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제7토판 1-131행)
(*인생의 도반 고 김영준 대표(대성산업가스)를 추모하며 <길가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엔키두의 죽음(제7토판)과 길가메시의 애도 시(제8토펀)를 아카드어 원문에서 번역하여 올리겠습니다,)
고대 신화나 서사시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에서의 승리하여 얻는 명성名聲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극복하는 불멸不滅에 대한 추구다. 서양문화의 전범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는 각각 명성을 추구하는 아킬레우스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자식을 통해 불멸을 추구하는 오디세우스에 관한 노래다.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의 라틴어 첫 문장 arma virum-que canō, 즉 “내가 전쟁과 영웅을 노래하리라!”는 명성을 가져다줄 전쟁과 불멸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영웅에 관한 찬양시다.
기원전 14세기 카사이트 시대 구마사제 신-레케-우닌니는 기원전 24세기부터 시작된 영웅 길가메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특히 기원전 19세기 아모리인들이 건설한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은, 호전적인 영웅 길가메시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현재 미국 예일대학교 박물관에 소장중인 기원전 18세기 고대 바빌로니아 판본(Old Babylonian Version: OBV)은 아카드어로 ‘슈트르 엘리 샤리’(šūtur eli šarrī) 즉 “왕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이란 구절로 시작한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제 7토판은 길가메시의 제2의 자아인 엔키두의 죽음에 관한 묘사다. 엔키두Enkidu는 두 번의 꿈을 꾼다. 첫 번째 꿈에서 자신에게 죽음을 선도하는 ‘신들의 회의’를 목격한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바람의 신이자 신들의 모임의 결정을 전달하는 엔릴Enlil 신전의 백향목 신전 문 앞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신을 본다. 엔키두는 신들이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 사실을 알고, 신전 문을 저주한다. 그는 자신이 죽을 운명이란 사실을 알고, 야만에서 행복하게 살던 자신을 문명으로 데리고 온 사냥꾼과 창녀, 그리고 맥주, 도시, 문자와 같은 문명의 이기들을 저주한다. 자신은 야만 세계에서 더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태양신인 샤마쉬Shamash는 엔키두의 저주를 거두라고 나무라고, 엔키두는 자신에게 문명을 알려준 창녀에 대한 저주를 거두고, 축복한다. 두 번째 꿈에서 엔키두는 죽음의 천사 손에 이끌려 지하세계로 내려가 지옥을 미리 목격한다. 잠에서 깨어난 길가메시는 자신의 꿈을 말한 후 곧 병에 들어 쓰러진다. 엔키두는 임종자리에서 자신이 전쟁터가 아니라 침내에서 죽어가는 운명을 한탄한 후, 죽는다.
(다음은 제 7토판문서를 아카드어 원문에서 번역한 내용이다)
1행. “내 친구(길가메시)여! 왜 ‘위대한 신들’이 토의하고 있습니까?”
바빌로니아 만신전에는 위대한 신들과 조그만 신들이 있다. 위대한 신들은 우주를 관장하고 조그만 신들은 인간들처럼 우주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한다. 위대한 신들은 조그만 신들의 노역을 덜어주기 위해, 인간을 창조한다.
(이후 2-27행이 손실되었고 28-33행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학자들은 <길가메시 서사시>의 기원전 19세기 고대 바빌로니아 판돈을 번역한 아나톨리아 히타이트어Hittile 번역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히타이트어는 오늘날 터키 지역에서 기원전 19세기-12세기까지 사용된 가장 오래된 인도-유럽어로 쐐기문자로 기록되어있다)
“엔키두가 입을 열어 길가메시에게 말했다:
“나의 형제여! 오늘 밤, 내가 꿈을 꾸었습니다.
아누(하늘신), 엔릴(대기신), 에아(땅의 신이자 지혜의 신),
그리고 하늘을 관장하는 샤마시(태양신)가 회의를 열었습니다.
아누가 엔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들이 ‘하늘의 황조’를 살해하고
백향목으로 우거진 산맥을 지키는 괴물 훔바바를 살해했다.
엔키두와 길가메시 중에 한명은 죽게하라!“
그리고 엔릴이 판결을 내렸다.
“엔키두가 죽게 하고 길가메시는 죽지 않도록 조치하라!”
그러자 천상의 태양신 샤마시가 영웅 엔릴신에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그들에게 ‘하늘의 황소’와 ‘훔바바’를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나서 죄가 없는 엔키두가 죽어야만 합니까?”
