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2. Homo Canis: 쇼베동굴의 발자국 『문명 속 개』

[사진]


 

기원전 4만 년 전 사냥·채집경제의 혁명, 야생동물을 인간이 사육 대상으로 삼았다는 증거 발견… 개는 혹독한 빙하기에서 생존하도록 돕고, 마침내 농업·정착경제로 이동하는 연결고리 역할



늑대는 뛰어난 신체와 오감으로 먹을 것을 찾아 추격하는 최고의 추격자였고, 호모 사피엔스는 지적인 능력과 무기를 가진 최고의 사냥꾼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빙하기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상상할 수도 없는 혁신을 감행한다. 늑대를 ‘개’로 사육한 것이다. 인간은 늑대 사육을 통해 자신을 자연, 특히 동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충직한 동료를 얻게 됐다. 그리하여 개는 인간에게 도시와 문자라는 정교한 문명을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한 발판이 된다.



기원전 4만 년경 호모 사피엔스는 얼음으로 덮인 유럽에서 사냥으로 힘겹게 생존하고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방식을 사냥과 채집이었다. 회색 늑대가 개로 진화하기 전에 인간과 늑대는 사냥을 통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경쟁자였다. 늑대들도 빙하기에 살아남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늑대는 뛰어난 신체와 오감으로 먹을 것을 찾아 추격하는 최고의 추격자였고 호모 사피엔스는 지적인 능력과 무기를 가진 최고의 사냥꾼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늑대를 ‘개’로 사육한다. 개는 인간의 사냥을 도와주고 어둠 속에서 인간들을 지켜주고, 가축을 보호한다. 개는 인간에게 혹독한 빙하기를 생존하도록 도와주고, 기원전 1만2000년경 시작한 농업정착경제로 이동을 연결시켜주는 고리였다.



쇼베동굴 벽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사자, 매머드, 그리고 코뿔소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 동물들을 사냥하지 않았고 당연히 먹지도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지하 동굴로 내려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우주와 자연의 일부로 다른 동물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프랑스 남부 아르데쉬 계곡에서 발견된 쇼베동굴(Chauvet Cave)은 1994년에 3명의 동굴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탐험가들 중의 한명인 장 마리 쇼베(Jean-Marie Chauvet)다. 그의 이름을 본떠 이 동굴의 이름이 붙여졌다. 쇼베동굴의 벽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그린 최초의 그림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이 벽화들은 탄소연대 측정에 의하면 기원전 3만2000년부터 시작해 기원전 1만 년 사이에 제작되었다. 그 후에 산사태로 입구가 막혀 2000년 동안 거의 진공상태로 있다가 최근에 발굴되었다. 쇼베동굴의 길이는 400m이며 곳곳에 커다란 방들이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동면했던 동굴곰의 두개골과 뼈들, 사슴과 두 마리 늑대의 두개골을 발견하였다. 벽에는 곰들이 손톱으로 긁은 흔적들이 있었고, 바닥엔 곰 발자국들이 남아있다.




