주해야할 자신만의 여정이다.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에서 자족하면서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평온한 삶이 바로 매력이다. 매력은 저 하늘의 별보다 반짝이는 내 마음 속의 별이며, 그 별을 소중하게 생각할 때, 밖으로 내뿜는 아우라다.
삼성제품이 만들어낸 ‘품질品質’은 이건희 회장이 보여준 두 가지 ‘의례儀禮’를 통해 그 바탕이 만들어졌다. ‘의례’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그 최선을 발견하여, 구태의연한 과거의 자신을 유기하거나 태워버리고, 앞으로 자신이 추구해야할 미래를 위한 결심이다.
삼성의 첫 번째 의례는 1993년 6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임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행한 강연이다. 당시 삼성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회장은 삼성 임직원들을 1993년 4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불러 모았다. 하루 8시간 이상 강연과 토론을 한 달 이상 진행하였다. 그해 6월 7일 이 회장은 우리에게 회자된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마누라와 자식 빼놓고 다 바꾸십시오.” 혁신은 변경이나 조절이 아니라, 상상하지도 못한 모습으로의 탄생이다. 혁신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힘이며, 알에 존재하던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 알을 깨고 나와 하늘을 호령하는 독수리가 되는 과정이다.
유대인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중요한 시점에 의례儀禮를 행했다. 이 의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신에게 드리는 상징적인 헌신이다. 유목민에게 어린 숫양은, 그가 속한 가족의 먹을 것을 책임지는 핵심이다. 숫양은 암양을 만나 새끼를 낳아주고, 점점 불어나는 털은 추위를 막아준다. 그들은, 어린 숫양을 완전 연소하여 그 연기를 하늘로 올려 보낸다. 이것이 영어로 ‘홀로코스트’다. 나치스의 유대인 학살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 ‘홀로코스트’는 ‘완전’(홀로) ‘연소’(코스트)라는 뜻이다.
삼성의 두 번째 의례는 1995년에 구미시 삼성 휴대폰 공장에서 행해졌다. 이회장은 품질혁신을 강조하면서 그전까지 생산했던 10만대 이상의 삼성재품을 ‘완전 연소시켰다.’ 그가 2년 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행동으로 옮겼다. 삼성직원들은 이 화형식에서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고 외쳤다. 제품의 품질은, 다른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약간의 우위를 차지하여,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최선을 담은 인격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그래서 그런 물건을 만든 자신을 존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품질品質이란 한자의 첫 번째 글자인 ‘품’에는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은, 나의 입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 혹은 불특정 다수의 입장에서 관찰할 때 훌륭한 물건으로 탄생한다. 이건희 회장의 품질혁신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결단은, 생산라인에서 그 제품을 만들어내는 임직원을 감동시켰다. 삼성은 세계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상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품질로 행복을 전해준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당신은 이름 석자를 지닌, 당신이란 상품의 품질을 보장하십니까?
사진
<안개 바다 위, 방랑자>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1774–1840)
유화, 1817, 98 cm x 74 cm
함부르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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