엔릴이 샤마시에게 몹시 화가나 말했다:
“어떻게 네가 그들과 함께 친구처럼 행진할 수 있었는가?”
엔키두는 지금 신들의 결정으로 중병에 걸려 길가메시 앞에 누어있다. 길가메시 눈에서 눈물이 샘솟듯 끊임없이 올라온다. 엔키두는 말한다:
“오 나의 형제여! 나에게 소중한 나의 형제여!
그들은(신들은) 나의 형제(길가메시)를 위해 나를 다시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 앉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죽음의 문지방을 건너갈 것입니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형제에게 나의 눈을 다시는 두지 못할 것입니다.“
신-레케-우닌니의 제7토판은 엔키두의 비몽사몽 외치는 부분에서 다시 시작한다.
37행 엔키두는 눈을 들어 문지방이 있는 곳을 쳐다본다.
38행 그는 문지방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문에 대고 이야기한다:
39행 “아무런 감각이 없는 삼림지대에서 온 문이여!
40행 나는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41행 20리그(60마일, 96km) 산지를 뒤져, 나는 너를 만들기 위해 가장 훌륭한 목재를 구했다.
42행 나는 숲에서 커다란 백향나무를 찾을 때까지 헤매고 다녔다.
42행에는 엔키두가 인류 최초의 도시인 우룩도시의 성문에 적합한 백향나무를 찾기 위해 얼마나 다녔는지, 그 수고와 결심을 언급한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던 우룩(오늘날 이락의 알-와르카al-Warqa)에서 레바논에 있는 백향나무 숲으로 가서, 성문에 사용된 높다란 백향나무를 골랐다고 말한다. 아카드어로 백향나무를 ‘에레네’(gišerēna(수메르어로는 EREN))라고 부른다. 백향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를 내며, 강물에 뛰어 운송하여도 뒤틀림이 없어 바빌로니아, 히타이트, 이스라엘, 이집트에서 궁궐이나 왕족의 시신을 담는 관棺으로 사용하였다. 그들은 사후에 죽음의 강을 건너 불멸의 세계로 자신의 시신을 거내줄 백향목으로 만든 관이 필요했다.
43행 너는 백향목 숲에서도 견줄 나무가 없었다.
44행 여섯 자(30m)가 너의 높이이고, 두 자 (10m)가 너비, 두께는 한 큐빗(40cm)다.
45행 너라는 긴 기둥과 너의 중심축들,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모두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46행 내가 너를 다듬고, 올리고 ‘니푸르Nippur’란 도시에 반드시 세워놓았다.
엔키두는 우룩 성문에 어울리는 백향나무를 구하기 위해, <길가메시 서사시> 초반부에 길가메시와 함께 금지의 땅 백향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백향나무는, 신전의 지성소, 사후사계를 준비하는 범선과 관, 그리고 궁궐을 건축하기 위한 유일한 목재였다. 신들은, 인간이 백향나무를 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훔바바Humbaba라는 괴물을 산 문지기로 세웠다.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신이 임명한 훔바바를 살해하고 가장 훌륭한 백향나무를 잘랐다. 이 사건을 신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인간이 스스로 신전과 궁전을 만들겠다는 신들에게 대한 인간의 반란이기도 하다.
엔키두는 높이가 30m, 너비가 10m나 되는 백향나무를 잘라, 그 나무 하나로 성문을 만들었다. 니푸르는, 수메르 도시들 중 가장 거룩한 의례도시로, 바람의 신이자 신들의 총리인 ‘엔릴’신이 치리하는 도시다. 그들은 니푸르의 신전인 ‘에쿠르’E.KUR의 성문을 자신들이 레바논에서 가져온 백향나무로 만들었다. 이들의 이런 도전은 신에 대한 반란이었고, 신들은 신들의 모임(UKIN DINGIR.MEŠ > puḫur ilāni)에서 엔키두에게 죽음을 선언한다. 엔키두의 죽음은, 곧 그의 ‘제2의 자아’인 길마메시의 죽음이었다.
47. 오, 문이여! 나의 이런 행위는 너를 위한 나의 호의다.
48. 오, 문이여! 나의 이런 행위 너를 위한 나의 관대함이다.
49. 내 손수 손으로 도끼를 들고 나를 잘라 넘어 뜨렸다.
50. 나는 너를 강물에 태워 (시파르Sippar 도시에 있는) ‘에바바라’E-babbara로 옮겼다.