쇼베동굴 벽화들을 크게 붉은색 그림들과 검은색 그림들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그림들은 말들을 그린 패널, 사자들과 코뿔소를 그린 패널이다. 동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자, 매머드, 그리고 코뿔소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이 동물들을 사냥하지 않았고 당연히 먹지도 않았다. 그들은 더 많은 사냥을 기원하면서, 굳이 그들이 거주하지 않는 지하동굴로 내려와 한 손엔 횃불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오커 같은 황토색 물감을 이용해 이토록 정교한 이미지를 그려놓은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우주와 자연의 일부분으로 다른 동물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쇼베동굴의 가장 안쪽 노두(露頭)에 그려진 그림은 충격적이다. 노두란 지표면에 노출된 암석 또는 암반을 이른다. 400m나 되는 쇼베동굴의 맨 끝에는 비너스의 음부부분이 검은색으로 묘사되었다. 눈높이에 그려져 있는데 동굴을 방문하는 호모 사피엔스들의 감상용이었다. 누군가 나중에 들어와 여성 성기를 표시하기 위해 음각으로 파, 검은색이 제거되고 종유석 색깔인 노란색이 드러났다. 풍만한 허벅지를 가진 다리 상단이 묘사되었고 발을 보이지 않는다. 이 비너스 모양은 그 당시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도 발견된 비너스의 기본적인 형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비율, 표현방식이 놀랍게도 똑같다. 비너스 왼쪽에는 커다란 암사자가 있고, 그 밑으로 세마리 고양이과 동물들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비너스 오른쪽에는 들소 가면을 쓴 샤먼이 꾸부정하게 어깨를 굽혀 비너스에게 다가가려 한다. 풍요를 상징하는 비너스와 풍요기원을 진행하는 샤먼이 인류 최초 벽화에 그대로 표현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암사자, 비너스, 그리고 들소 가면을 쓴 샤먼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나? 이 그림을 그린 예술가는 자신이 전하려는 내용을 의도적인 생략으로 표현하였다. 우선 비너스는 음부와 허벅지 일부만 표시했다. 비너스 위에 있는 암사자나 샤먼의 몸도 일부만 검은색 윤곽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장소는 쇼베동굴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 잡았다. 인류는 자신의 삶을 연장시켜주는 풍요의 신을 비너스로 표현하고, 그 기원을 위한 의례를 위해 이곳 지하로 내려온 것은 아닐까? 호모 사피엔스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하나로 연동되어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녀와 야수>의 주제는 파블로 피카소의 <미노타우르> 그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쇼베동굴은 호모 사피엔스들의 그림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화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발자국들을 남겼다. 8~10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아이의 맨발자국과 그 옆에는 늑대나 큰 개로 추정되는 동물 발자국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동안 학자들은 늑대가 사육되기 시작해 개가 된 시기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가장 오래된 개를 기원전 1만 년 정도로 추정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발견된 이 발자국들은 그것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2만8000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아이의 발자국과 그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늑대’ 발자국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쇼베동굴에 남긴 동물은 야생 늑대도 개도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들이 이제 막 사육을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이 동물을 편의상 ‘늑대-개’로 부르자. 최근 고인류학자들은 벨기에, 체코, 우크라이나, 그리고 남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서 기원전 3만1000년에서 기원전 1만4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늑대-개의 뼈를 발견하였다. 이 늑대-개는 어린아이를 몰래 따라온 것인가? 아니면 어린아이와 늑대-개는 함께 걸어서 동굴로 들어온 것인가? 이들의 발자국이 동시에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졌는가?




쇼베동굴을 자세히 조사해보면, 동굴곰이나 다른 동물들이 이곳에서 지낸 흔적은 있지만, 인간이 거주한 흔적은 없다. 호모 사이엔스는 벽화를 그리거나 혹은 성인식과 같은 의례를 치르기 위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기껏해야 여덟 살 난 어린아이가 왜 깊숙한 동굴에 들어왔을까? 태양빛이 전혀 닿지 않는 곳에 왜 혼자 들어왔을까? 아이는 분명히 부모와 함께 동굴에 들어왔다. 더욱이 동굴 안에 어린아이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린아이와 늑대-개의 발자국이 겹쳐지지 않고 나란히 파였다. 이들은 사이 좋게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날 개들은 늑대의 후손들이다. 과학자들이 최초의 개들이 남긴 DNA분석을 통해 기원전 1만 년경 중국과 중동지방에서 각각 등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쇼베동굴은 이 두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늑대에서 개로의 변화는 인간이 가축을 키우기 시작한 시기인 기원전 1만년이 아니라 늑대를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났을 것이다. 늑대를 사육하는 사람들은 늑대 새끼를 어려서부터 키운다면, 늑대는 인간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일생 동안 가족의 일원으로 여긴다. 쇼베동굴 안에 벽화를 그린 호모 사피엔스들은 이러한 늑대의 행동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늑대를 사육하여 밤에 자신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거주지를 지키고, 사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물로 변화시켰다. 쇼베동굴은 인류 최초의 예술작품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늑대의 발자국로 남겼다. 인간이 동물과 관계를 맺어 효과적으로 사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고양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기원전 4만 년부터 야생동물들을 사육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이용하였다. 인간의 동물사육은 농업의 발견한 기원전 1만1000년 전보다 훨씬 앞선 사냥-채집경제의 혁명이었다. 사육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다. 가장 지배적인 정의는 인간중심적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분명한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동물의 움직임, 먹이, 보호, 분배, 그리고 교배를 조절하는 과정이다. 사육된 동물은 인간의 경제적인 자산이 되어 인간사회 구조 안으로 들어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육’에 관한 또 다른 정의는 사육하는 인간과 사육되는 동물 간의 상호적인 활동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가 이롭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런 동물사육은 자연계 안에서 동물들 간의 공생을 위한 상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자연의 상호주의는 본질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고 서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의존한다. 그러나 인간의 동물사육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기존의 행위를 버리고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 낸다. 특히 인간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적인 접촉이 아니라, 수정된 행위를 사육하는 대상에게 적용하는 주체가 된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동물들을 다양하게 실험한다. 인간은 자신이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평가할 수 있다. 인간은 동물사육을 위해 새로운 행동들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면서 자연에서 동물들 간에 존재하던 상호주의를 넘어 자신이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을 획득하였다.




