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집 백구 『내가 만난 개』

지난주 수요일, 21대 총선날에 일어난 일이다. 서울로 나가는 아내 차를 얻어 타고 나는 설악면 면사무로를 향해 읍내를 지나가고 있었다. 읍내 시장으로 들어서는데, 앞서 달리던 트럭 위에 진돗개가 하나 보인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트럭 위에서 처량하게 몸을 흔들면서 어디로가 가고 있었다. 아내는 눈에는 벌써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커다란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애써 아내의 눈길을 모른 채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면사무소로 가는 ‘위대한 시민’이 가질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의 가식적인 얼굴을 보고 아내는 묻는다. “‘저 아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거 아니야?” 나는 애써 아내의 말을 못 들은 채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도로위에서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내는 오랫동안 유기견을 입양시켜왔고 묶여있는 동네 개들을 개집을 만들어주고, 사료를 사주고, 정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다. 우리집 예쁜이도 3년 전 읍내에서 스치로폼을 뜯어먹던 유기견이었다. 최근에는 아내의 지속적인 주장으로 동네에 있었던 마지막 남은 ‘개공장’이 결국 문을 닫았다.



나는 ‘고상한’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면사무소로 가는데, 아내는 내가 차에서 내려, 모르는 운전사에게 다가가 개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라는 눈치다. 아, 인생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그 운전자에 대한 인권침해다! 나는 아내에게 ‘저 개는 주인하고 병원에 가고 있는 것 같아!’라고 영혼이 없이 말했다. 아내는 언제나 안다. 내가 불편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둘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는 나의 얼굴을 흘려보더니 ‘대단히 실망한’ 눈빛을 날렸다. 그렇게 혐오스런 눈길을 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면사무소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급히 차에서 내렸다. 한참 만에 뒤돌아보니, 아내가 탄 차는 그 길가에 서있었다.



나는 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로 부리나케 들어갔다. 손세정제로 손을 닦고 운전면허증을 보여주었다. 선거요원이 내가 투표해야할 장소는 면사무소가 아니라, 설악도서관이라고 말한다. 사전투표장소와 달리, 내가 사는 주소가 지정한 가까운 곳으로 가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오늘은 일정이 왜 이런가! 설악면사무소에서 설악도서관까지는 1km가 좀 넘는 거리다. 나는 투덜거리며 설악도서관으로 걸어갔다.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 위해 걷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꼭 투표를 해야하나라는 의구심마져 들었다. 며칠전 집에 날라 온 봉투에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았지만, 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불가능해보이는 공약으로 가득한 소견서를 읽었다. 그 소견서는 나를 2000년 전, 로마에서 진행된 한 선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원전 64년, 로마 정치가이자 스토아철학자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로마의 최고권력자인 집정관에 출마하였다. 그이 동생인 퀸투스가 형 키케로에서 마키아벨리도 흠모할 만한 전략을 조언한다. 퀸투스는 순진한 형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편지를 보냈다.



“나의 사랑하는 형이며, 형은 정치가로서 흠모할 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어. 부족한 점은 채우면 돼.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들이 형이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형은 로마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을 구하고 있고, 그것을 방해하는 수많은 적들이 있기 때문에, 흠이 잡힐 실수를 저지르면 안 돼. 선거운동을 깊이 생각하고, 열심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치러 야 해.”



퀸투스는 형에게 다음 다섯 가지를 선거전략에 사용하라고 제안한다.


첫째, 유권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해준다고 약속하기! 유권자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다해 준다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선거유세의 제왕 코타Cotta를 기억해봐. 후에 자신이 크게 책임질만한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을 유권자들에게 다해 준다고 약속했지. 그리고 당선된 후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약속만 지키면 되는 거야!”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약속을 했다가 어기는 사람보다는, 약속을 처음부터 거절하는 후보에게 더 분노하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에 도와줬던 유권자들에게 그 호의를 돌려받을 차례라고 말하기! “유권자에게 형이 과거에 베풀었던 은혜를 갚으라고 말해. 그리고 이전에 한 번도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이번이 그가 빚진 것을 갚을 유일한 기회하고 설득하면 돼. 만일 형이 호의를 베푼 적이 없다면, 선출되고 나고, 꼭 그 호의를 베풀겠다고 말하면 돼.”