51. 태양신 샤마시의 신전인 ‘에바바라’로 너를 가져왔다.
52. 나는 에바바라 신전 성문에 백향나무를 세워놓았다.
53. 그 성문에 천둥신 안쭈Anzu와 황소 라마수Lamassu 거상을 세웠다.
54. 너의 입구에 [...]를 세웠다.
55. 나는 [너를] 샤마시가 치리하는 도시로부터
56. 우룩Uruk으로 가지고 왔다.
57. 왜냐하면 샤마시가 내가 말한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58. 내가 어려움에 쳐했을 때, 그는 우리에게 무기를 주었다.
엔키두는, 우룩 성문을 만들기 위해, 백향목을 베어 가져온 것이 결국 그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후회한다. 그는 자신의 영웅적인 행위에 대한 탄식을 쏟아낸 후, 성문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59. 오, 성문이여! 내가 너를 만들어 이렇게 세워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60. 내가 너를 부셔도 되느냐? 내가 너를 헐어 내려도 되느냐?
61. 내 뒤에 왕이 되는 자가 너를 혐오하기를,
62. 혹은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너를 매달아 놓기를!
63. 그가 내 이름을 제거하고 너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를!
64. 엔키두는 [성문을] 부수고 [...]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65. 그가 그의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을 흘러 나왔다.
66. 엔키두가 자신의 친구 엔키두의 말을 듣고,
67. 갑자기 눈물을 흘러 나왔다.
68. 길가메시가 입을 열어 엔키두에게 말했다:
69. “나의 친구여! [전투에 있어서] 탁월한 자여!
70. 분별력과 지각이 있는 네가, 이제 불경스러운 말을 하는 구나!
71. 나의 친구여, 왜 너는 불경스런 말을 하느냐?
72. 너의 꿈은 특별하고 걱정은 태산과 같구나.
73. [열이 난 너의 입술들은] 파리처럼 떨고 있구나!
74. 걱정은 태산이고 꿈은 진기하구나.
길가메시는 악몽을 꾼 엔키두의 반응을 보고 놀란다. 엔키두는 꿈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았다. 길가메시는 분별력과 이성을 지닌 엔키두가 죽음 앞에서 당황하여 불경한 말을 지껄이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75. 그들은(죽은 자들)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비통을 남긴다.
76. 죽은 자들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슬픔을 남긴다.
77. 나는 위대한 신들에게 간청하여 탄원할 것이다.
78. 나는 샤마시을 찾아가 너를 위해 신들에게 간청할 것이다.
79. 신들의 아버지인 하늘 신 ‘아누’에게 기도할 것이다.
80. 위대한 고문인 ‘엔릴’이 네가 있는 곳에서 나의 기도를 들을 것이다.
81. 지혜의 신인 ‘에아’가 나의 간청을 좋아하기를!
82. 나는 너의 동상을 금으로 셀 수 없이 만들 것이다.
83. [....]
엔키두는 길가메시가 신들에게 올릴 간청을 막는다. 신들의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은 누구도 변경할 수 없는 절대적이다. 엔키두는 태양신 샤마시와 창녀를 알게 한 사냥꾼을 저주한다. 그가 길가메시에게 말한다:
84. “나의 친구여! 너는 은을 주지 말아라. 금을 주지 말아라.
85. 엔릴이 결정한 말은 신들의 [...]와 같다.
86. 그는 자신이 명령한 것을 파기하지 않는다.
87. 그는 자신이 제정한 것을, 파기하지 않는다.
88. 나의 친구여! 나의 운명을 정해졌네.
89.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운명을 맞이하지.”
90. 밝아오는 새벽의 첫 빛줄기에
91. 엔키두는 머리를 들고 샤마시를 원망한다.
92. 태양의 빛줄기 아래서, 그의 눈물이 쏟아져 흘러내린다.
93. “샤마시여! 내가 당신에게 간청합니다. 제 목숨은 너무 소중합니다.
94. 덫을 놓은 사냥꾼은
95. 내가 내 친구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96. 사냥꾼이 내 친구의 상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97. 그의 이윤을 파괴하고 그의 수입일 줄어들기를!
98. 그가 가져갈 이윤이 네 앞에서 없어지지를!
99. 그가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있는 신이 창으로 나가기를!
사진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괴물 훔바바를 죽이고 있다>
기원전 10세기, 현무암조각, 63 cm x 42 cm x 16 cm
시리아 할라프에서 발견
미국 볼티모어 월터스 예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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