동물이 인간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과 방법은 다양하다. 동물사육은 여러 가지 생물학적 변수와 사회적인 환경을 통해 대개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공생이다. 동물들은 먹을것을 찾아 돌아다니나 우연히 인간이 남긴 음식물을 발견하여 자주 이곳에 와서 배를 채운다. 혹은 이 음식물을 찾아오는 자신보다 취약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이 관계에서 인간보다는 동물에게 혜택이 많다. 인간 거주지에 접근한 동물들은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간들은 다가온 동물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남겨놓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호관계는 동물사육의 첫 단계가 된다. 개는 공생관계가 사육으로 발전된 가장 적절한 예다. 늑대는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기 위해 인간거주지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늑대는 원래 무리를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늑대 무리의 대장인 알파늑대가 아닌 덜 공격적인 늑대가 무리를 이탈하여 인간 거주지에 접근하다. 이런 늑대들의 특징은 동시대 다른 늑대들과는 달리 덜 성장하여 점점 유년화 과정을 거친 늑대다. 이 늑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뼈 골격이 점점 줄고 치아의 크기와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둘째는 사냥 먹잇감 방식이다.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목적은 먹기 위함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잡은 동물을 바로 죽여서 먹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 두고 오랫동안 길러 잡아먹었다. 인간들은 이렇게 잡은 동물들 중 사육이 가능한 대상을 선별하였다. 인간들은 비교적 난폭하지 않는 야생동물들을 자신의 중요한 자산으로 만들었다. 그에 해당하는 동물이 소, 양 염소, 그리고 닭과 같은 가금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가축은 이 방식으로 시작하여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가축이 늘어나면서 인간이 사냥하러 나가는 시간이 현저히 줄게 됐고, 가축의 가죽을 제거하여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셋째 방식은 좀 더 정교하고 의도적인 사육이다. 인간들은 자연에서 자유롭게 노는 동물을 잡아 사육한다. 그들은 ‘공생’과 ‘사냥 먹잇감 방식’을 터득한 후에 의도적인 사육을 시작하였다. 의도적인 사육은 동물로 하여금, 사육 이전에 지닌 야생적인 행동을 제어하거나 제거하여 인간의 삶에 적응된 동물로 만든다. 이 사육은 오늘날의 유전자 조작과 같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 결과 인간은 사육에 걸림돌이 되는 동물들의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였다. 말은 의도적인 사육의 대표적인 예다. 인간들은 사육하기 비교적 쉬운 동물들, 즉 양이나 염소를 사육하기 시작한 이후 야생말을 사육하기로 결정한다. 말은 인간에게 고기, 우유,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뼈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장거리 여행이나 운송을 용이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