셋째, 상대 후보자의 약점을 잡아 끝까지 잡고 늘어지기! 퀸투스는 말한다. “빚으로 자신의 집을 빼앗긴 안토니우스 경우를 생각해봐. 그가 치안감으로 선출되었을 때, 시장으로 가서 어린 여아를 몸종으로 몰래 샀어. 그와 대결하여 이기는 전략은 그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게, 그 약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야!”


넷째, 창피함을 무릅쓰고 유권자에게 아첨하기! 퀸투스는 형에게 경고한다. “형은 때로 너무 경직되고 정직하려고만 해. 형은 아첨阿諂이란 예술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어. 평상시에는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선거에서는 필수야. 후보자는 유권자 한명 한명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믿도록 세뇌시켜야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맞추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척을 하면 돼.”


다섯째, 유권자에게 희망주기! “가장 냉소적인 유권자도 누구를 믿게 되어있어. 형 선거유세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형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게 하는 거야. 자신의 미래를 개선할 사람에게 유권자는 표를 던지지. 선거 후에는, 유권자들이 형에게 실망하게 되어있어. 그게 선거야.”



키케로는 그 다음 해인 기원전 63년에 로마의 최고 집정관인 집정관이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30분정도 걸어 설악도서관에 도착했다. 다시 손세정제로 손을 닦고 비닐장갑을 끼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당에서 빨간 도장을 찍었다. 내가 그 면면을 잘 아는 사람을 선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이 우리 동네를 책임지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한탄하였다. 설악도서관에서 집까지는 2.5km다. 빠른 걸음으로 족히 40분이 걸린다. 설악도서관에서 집으로 오늘 길에 아내가 지난 1년 동안 일주일엔 한 두 번씩 산책시켜주는 ‘백구’가 있는 집을 통과하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 가라앉았다. 나도 몇 차례 산책을 시켜준 그 백구가 없어진 것이다. 그 집 주인 농부의 차는 보이지 않고 집에는 인기척이 없다. 아내에게 전화하려고 하니, 핸드폰 충전이 모두 닳았다. 마음이 불안해 졌다. 내가 알던 그 농부가 백구를 개장수에게 판 것인가? 어제 아침에 개장수가 “개~~~삽니다! 개~~~삽니다!”라고 소리지르며 동네에 돌아다녔다. 그러자 우리집 반려견인 ‘샤갈’이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슬픔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샤갈은 그 소리에 맞추어 곡을 하였다. “우워워워워워워....” 한참동안 그렇게 울고 있었다. 샤갈은 분명 자신의 친구들이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오늘은 일진이 엉망이다. 아까 차에서 내려 아내말대로, 트럭운전수에게 말해, 개를 내가 샀어야했나? 도살장으로 가는 개를 보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사랑’, ‘자비’ 그리고 ‘이타심’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아.. 점심을 굶고 배에선 꼬록 꼬록 소리가 나고, 집은 멀고, 불안초초하다. 집으로 행군을 시작했다. 34년전 논산입영훈련소에서 고산유격장까지 행군하던 생각이 난다. 겨우 집에 도착하여, 핸드폰을 충전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 길가 백구가 안보여!” 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내도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나는 이내 핸드폰을 충전하고 콜택시를 불렀 백구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백구 집으로 가, 주인 농부의 전화를 알아내, 백구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참이다. 만일 그가, 그럴 리는 없지만, 백구를 개장수에게 팔아넘겼다면, 나는 그 개를 추적하여 내가 사서 키울 참이었다. 빨간 신호등이 얼마나 많은지! 이윽고 그 집에 도착했다. 개집을 삐뚤어져 있고 집에는 사람이 없다. 아아아!!! 하늘이 무너졌다. 그 순간, 내가 입으로만 떠들었던 이타심 강의는 내 이기심을 강화하기 위한 장난이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내의 슬픈 얼굴과 나에게 실망한 얼굴이 거대한 밤하늘의 달처럼 떠올랐다.



내가 다가가는데, 옆으로 돌아간 개집에서 누가 나와 나를 반겼다. 바로 백구였다. 두 눈에서 눈물이 갑자기 쏟아졌다. 백구를 안고 한참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꺼내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반겨주는 백구를 영상에 담았다. 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없었다. 내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백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부턴 개를 실고 가는 트럭이 있으면 반드시 세워야겠다. 시급時急한 일이 숭고崇高하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